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미 눈치보는 정부, 코스피 ‘포퓰리즘’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0-09-20 13:54 수정일 2021-06-12 02:52 발행일 2020-09-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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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은혜 기자)

홍콩계 증권사 CLSA 서울지점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매니저로 데뷔했다’(Moon’s debut as a fund manager) 보고서를 냈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관제펀드 ‘뉴딜펀드’가 수익률이 마이너스 35%까지 오르더라도 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올해 정부는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자 공매도를 3월부터 9월까지 금지시킨 뒤, 지난달 금지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공모주 배정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 비중(20%)을 확대하는 방안과 세부 배정방식을 바꿔 소액 투자자들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증시가 오르면 ‘경기가 좋다’는 인식이 생긴다. 정부는 개인투자자들을 증시로 유인해 경기가 좋다는 인식을 고취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증시에 수십조원을 쏟아 부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3월처럼 증시가 과도하게 폭락했을 때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으로는 좋을 수 있겠다.

최근 코스피가 2년래 최고치까지 오르고 공모주 청약에 6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쏟아졌으며 신용융자잔고는 17조원을 넘어섰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한도 소진을 이유로 신규 신용융자 약정을 일시 중단했다. 이처럼 증시 과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세우는 방침들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꺼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인에게 공모 시장을 더 크게 열어주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동학개미’를 앞세워 시장의 과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다.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