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확진보다 낙인이 두려운 연예계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0-12-09 13:59 수정일 2021-06-02 23:18 발행일 2020-12-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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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차장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며 가장 두려운 것은 확진이 아닌 ‘낙인’이다. 이제는 흡사 감기처럼 누구라도 코로나19에 걸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행여 확진될 경우 “어딜 그렇게 쏘다녔느냐”는 따가운 눈총과 질책이 쏟아진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민폐를 끼치는 ‘인간 바이러스’가 되는 형국이다.

2월 대구 신천지를 시작으로 5월 이태원클럽 발 유행, 8월 광복절 집회에도 비교적 코로나19를 잘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은 연예계도 최근 대유행 앞에 속수무책이다. 촬영장에는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여 명의 스태프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무대 위에 오르는 연예인들은 분장 단계부터 마스크를 벗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에 온전히 노출되니 사실상 목숨 걸고 촬영하는 셈이다.

각종 드라마의 스태프들과 보조출연자들이 확진되면서 온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스태프야 필수인력이지만 일용직인 보조 출연자는 감히 드라마 촬영을 멈추게 했다는 ‘괘씸죄’로 인해 다시 기용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아이돌 가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이찬원 확진으로 TV조선은 아예 사옥을 폐지했다. 그룹 업텐션 멤버 비토, 고결이 확진되면서 같은 음악 방송에 출연한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가수 청하는 스포츠재활센터 확진자 발생으로 양성판정을 받은 뒤 온갖 악플에 시달려야만 했다. 친한 동료 아이돌 가수들과 식사 모임을 가졌다는 이유에서다. 스포츠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건 모임 뒤였지만 악플러들에게 선후관계는 중요치 않다.

이쯤되면 K방역은 ‘확진자 낙인’을 두려워한 시민들의 자발적 거리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과도한 비난과 삿대질로 점쳐진 ‘멍석말이’를 멈춰야 할 때다.

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