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뱁새 가랑이 찢으려는 문재인 정부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20-09-23 11:07 수정일 2021-06-12 02:53 발행일 2020-09-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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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 분수에 맞지 않게 남을 따라서 힘겨운 짓을 하면 도리어 해를 입는다는 뜻의 유명한 속담이다. 기자는 이 말을 현 문재인 정부에 던져주고 싶다. 코로나19라는 좋은 핑계를 쥐고 황새를 따라 재정을 쏟는 현 정부에 말이다.

국란(國亂)이라 불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재정지출 확대는 물론 불가피하다. 하지만 재정확대가 비단 이번 위기에만 그랬나.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였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올해는 39.8%로 3.8%포인트 오른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지출 급증으로 정부 임기를 마치는 2022년에는 50.9%에 이르러 무려 14.9%포인트 뛰게 된다.

혹자는 반박한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지출 급증을 빼면 매년 국가채무비율 증가는 1%포인트 미만으로 전임 박근혜 정부 1.3%포인트보다 낮다고. 하지만 생각해보자. 과거 박근혜 정부도 재정건전성 논란에 시달렸고, 비판에 앞장섰던 게 당시 야당인 현 여당 더불어민주당이다. 한 해 국채 발행 및 차입금 규모가 GDP의 0.35% 이하로 유지하는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제출키도 했다. 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정성호 의원도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옳았다. 우리나라는 달러 등 기축통화를 찍어내는 국가가 아니기에 국가채무가 불어나면 원화에 대한 신뢰가 즉시 떨어져 상환 압박을 받고,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출되며, 외환이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 한 마디로 ‘가랑이’가 찢어진다. 이를 우려해 재정건전화법을 외치던 민주당이 집권한 지금 달라진 것이다. 희소식은 정부가 조만간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재정준칙을 내놓을 계획이란 것이다. 찢어지기 전에 어서 가랑이를 닫기 바란다.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