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등 조장 정치, 합의제로 거듭나야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20-12-23 13:42 수정일 2021-05-07 19:00 발행일 2020-12-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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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필자는 재작년 이맘때 ‘정치의 목적’이라는 제목으로 기자수첩을 작성한 바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기재된 정치의 의미에서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새기자는 내용이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행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이다. 즉, 이해를 조정해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같은 주제로 기자수첩을 작성한다. 그때와 달리 쟁점법안들이 올해는 시원하게 통과됐지만 야당의 항의불참 속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내세워 이뤄진 것이다. 그 만큼 정치권, 나아가 사회 갈등은 더욱 조장되고 있다.

새해에도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에 소득양극화와 사회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때문에 ‘이해를 조정해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정치의 역할이 절실하다. 하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집권세력은 협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더구나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내후년 대선 등 굵직한 선거들이 줄줄이 예정돼 여야의 정쟁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독재정권 종식 이래 수십년째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은 다수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마저 불러일으킨다. 이에 학계에서는 유럽과 같은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다수라는 권력을 쥐고 있는 여권으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 이야기다.

결국에는 선거다. 제도 개선은 여야 중 누가 우위인지 모르는 팽팽한 상황에서 비로소 이뤄진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나치게 쏠린 권력이 평형을 찾고 정치권 모두가 합의제를 위한 고민에 나서길 바란다.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