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시 부활한 '낙태죄' 논란

용윤신 기자
입력일 2020-10-12 16:34 수정일 2021-06-12 02:56 발행일 2020-10-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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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윤신 정치경제부 기자

정부가 형법상 낙태죄 처벌을 유지하고 임신 1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낙태죄 부활’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제출한 모자보건법과 형법 개정안 대로라면 ‘낙태죄’는 유지되고 모자보건법의 낙태 허용 조건은 형법 조항으로 격상된다.

이는 그동안 여성계가 낙태의 죄를 규정한 형법 27장 전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것과 배치된다. 여성계는 낙태와 임신중지를 범죄로 보고 처벌하는 것은 여성 신체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주장은 지난한 문제제기 과정 끝에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문에도 담겼다. 헌재 결정문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헌재가 낙태 허용 기간을 최대 22주로 정했으나 정부는 허용 기간을 14주로 단축 시킨 것도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임신 주수 제한은 사람마다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에서도 임신 주수 제한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명확성의 법칙에 위배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정의내리지 않은 것도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관련 부처들이 1년 6개월 간의 숙의를 거친 결과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아직도 국가가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통제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용윤신 정치경제부 기자 yony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