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0대 영끌, 정말 안타까웠을까

문경란 기자
입력일 2021-03-24 14:07 수정일 2021-05-08 14:40 발행일 2021-03-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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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지난해 8월 말,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주택자 등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이 많이 거래됐는데 그 물건들을 30대 젊은 층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로 받아주는 양상”이라며 “법인 등이 내놓는 물건을 30대 젊은 층이 ‘영끌’해 사주는 이런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끌을 해서 집을 사는 것보다 공급될 물량을 기다렸다가 분양을 받는 게 장기적으로는 도움 될 것” 이라고 발언했다. 발언 당시에도 공감대 형성은커녕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끊임없이 쏟아낸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 같은 발언 이후 6개월이 지났다. 30대의 영끌, 정말 안타까웠을까?

발언 이후에도 젊은 층의 ‘영끌’, ‘패닉바잉’은 멈추지 않았다. 9억 이하로 대출이 가능해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었던 수도권 아파트들은 반년 만에 또다시 1~2억 원이 훌쩍 올라 이달까지 실거래됐다. 일산 주엽동 강선마을7단지 전용 85㎡는 지난해 8월 중순 5억7500만원에 거래됐지만 4개월도 안 돼 7억5000만원까지 실거래 됐다. 반년 만에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정부 말을 믿고 기다린 게 오히려 안타까운 건 아니었을까 의구심마저 든다.

반년 전 믿고 기다려 달라던 국토교통부 수장은 떠났고, 획기적 공급대책을 내세운 새 수장마저 LH 투기 의혹에 책임을 지며 시한부 수장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주도의 공급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시장은 현재 오른 호가에서 매수-매도 눈치싸움이 팽팽하게 진행되며 변수 하나만 생겨도 큰 혼돈이 생길 것 같은 불안한 흐름이다. 6개월 이후가 또 궁금해진다. ‘영끌’, 정말 안타까웠을까?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mg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