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통업계, 진짜로 변해야 산다

유승호 기자
입력일 2020-09-21 14:55 수정일 2021-06-12 02:53 발행일 2020-09-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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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맛집 브랜드를 확대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늘리고 체험형 매장을 강화하고…’

유통업계에서 지금도 자주 들을 수 있는 이 말은 7년 전부터 이미 업계에서 나오고 있던 이야기였다. 당시 유통업계는 ‘변해야 산다’는 문구를 내걸고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했다. 그간 백화점, 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 채널에 유명 맛집을 유치하거나 상품 등 콘텐츠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2020년, 유통업계에 또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과거와 양상이 좀 다르다. 플랫폼의 변화다. 이번 변화는 단순히 소비자의 유행, 기호에 따른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 편리함 등 우선하는 가치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그간 유통업계에선 소비 방식 변화의 시그널들이 관찰됐다. 출혈경쟁으로 금방 무너질 것 같았던 이커머스 업체들이 온라인쇼핑 성장을 이끌며 시장에서 버틴 것이 대표적이다. 무게추가 점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전환의 방아쇠를 당긴 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다.

오프라인 중심 유통업체는 소비 플랫폼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최근 백화점업계가 식품관 조리음식을 인근 아파트나 오피스 상권으로 배달하는 것은 플랫폼 변화에 따른 하나의 전략으로 꼽힌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새벽배송에 적극 나서고 있는 SSG닷컴이나 생필품 1시간 배송에 뛰어든 롯데온의 행보도 플랫폼 변화에 따른 예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발생 후 우리 사회는 가보지 않은 길을 마주하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업체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이제 쇼핑사업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변해야 산다’는 말이 주는 무게감도 7년 전과 달라야 한다.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pe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