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프라인 유통업체 혁신 '잰걸음'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1-01-04 14:10 수정일 2021-05-05 16:34 발행일 2021-01-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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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에게 2020년은 최악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소비전환이 급격히 일어나면서 매출이 급감했고, 그로 인해 임원들은 짐을 싸고 임직원들은 희망퇴직을 했다. 운영하던 점포 수도 대폭 줄여야 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장점유율을 따지기보다 누구라도 시장 전체를 성장시킬 만한 사업모델을 내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밥그릇 자체가 작아지고 있는데, 그 안에서 밥그릇 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위기감은 유통기업 수장들의 자세도 변화시켰다. 지난달 롯데그룹은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 경쟁업체인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를 초청했다. 유통공룡 롯데를 이끄는 사업 부문(BU) 임원 150여명이 김 대표에게 ‘유통 노하우’를 배운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기업의 오너가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기업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51만명을 기록하고 있고, 직접 배추밭에 가서 배추를 활용한 요리를 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웬만한 기업 광고보다 더 좋은 마케팅 효과를 내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변화를 예고했다. 정 회장은 “잠재적인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고객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가치를 찾아 사업 프로세스와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실제로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올해는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