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파에 멈춘 美 신재생에너지 발전

윤인경 기자
입력일 2021-02-18 14:01 수정일 2021-06-02 23:15 발행일 2021-02-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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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경 산업IT부 기자

최근 봄이 오나 싶을 정도로 포근했던 날씨가 무색하게 다시 한파가 찾아오면서 전국 곳곳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 역시 북극발 한파에 몸살을 앓고 있다.

CNN 방송은 미국 본토의 73% 이상 눈이 쌓였고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인 1억5000여 만명에게 한파 경보가 발령됐다고 전했다. 남서부 텍사스주는 발전소 장비가 결빙되면서 410만 가구 이상에 전기가 끊겼다. 전체 전력 생산의 25%를 차지하는 풍력발전기는 터빈에 눈이 쌓여 얼면서 상당수가 가동이 중단됐다.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미국 현지에 있는 주요 대기업을 비롯해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오스틴 공장이 전력 부족으로 가동 중지된 것은 1998년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유럽 역시 매서운 한파로 기온이 곤두박질쳤다. 겨울에도 눈을 보기 어려운 그리스는 평년보다 기온이 20도 이상 떨어지면서 12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이처럼 전례 없는 혹한과 강풍으로 세계 곳곳에 피해가 속출하면서 전력 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눈이나 비 등 기상 조건에 취약한 태양광·풍력 발전 형태의 특성상 겨울철 혹한을 대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폭설에 이은 강추위로 태양광 패널에 쌓인 눈이 얼어붙어 전력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이번 북극발 한파로 인한 전력 부족 사태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이를 보완하지 않고 단순히 설비용량만 빠르게 확대할 경우 향후 심각한 전력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윤인경 산업IT부 기자 ikfree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