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론도 '폭로 공화국'의 공범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0-10-26 14:17 수정일 2021-06-12 02:58 발행일 2020-10-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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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차장

최근 유튜브 스타로 떠오른 이근 전 해군 예비역 대위는 유튜브로 발목을 잡혔다. 가로세로연구소 등 ‘옐로 저널리즘’ 성격을 띤 유튜버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무차별로 폭로하면서 이 전 대위는 각종 방송 및 광고에서 하차 수순을 밟고 있다.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폭로 뒤에는 이들의 발언을 검증 없이 받아 써 ‘어뷰징’에 일조한 언론의 무책임도 일조했다. 언론은 당사자의 해명 또는 반론을 실어줘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온라인에는 확인되지 않은 유튜버들의 발언만 집중 조명됐다. 폭로의 진위여부를 취재하거나 당사자를 인터뷰한 매체는 손꼽을 정도다.

이는 이근 전 대위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걸그룹 AOA 전 멤버였던 지민은 과거 같은 그룹 멤버였던 권민아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괴롭힘 당사자로 지목돼 팀을 떠나야만 했다. 그룹 갓세븐의 영재도 온라인상에서 확인되지 않은 학교폭력 당사자로 몰렸고 레드벨벳 아이린은 ‘갑질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온라인 폭로의 일부 내용은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부는 기존 폭로 내용에 살을 붙인 콘텐츠로 재가공되곤 한다. 갓세븐 영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누리꾼은 영재가 목포에서 서울로 떠난 뒤에도 괴롭힘을 당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했다. 지민, 아이린 등도 과거 방송 출연분이나 지인들의 발언을 짜깁기한 영상이 떠돌면서 일방적인 폭로에 힘을 실어줬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누구나 주장과 발언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언론의 기능이 희미해 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언론의 역할은 난무하는 주장을 검증하고 확인한 뒤 보도하는 것이다. 언론이 이들의 주장을 손쉽게 받아쓰는 한 유튜버들은 자극적인 주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자성과 자정 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때다.

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