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붙은 OTT업계, 제2의 '옥자' 나올까

남궁경 기자
입력일 2021-05-09 15:13 수정일 2021-05-20 20:47 발행일 2021-05-10 19면
인쇄아이콘
남궁경_증명사진
남궁경 산업IT부 기자.

‘옥자’는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안착을 도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당시 넷플릭스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콘텐츠는 물론 인기 미국 드라마 마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듬해 봉준호의 옥자로 반전에 성공했다. 극장·온라인 동시 개봉을 반대한 대형 멀티플렉스가 옥자 상영을 거부하자 옥자를 보고 싶은 관객들은 넷플릭스에 가입했고, 이는 넷플릭스를 대중에게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넷플릭스는 옥자 이후 첫 오리지널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좀비 사극 ‘킹덤’, ‘사냥의 시간‘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앞세워 국내 OTT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이 덕분일까. 현재까지도 국내 OTT시장에서의 넷플릭스 입지는 탄탄하다.

토종 OTT 업체들은 이러한 넷플릭스의 독주를 깨부수기 위해 ‘대규모 투자’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더 이상 플랫폼 운용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 자체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든 것이다.

콘텐츠웨이브(웨이브)는 5년간 약 1조원을, KT 스튜디오지니와 CJ ENM의 티빙은 각각 5000억원, 4000억원의 거금을 콘텐츠 제작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여기에 웨이브는 최근 미생·시그널·도깨비 만든 이찬호 CCO를, KT스튜디오지니는 콘텐츠 전문가 김철연 공동 대표를 영입하며 웰메이드 콘텐츠 제작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결단을 마냥 장밋빛으로만 볼 수 없을 것이다. 투자 금액이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을 뿐더러, ‘디즈니플러스’, ‘HBO Max’ 같은 새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콘텐츠 공개도 전에 김빠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이번 업체 간 경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소비자일 것이란 사실이다.

남궁경 기자 nk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