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지원의 다짐은 어디로 갔나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21-02-22 14:21 수정일 2021-05-10 22:37 발행일 2021-02-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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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정치경제부 기자

“국정원이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국내 정치에 절대로 관여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명확히 하겠다.”

지난해 9월 21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밝혔던 내용이다. 그러나 그 다짐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깨졌다. 박 원장 스스로 깬 것이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18대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를 사찰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

국가의 권력기관이 국민을 사찰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하고, 이를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기가 너무 부적절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다분히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굳이 이 때를 택해야 했는지 되물어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의 정보공개 판결이 있었던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2달이라는 시간동안 무엇을 하다가 보궐선거 준비가 한창인 이 때 이러한 카드를 꺼내든 것인지 저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박 원장 보고 당시 “선거에 악용될 여지에 대해 걱정한다. 선거와 연관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 스스로도 이러한 보고가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충분히 고려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우려에도 이러한 패를 꺼내들었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말했던 정치개입을 스스로 뒤집은 꼴이 됐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오해 받을 일을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다. 또 결과가 옳다고 해서 과정에 부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장희 정치경제부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