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익부빈익빈 심화시키는 비트코인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1-05-24 14:22 수정일 2021-05-24 14:25 발행일 2021-05-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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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때는 무섭게 치솟다가 내릴 때는 바닥이 보이지 않게 꺼진다. ‘사기’냐 ‘디지털 골드’냐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평가만큼이나 변동성도 크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인 개당 6만3223.88달러(지난달 14일 기준)에서 24일 45.56% 급락(3만4415.05달러)했다. 영끌해서 가상화폐 시장에 들어갔던 이들의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미국의 개입으로 가치가 급락할 수 있고 중국이 지지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다면, 이는 태생적으로 무정부주의인 비트코인에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시세는 괴짜 CEO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도 춤을 췄다.

결국 비트코인이 화폐나 자산으로서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는 신뢰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미 연준이 찍어내는 기축통화 달러나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금보다 정체불명의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든 발명품을 신뢰해 자신의 재산을 베팅했다면 그 근거와 가치 판단의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 치솟는 시세에 편승해 기성세대와의 격차를 메워보고자 영끌했던 것이라면 조급한 마음이 담긴 도박(투기)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한 투자의 고수는 최근 세태를 놓고 이렇게 말했다. “부자들은 돈이 많아 안전하고 여유롭게 투자해서 수익도 많이 나는데 개미들은 적은 돈으로 고수익을 쫓다보니 급하고 위험한 플레이를 하다 그나마 가진 돈마저 털린다.”

사람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길 기대했던 가상화폐 시장이 결과적으론 우리 사회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