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회색빛 봄, ‘촉진자’ 꿈꾸는 환경부에게

곽진성 기자
입력일 2021-03-15 13:46 수정일 2021-03-15 13:47 발행일 2021-03-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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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며칠째 봄 풍경이 온통 회색빛이다.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하기에, 어느 명품 드라마의 ‘신(Scene)’처럼 완벽한 봄 하늘을 기대했건만, 눈치 없이 등장한 빌런 ‘초미세먼지’에 현실은 엉망이 되고 만다.

이달 들어 전국에 내려앉은 미세먼지는 정부와 지자체의 저감조치에도 쉽사리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와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초미세먼지’의 위협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과,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도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텁텁함이 더한다.

언제쯤 회색빛 아닌 온전한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을까. 최근 한정애 환경부 장관 기자간담회는 초미세문제 해결에 관한 주무부처 수장의 기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한 장관이 정치인 출신이자, 여당 실세 정치인으로 평가받아왔다는 점에서 환경부 주도의 문제 해결 동력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됐다.

실제로 이날 한 장관은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촉진자로서 환경부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초미세먼지 해결에 있어 필수적인 중국과의 협력 부분에 있어서는 이 같은 포부에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 장관은 “중국과 초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있어 어떤 촉진자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촉진자의 역할은 중국과의 초미세먼지 협력 부분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모습이었다. 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중 환경협력센터 가동이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다”는 한 장관의 말은 한·중 간의 미세먼지 협력이 아직 갈 길이 멀음을 보여주는 단면인 듯 하다.

국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청명한 봄을 마주하길 원하고 있다. 환경부에 한·중 환경협력센터 정상 가동, 초미세먼지 해결에 있어 촉진자·혹은 이상, ‘환경 어벤저스’가 되길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