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는 계획이 다 있구나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1-05-23 14:52 수정일 2021-06-02 23:14 발행일 2021-05-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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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유혜진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2년 전 이맘때 세상에 나온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대사다.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 아버지 기택이 배우 최우식이 연기한 아들 기우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잣집에서 일할 생각에 들떴던 가족이지만, 끝은 처참했다. 기택은 결국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라고 내뱉었다. “계획을 하면 모든 계획이 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거든”이라는 말이 뒤를 잇는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제도 역시 이 모양이다. 가계 부채 및 부동산 대책이 현실을 못 따라온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가계 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개인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은행권 40%로 점차 규제하는 게 대표적이다. 비주택담보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

규제가 겹겹이 쌓이면서 실수요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실수요자가 내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대출을 조이는 대책은 오히려 시장의 이런 요구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부는 가계부채 총량이 더 급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노력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그럴 필요가 있다. 가계 부채 규모가 국가 경제 수준(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가 켜켜이 더해질 때마다 시장에서는 혼란스럽다고 토로한다. 소비자가 느끼기엔 하루가 다르게 정책이 바뀐다.

기생충 명대사가 또 하나 머릿속을 스친다. “그 어떤 좋은 계획도 실패할 수 있지만 무계획은 실패할 일이 없어,” 오죽하면 국민들이 정부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겠는가.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