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터리 내란' 멈추고 큰 그림 그릴 때

홍보영 기자
입력일 2021-03-22 14:02 수정일 2021-05-29 19:15 발행일 2021-03-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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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Boyoung
홍보영 산업IT부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대립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의 영토가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전 세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18.5%를 점유하며 2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배터리 사용량 비중 1위(23.9%)에서 한 계단 내려온 것이다. 삼성SDI(4.8%)와 SK이노베이션(3.9%)은 각각 4위에서 5위, 6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 CATL(31.1%)이 LG에너지솔루션을 앞질러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탈환했고, 중국 BYD(8.9%)는 지난해 9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

2년 가량 소송을 주고받는 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이미지는 실추하고 있다. 이는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져 적기 수급이 중요한 배터리 시장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공급처 확보에서 낙오할 경우, 일본·중국은 물론 유럽에 있는 경쟁사들에 뒤처질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배터리 시장의 성장성을 반도체 시장보다 높게 평가한다. 유진투자증권은 오는 2027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를 1694억 달러로 추정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164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 관련해 처음 제동을 걸었을 때만 해도 합의금 규모가 크지 않았다”며 “분쟁이 길어지는 동안 합의금 규모가 점점 불면서 합의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금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게 급선무다. 눈앞의 이익이나 자존심 싸움에서 한 걸음 물러나 큰 그림을 봐야 할 때다.

홍보영 산업IT부 기자 by.hong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