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큰물 찾아가는 대어들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03-18 13:53 수정일 2021-06-02 23:16 발행일 2021-03-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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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시장이 떠들썩하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주식을 매도하는 등 임직원 보호예수 논란에 휩싸이면서 거래 첫 날 이후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시가총액 83조8636억원(17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3위 수준이다.

쿠팡의 뉴욕증시 직상장은 선진국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을 외면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일부 해소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뒷맛이 씁쓸한 이유는 그들이 지난해부터 공모주 열기가 한창인 한국 주식시장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팡이 코스피가 아닌 뉴욕증시를 찾은 이유에 대해선 차등의결권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결국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 주식시장의 매력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2000조원대로 뉴욕증시 1위주인 애플 한 종목과 비슷한 수준이다.

쿠팡은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부터 꾸준히 미국의 기관투자자들과 글로벌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유치해왔고, 김범석 의장은 2011년부터 뉴욕증시 상장 의사를 밝혀왔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쿠팡은 시장논리에 따라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을 뿐이다. 코스닥 상장 절차에 기술성 평가 및 다양한 특례제도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누적 적자금액 4조원’이 부각돼 투자자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뉴욕증시에 상장한 아시아 기업 중 공모가 기준 5번째로 평가받았다.

쿠팡 상장 이후 마켓컬리가 뉴욕증시 상장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들려왔다.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을 해외에 뺏기기 전에 상장 제도와 투자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