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PO 거품 경고' 안 들었나 못 들었나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05-31 15:00 수정일 2021-06-02 23:13 발행일 2021-06-01 19면
인쇄아이콘
2019030301010000295_p1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가파르게 오른 자산은 하락률도 크다는 뜻.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을 지켜보면서 이 격언이 새삼 떠올랐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을 필두로 IPO 시장에는 훈풍이 크게 불어왔다. SK바이오팜이 당시 역대 최대 증거금을 쓸어 담으며 이른바 ‘따상’을 넘어서 ‘따상상상’을 기록했고, 카카오게임즈도 ‘따상상’에 성공했다.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IPO 시장에 몰렸고, 지난해 ‘따상’을 기록한 종목들이 대거 등장했다. 상장을 앞두고 ‘대어(大魚)’라는 소문이 들리면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렸다. 지난해 ‘주식 광풍’과 더불어 IPO 시장에 거품 논란이 점화되는 중에도 사람들은 너도나도 IPO 시장으로 몰렸다. 마침 정부가 일반 청약 물량을 늘리고 균등배정 제도를 실시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을 높여 IPO 시장 과열에 기름을 부었다.

‘따상상상’과 ‘따상상’으로 불이 붙었던 IPO 시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시작으로 속도가 둔화됐다. 상장 당시 역대 최대 증거금 신기록을 썼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SK바이오팜처럼 ‘따상상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따상’에 그친 것이다.

어쨌든 ‘따상’에 성공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다음 주자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로 몰렸다. 증거금은 81조9017억원, 당연히 역대 최대였다. 그러나 SKIET는 상장 첫 날 시초가 대비 21.67% 급락하면서 시장을 실망시켰다. 올해 남은 대어들(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지·크래프톤·LG에너지솔루션)의 부담이 커졌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그간 거품 논란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현실을 날카롭게 파악하지 못 하고 눈과 귀를 막은 것은 투자자들이다. 가파르게 오른 시장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는 것도 투자를 현명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