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車반도체로 옮겨붙은 ‘K-국뽕’

김상우 기자
입력일 2021-03-11 14:04 수정일 2021-03-11 14:05 발행일 2021-03-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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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산업IT부 기자

‘네가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는 자를 보느냐. 그보다 미련한 자에게 오히려 희망이 있느니라.’ (잠언 26장 12절)

인류 최고의 지혜자로 손꼽히는 솔로몬은 성경 잠언을 통해 우월의식의 폐단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사실 인류 역사에서 우월의식은 숱한 위험성을 내포해왔다. 게르만 민족의 우월함을 주창하며 침략 전쟁을 합리화한 아돌프 히틀러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 민족들을 죄다 오랑캐라 부른 중국의 중화사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이슈로 번진 차량 반도체 수급난에 우리 정부가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구성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참에 네덜란드의 NXP 등 차량 반도체 5대 기업 구도를 흔들어보겠다는 결연함까지 내비쳤다. 이를 두고 어느 한쪽에서는 ‘K-차반도체’를 슬그머니 꺼내 들었다. K-방역부터 K-바이오, K-뉴딜 등 현 정부 들어 지겨우리만치 듣고 있는 K-시리즈의 새로운 버전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차량 반도체 수급 문제는 단순히 의욕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보고 있다. 차량 반도체의 낮은 수익성은 둘째 치고, 일시적인 공급 부족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 1년을 넘긴 직후, 정부는 K-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K-소부장이 그렇게 놀라운 성과가 아니었음을 통계를 통해 낱낱이 밝혀졌다. 만약 정부가 K-시리즈의 연결선상으로 차량 반도체를 지목했다면, 심각한 남용이다. 정부는 4년여 동안 국가 전략에서 특정 산업이나 제품을 세계 1위로 키워낸다는 ‘국뽕’의 체취를 수없이 풍겨왔다. 언제까지 우월의식에 도취할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절어 있는 K-시리즈를 끊으려면, 이제라도 건전한 비판이 가해져야 할 때다.

김상우 산업IT부 기자 ks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