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연의 영화화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1-02-17 14:14 수정일 2021-02-17 18:26 발행일 2021-02-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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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차장

영화의 순기능이란 무엇일까.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춘 듯한 대한민국에서 영화분야는 유독 혹독했다. 대작들은 개봉일을 미루거나 그나마 제작비라도 건질 수 있는 OTT서비스로 옮겨갔다. 

올초 스크린 보릿고개를 채우는 건 오롯이 재개봉 영화들의 몫이다. 추억의 영화들을 다시금 큰 화면으로 보는 건 분명 반갑지만 뭔가 허기진 배에 따듯한 엄마밥 대신 인스턴트 식품을 욱여넣는 듯한 헛헛함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처럼 개봉할 영화가 없는 극장가는 ‘재개봉’과 ‘수년간 묵혀뒀던 미개봉’ 콘텐츠와 더불어 무대예술에 눈을 돌렸다. 지난 11일부터 CGV에서 상영 중인 뮤지컬 ‘시데레우스’가 좋은 반응을 얻은 데 이어 24일에는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이, 3월 초에는 뮤지컬 ‘호프’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16일 시사회에서 만난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장르적 확장의 가능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뮤지컬 공연 실황을 영화관으로 옮기는 시도는 코로나19 위기가 한몫 했다. 16일 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비친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의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중단되면서 아쉬움도 컸지만 이 좋은 콘텐츠를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영상화 작업으로 단순한 기록 영상이 아닌, 영화관에서 상영을 해도 문제가 없는 완성도”라는 자부심은 거짓이 아니다.

2020년 7월 공연을 고스란히 옮긴 영화는 9대의 4K 카메라와 풍부한 5.1채널 사운드의 기술을 더해 무대의 사실감을 살려냈다. 공연장르 안에서 기존의 ‘명성황후’가 쌓아놓은 인지도를 ‘잃어버린 얼굴 1895’가 다시금 불살랐다면 이번 실황영화는 장르적 확장이란 점에서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