[기자수첩]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20-12-20 14:50 수정일 2021-06-01 10:43 발행일 2020-12-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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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최근 몇 달간 전화 통화를 하게 될 때면 상대방에게 ‘방에서 일하는 중인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지’ 묻는 것이 일상적인 안부가 됐다. 임직원들의 안전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재택근무를 택하는 회사가 늘었기 때문이다. 잠시 ‘생활 속 거리두기’ 단계로 조정됐을 때 잡아뒀던 연말 약속들을 취소하면서도 서로가 미안해하지 않게 됐다. 만나지 않는 것이 개인의 안부를 위해, 나아가 사회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위한 행동’을 생각해보게 한다.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기업에도 그렇다. 전대미문의 충격 속에서도 기업들은 단기적인 생존이 아니라 위기 이후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해 질문을 받고 있으며, 그 대답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놓고 있다. 최근 업종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ESG라는 용어는 이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최근 들어 보다 실질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CSR이 봉사나 성금 등 기업이 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의 활동으로 여겨졌다면, 요즘 화두가 되는 ESG는 보다 더 경영의 본질적인 면에 집중한다. 연말을 맞은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좋지만 친환경 사업 비중을 높이는 투자도 중요하고,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필요하지만 공장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 활동과 환경오염에 대한 개선 작업도 중요시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돈을 잘 벌고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충분하던 시간은 지났다. 이제 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돈을 잘 벌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윤리적으로 지탄받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존경할 수 있을 만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