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청년의 영혼을 잠식하는 경제 양극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독일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이 1974년 만든 영화 제목이다. 이는 또 아랍의 속담이라고도 한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한 단편이기도 하다.최근 청년들의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함은 경제적 양극화다. 거칠게 말하면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라 유명한 대학을 나온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경우 양상이 점점 굳어진다. 전자의 경우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확률이 더 높아진다. 성급한 단정이 아니라 통계가 뒷받침한다. 청년들이 박탈감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청년층의 부모 세대는 스스로 말 하듯 모두가 가난했고 나만 노력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시대이다. 제 3세계 국가들이 그렇듯 저임금·노동집약적 제조업을 중심으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다. 취업도 상대적으로 쉬웠고 사회적 양극화도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세대가 지난 뒤 경제는 양적으로 커졌지만 양극화는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다. 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최근 나온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보면 기혼 부부 중 자가 소유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돈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제력(부모 지원)이 높은 사람들이 결혼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연애도 결혼도 포기한다는 세간의 말이 통계로 확인 되는 것이다. 육아 휴직 이용자도 공·대기업에 쏠려 있다. 낮아지는 결혼·출산율의 이유가 ‘요즘 것들이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다.경제적 불평등·양극화는 청년의 영혼만 잠식하는 건 아니다. 한국의 미래도 잠식할 수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저서 ‘불평등의 대가’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미국 사회의 건강성을 어떻게 약화시키는지 역설한다.청년의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정부와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2019-03-24 13:03 이원배 기자

[기자수첩] 시장 실패, 정부 실패

채현주 금융증권부 차장시장실패를 손보기 위해 정부가 개입한다. 독과점과 담합 해소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왜곡된 가격을 바로잡는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가격에 손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정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격을 조절한다. 가격은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된다. 시장경제의 기본법칙이다. 기자도 이런 가격 결정 이론을 믿는다.그런데 지금 시장에선 ‘보이지 않는 손’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력이 있다. ‘정치’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관철시키기 위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단행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을 꾀했다.그러나 각종 경제지표는 최악이다. 성장은 물론 분배도 그렇다. 한 경제학자는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면 안된다”고 피를 토하듯 말한다. 시장실패를 바로잡으려다 새로운 비효율에 직면하는 정부실패를 문재인 정부가 모를 리 없다.최근 카드 수수료율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이들에게는 낮은 수수료율을, 카드 사용에 따른 마케팅이 집중되는 대형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하라고 했다.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은 혈투를 벌이고 있다.이런 분쟁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2012년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이 이렇게 말했다. “공공요금이 아닌 민간기업의 가격을 정부가 결정·강제하는 법률은 다른 영역에서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좋지 않은 입법례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가 3년마다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했다.정권은 표심을 위해 가격을 조정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가격에 손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채현주 금융증권부 차장 1835@viva100.com

2019-03-21 14:51 채현주 기자

[기자수첩] 다시 읽는 '문대통령의 취임사'

한장희 정치경제부 기자“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습니다. (중략)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지난 2017년 5월 10일 국회 본관 로텐다홀에서 밝혔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 일부다.적폐청산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출발한 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잊고 있는지 묻고 싶다. 과거정부의 잘못된 관행과 결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그 모습은 3년차에 접어든 지금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예부터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의혹은 피하기 어렵다. 이 정부도 과거정부와 비교했을 때 나아진 점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최근의 검찰 수사를 봤을 때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점차 사실로 규명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체크리스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지만, 검찰은 특정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 추천 표시가 있는 문건과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공모 전 청와대와 환경부 사이에 특정 인물을 거론하는 이메일을 주고받은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과거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였던 시절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었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낙하산 인사가 잘못된 관행이라는 것이 바뀌지는 않는다. 다시 취임사를 읽고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고언(苦言)한다.한장희 정치경제부 기자 mr.han777@viva100.com

2019-03-20 14:26 한장희 기자

[기자수첩] 세월호 영화 '시기 논란'은 이제 그만

이희승 문화부 차장전 국민을 충격과 우울증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 이후 5년이 지났다. 주로 다큐멘터리와 저예산 영화로 제작돼 온 세월호 사건이 최근 상업적 영화에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세월호를 다루는 방식에 ‘빠르다’ ‘시기적절하다’는 논란은 항상 있어 왔다. 전자는 유가족의 상처와 기억을 기인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후자는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그런 의미에서 20일 개봉하는 영화 ‘악질경찰’은 철저히 베일에 감춘 마케팅 방법을 썼다. 표면은 비리에 눈감고 공권력을 이용하는 형사를 내세워 ‘어른의 책임’을 묻는다.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는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와 연출의도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제작비 90억원의 ‘악질경찰’은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코리아가 배급을 맡았다. 대기업 자본의 수직계열화된 극장이 대부분인 한국 영화계에서 최대한 많은 스크린수를 확보하기 위한 최선책이다.아예 대놓고 남겨진 자의 슬픔을 아우르는 ‘생일’ 역시 극장사업의 후발주자인 NEW의 배급망을 타고 세상에 보여진다.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을 챙기는 유가족들 이야기에서 출발한 영화에는 국민 배우들이 출연하며 힘들 보탰다. 설경구는 “스케줄상 도저히 출연할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해야만 했다. ‘벌써 이 영화를 해야 하나?’도 있었지만 ‘그동안 왜 안만들어졌나’ 생각도 들었다”며 영화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전도연 역시 “부담스럽고 선뜻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슬픔 속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느꼈다”며 출연이유를 밝혔다.영화는 세상을 비추는 예술이다. 영화보다 더한 사건들이 터지는 현실 속에서 시기에 대한 논란은 부적절해 보인다. 이미 한국 영화계는 ‘다이빙 벨’ 상영을 두고 진통을 겪었다. 그런 영화계에서 세월호 소재 영화 제작과 배급 그리고 연기로 참여한 영화인들의 용기가 폄훼돼선 안된다.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

2019-03-18 14:56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주총 '전자투표제' 갈 길 멀다

이효정 산업IT부 기자주주총회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주들의 경영 개입이 늘어나면서 재계에 전자투표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전자투표제는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명부, 주주총회 의안 등을 등록해 주주가 주총에 직접 가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한국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섀도보팅제(의결권 대리행사)가 2017년 폐지되면서 대안으로 떠올랐다.올해 주총에서는 SK하이닉스,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CJ 등 굵직한 대기업 상당수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주주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의견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하지만, 전자투표제가 정착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체 2111개 상장사 중 전자투표를 도입한 곳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204개사(57.03%)였지만, 실제 전자투표를 이용한 상장사는 24%인 503개사였다. 주주들의 전자투표 행사율 역시 3%대에 그쳤다.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지난해 5월 액면분할을 실시하면서 소액주주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올해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국 유예했다.개인주주 1인당 평균 보유 주식 수는 7300주, 종목 수는 4.22개라고 한다. 사실 3월 넷째주와 다섯째주 금요일마다 으레 반복되는 ‘슈퍼주총데이’에 일일이 기업을 방문해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개미들은 ‘1주를 보유한 소액주주라서’ 혹은 ‘귀찮고 일정이 불가능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주주의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기도 한다.각 기업들은 전자투표제를 활성화해 주주의 참여를 보장하고,주주들은 단 1주의 주식이라도 당연한 권리에 대한 주인의식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이효정 산업IT부 기자 hyo@viva100.com

2019-03-17 15:16 이효정 기자

[기자수첩] ‘서민’ 빠진 서민금융

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서민금융이란 말이 부쩍 많이 들려온다. 오히려 서민금융정책이 부실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림자 효과다.서민금융이 금융업계의 이슈로 부각된 배경에는 불법대출 증가가 한몫했다. 사상 최악의 고용지표, 장기화하는 저물가 기조 등은 우리나라 경기 둔화를 나타내는 하나의 측면이다.설상가상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정부는 은행 대출 문턱을 높였다. 서민 입장에선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돈을 빌리는 것마저 어려워진 셈이다.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서민금융기관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지역금융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호금융은 특유의 정체성을 상실한지 오래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금융은 지역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신용대출을 주 업무로 했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도 이를 통해 비교적 손쉽게 대출을 받고 이를 토대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지금은 시중은행 업무와 차별점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현재 대부분 상호금융 영업에서 90% 이상이 담보대출로 과거 중점적으로 해온 신용대출 기능을 많이 상실했다”고 지적했다.서민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이 어려워진 서민들은 부득이하게 대부업이나 사금융으로 대거 이동하게 됐다. 질 나쁜 대출로의 ‘풍선효과’다.상호금융이 제 기능을 상실한 근본적인 원인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제도권 금융기관과 획일적인 건전성 규제를 적용했기 때문. 유럽협동조합조직을 비롯한 세계 전역의 서민금융기관들은 아직도 관계금융을 지향한다. 우리나라도 지역특성을 반영한 차별적 규제를 통해 서민금융의 뿌리를 살릴 필요가 있다.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 by.hong2@viva100.com

2019-03-14 15:07 홍보영 기자

[기자수첩] '지방 미분양' 비명 안들리나

이연진 건설부동산부 기자지방 주택 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나날이 쌓이고 있다. 특히 지방 부동산 침체가 단순히 집값 하락 통계수치를 넘어 피부로 와 닿을 만큼 가시화되면서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의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분양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지방 주택종합매매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0.1% 하락해 2017년 12월 이후 1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시·군·구 기준 경남 김해 집값이 2.05% 떨어져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울산 북구(-1.75%), 울산 동구(-1.44%), 전북 군산(-1.23%) 등이 그 뒤를 이었다.미분양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1월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7981가구로 2014년 9월(1만8342가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중 지방 물량은 83%(1만5000가구)에 달했다. 미분양 전체로 보면 5만9162가구였는데 지방은 5만1009가구로 86%를 차지하는 셈이다.현재 지방 주택시장을 바라볼 때 지표만 보고 시장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지방은 이미 입주 물량이 쌓이고 거래가 계속 위축되면 악성 미분양이 심각한 수준이다.하지만 정부는 지방 맞춤형 부동산정책을 시사했지만, 최근까지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침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데 정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지방 주택시장 침체 원인은 공급이 과다하게 이뤄지는 반면 기반산업이 위축돼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요를 확충하는 세제완화 등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방 시장의 어려움은 갈수록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이연진 건설부동산부 기자 lyj@viva100.com

2019-03-13 15:36 이연진 기자

[기자수첩] 미세먼지 정쟁化 경계해야

양세훈 산업·IT부 차장최근 자유한국당이 “미세먼지가 탈원전 탓”이라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의 발전량이 줄고 석탄화력발전과 LNG복합발전의 발전량이 늘면서 미세먼지 발생량 또한 늘었다는 논리이다.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폐쇄된 원전은 현재까지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뿐이며, 신고리 3·4호기는 새로 가동에 들어갔다. 원전 발전량은 줄었지만 원전은 줄지 않았고 경주 지진 등의 이유로 원전 안전성 강화를 위한 정비기간이 늘어난 탓이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석탄화력과 LNG복합화력은 늘었지만, 이곳에서 뿜어낸 미세먼지는 9300t이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최신 저감기술을 적용한 발전소가 늘고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따른 화력발전소 출력을 제한한 덕이다.물론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 등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속도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탈원전 탓으로 몰아붙이는 정치 프레임은 경계해야 한다. 자칫 43만명을 넘어선 탈원전 반대 서명과 원전에 대한 우호적인 국민 여론이 그간의 정확한 통계와 근거에서 벗어나 정치프레임으로 왜곡 해석된다면 그 동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잿빛 하늘이 일상이 된 세상이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온갖 중금속이 섞여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인과관계를 증명한 후 중국으로부터 유기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일이다. 그러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바다 건너 국경을 넘어서 오는 미세먼지가 탈원전과 같이 정쟁(政爭)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양세훈 산업·IT부 차장 twonews@viva100.com

2019-03-11 14:59 양세훈 기자

[기자수첩] 미세먼지도 경제도…언제쯤 中 벗어날까

정길준 산업IT부 기자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와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화력발전 상한제약 시행 등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국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미세먼지 대부분이 ‘중국산’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정부는 인공강우 등 중국과의 협업을 통한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 탓 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경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은 없어선 안 될 1위 교역국이다. 최근 3개월 연속 수출 하락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중국의 경기둔화가 꼽히는 것도 과장이 아니다. 지난 5일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당초 제시했던 6.5% 내외에서 6.0~6.5%로 하향 조정하자 우리나라 경제지표도 동반하락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한국이 글로벌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산업 분야의 핵심인재들을 고액의 연봉으로 끌어들이는 ‘인력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는 중국의 행동이 주력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일부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직행위 자체는 개인 선택의 자유라 회사가 강력하게 맞설 수도 없는 상태다.진정한 친구 앞에서는 숨김이 없어야 한다. 더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 불만이 있으면 가감 없이 표출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정치와 외교에 연연하지 않고 진심을 떳떳하게 전달할 수 있는 용기와 뚝심이 절실하다.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

2019-03-10 15:06 정길준 기자

[기자수첩] 입으로만 민생·개혁 외치고 속내는 선거뿐인 국회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국회는 임기 4년 내내 대선을 치른다”여야가 입으로는 민생·개혁을 외치면서도 속내는 정권 창출을 위한 정치 셈법만 있다는 한 국회의원의 지적이다. 국회는 쏟아지는 현안과 여론에 떠밀려 급하게 일을 해치운다. 온갖 현안들은 모이는데 일할 의원은 한정돼 있고 여야 입장은 상이해 난국을 겪는 처지를 이해 못할 건 없다. 문제는 정책적 고민보다 정략적 판단을 우선하며 정쟁을 일으키고, 사회의 환부는 악화되도록 방치한다는 점이다.정치의 동력은 권력욕이라지만 이 때문에 본분을 망각해선 안 된다. 사회갈등이 발생하면 중재해야지, 지지층 결집을 위한 부지깽이로 삼아선 안 된다는 말이다. 사립유치원 문제가 한 예다. 당장 유치원과 학부모들이 아우성 치는데 여야가 서로 신념으로 포장한 아집만을 내세우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거기다 지지세를 키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쪽 편을 들어 갈등을 부추긴다면 주객전도의 극치라고 할 만하다.불행히도 갈등을 양식 삼는 정치는 이미 국회의 생리다. 여야는 대립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며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손익계산에 따라 강도가 다를 뿐이다. 여야 모두에게 유권자의 표심을 살 방안인 정부 예산은 정치적 공방을 벌이면서도 심사 법정기한을 넘길까 조마조마해 하며 극적 타결을 이룬다. 반면 선거에서의 손익이 갈리는 선거제 개혁은 선거구 획정 법정기한에도 콧방귀를 뀌며 논쟁에 골몰한다.이런 메커니즘에서 정책적 고민을 기초로 한 획기적 법안을 낳는 건 언감생심이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여야 당론의 공방장으로 전락했고, 정치 셈법에 따라선 국회 자체가 멈추기도 해서다. 실제로 국회는 여야 대치 탓에 올해 들어 이달 초까지 본회의를 한 번도 열지 못했다.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

2019-03-07 10:46 김윤호 기자

[기자수첩] 증권거래세 폐지냐 인하냐, 의미 없는 싸움일 뿐

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연 초부터 이어진 증권거래세 개편안이 점차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가 증권거래세의 단계적인 폐지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특위는 증권거래세 폐지의 경우 세율을 순차적으로 낮춰 최종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증권거래세 폐지 없이는 손실과세 및 이중과세 문제가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이다.이 밖에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별로 발생한 손실과 이익을 합쳐서 계산한 뒤 과세토록 했고, 금융투자상품 투자로 손실을 본 경우에는 세액을 차감해 주는 손실이월공제도 허용하는 방안을 담았다.하지만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우선인 만큼 거래세의 ‘단계적 인하’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맞섰다. 특위는 다음 달 중 TF에서 논의를 마무리하고 당정협의를 할 예정이나, 기재부는 심도 있게 검토 후 내년 중반에 정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기재부의 현재 속도로는 개편안 추진의 동력을 저하시킬 뿐이다. 이미 각종 연구 보고서에선 거래세 폐지가 증시 활성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기대치가 한껏 올라간 상황이다.전세계적 추세에 따라 거래세 폐지는 불가피하다. 이보다는 양도세 전환에 대한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거래세와 양도세를 이중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이미 업계에선 양도세 기준이 강화되면 주식거래가 위축될 수도 있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거래세 논의에 머물러 있는 정부보다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증권거래세 폐지인지, 인하인지 불필요한 신경전은 그만두자. 이보다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정부 정책도 시장의 속도에 맞춰가야 할 필요가 있다.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

2019-03-06 15:08 이정윤 기자

[기자수첩] '당당한 중앙회'가 되려면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금품수수와 흑색선전으로 서로를 비방하는 사례가 매 선거 때마다 끊이질 않았어요. 서로 같이 뭉치기도 급한데….”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인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워했다.제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도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서울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기간에 접수된 고발 건수는 10여 건에 달했다. 중기중앙회는 회장 선거를 치를 때 마다 홍역을 치렀다.중기중앙회장 자리를 두고 혼탁 선거가 매번 빚어지는 까닭은 처벌이 강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적용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공직선거법과 다르게 당선인 측근이 법 위반을 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중통령’이라고 불리며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 중기중앙회장인 만큼 부정선거 방지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이번에 당선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역시 금품수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 회장의 비서실장은 김 회장을 인터뷰한 모 언론사 기자에게 현금과 시계를 준 혐의로 현재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하지만 오히려 김 회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입장을 묻는 취재진을 뒤로 한 채 기자간담회장을 빠져나갔고 결국 엘리베이터 안에서 5분여간 몸싸움과 막말 등 대치 끝에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알 것”이라는 옹색한 답변을 내놨다. 김 회장의 첫 기자간담회는 그렇게 아수라장이 됐다.낙타는 뜨거운 태양과 마주하면 얼굴을 태양쪽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이 360만 중소기업인을 이끄는 ‘중통령’의 책임이지 않을까. 중소기업인들이 원하는 당당한 중앙회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유승호 기자 peter@viva100.com

2019-03-04 14:41 유승호 기자

[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주주총회인가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1~9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상장법인 수는 6곳이다. 12월 전체 결산 상장법인 수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3월 27일 하루에만 200곳 이상의 주총이 몰려 있다. 당초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특정일에 주총이 몰릴 것으로 보고 이를 피하도록 했으나, 오히려 다른 날짜에 주총이 몰리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당국의 노력에도 ‘수퍼 주총데이’는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상장사들은 결산과 감사 일정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이 3월 중순 이후에 날짜를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상장사들은 ‘수퍼 주총데이’의 언덕을 넘으면 ‘3% 룰’이라는 산을 맞닥뜨린다. ‘3% 룰’이란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말한다.따라서 상장사들은 부족분을 일반주주로 채워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소액주주의 평균 주총 참석률은 7%, 전자투표제도 행사율은 3.9%에 그쳤다. 소액주주들의 관심은 주주권 행사보다 수익 창출에 있다.상장사들이 3월만 되면 골머리를 앓는 이유다. 부랴부랴 결산과 감사를 마치고 주총 일정을 고르려 하면 당국에서 ‘수퍼 주총데이’라며 경고장을 내밀고, ‘3% 룰’을 지키기 위해 돈을 들여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해도 의결권 확보 여부는 불확실하다.상장사들에게 회초리를 들이밀기보단,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3% 룰’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감사 등 선임 시 3% 초과 의결권 제한 규정을 폐지하거나,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출석 주식수 기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

2019-03-03 14:17 이은혜 기자

[기자수첩] 조선 '빅딜'에 가려진 중형사 '생존 몸부림'

전혜인 산업IT부 기자연초부터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지만, 가장 주목받은 것은 역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소식일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계획대로라면 일본과 중국 등 글로벌 경쟁사들의 수주잔량을 수배 뛰어넘는 유례없는 ‘메가 조선소’가 탄생하게 된다. “조선산업 재도약이라는 사명감 아래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로 이번 인수를 선택”했다는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의 말처럼, 이번 인수건은 지난 2016년부터 자구안을 통해 장기적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던 국내 조선사들이 당장의 생존이 아닌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업황이 회복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반면 중형조선사들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중형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해 정부에 의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1차 매각에 이어 최근 진행한 2차 매각에서도 인수 대상자 선정에 실패했다. 대선조선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과의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아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 자회사인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절차 돌입 여파로 자본잠식이 발생한 한진중공업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6000억원대 출자전환을 받는 데 성공해야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그 다음은 산은·수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중형사들에 대한 체제 재편이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간 정부에서 조선산업에 대해 많은 지원책을 마련해왔으나, 중형사들은 그 대상에서 항상 한 발짝 벗어나 있었다. 한계에 부딪힌 중형조선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맞춤형 생존전략’이 절실하다.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

2019-02-27 14:55 전혜인 기자

[기자수첩] 하노이 핵담판, 말잔치론 안된다

김수환 국제부 차장직장인들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여들어 각자 회사생활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 중 한 사람이 질문을 던진다. “회사생활 잘 하려면 광을 팔아야 하는 거냐, 아님 묵묵히 일하는 게 답이냐”고. ‘광을 판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검색해보니 “회사에서 자신의 업무를 보스(Boss)에게 생색내기”라고 나온다. 이에 대한 답이 볼 만했다. “광팔이가 승진하더라.” 대기업에 다닌다는 한 직원의 자조 섞인 말이었다. 다른 직원은 “묵묵히 일하면 바보된다”고도 한다. 또 ‘말 없이 묵묵히 일만 하는 직원’은 “말로 먹고 사는 사람한테 먹잇감”이란다.이 정도면 ‘광팔이 전성시대’라 할 수 있을까. 알맹이(실체)보다도 겉으로 보여지는 게 더 중요한 시대 말이다. 물론 이들이 모든 직장의 세태를 반영한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이보다 광팔이가 더 빛나는 우리 사회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현재 진행 중인 북미 핵 담판을 지켜보면서도 이와 비슷한 우려가 떠오른다. 치열한 밀당이 이어지는 2차 북미담판. ‘조선반도 비핵화’냐 ‘한반도 비핵화’냐, ‘FFVD’냐 ‘CVID’냐, 그리고 ‘쌍중단’(雙中斷)에 ‘쌍궤병행’(雙軌竝行)까지. 핵과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자는 데 이를 정의하는 용어와 해법이 이렇게 다양하다. 혹자는 그게 그거라고 하고, 또 다른 이는 그거랑 이거는 다르다고 한다. 정작 중요한 비핵화의 실체(알맹이)는 여전히 요원한데 말이다.낙관적 기대감도 있고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한반도 운명이 걸린 ‘비핵화 담판’을 광만 팔다 끝내서야 될 말인가.김수환 국제부 차장 ksh@viva100.com

2019-02-25 15:18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현대제철과 한화, '안전경영'이 먼저다

박종준 산업IT부 차장“안전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친환경 경영을 선도하겠다.”지난해 3월 현대제철 정기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였던 우유철 부회장이 주주들 앞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최근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14일까지 7개월 새 8명이 사망한 한화 공장과 마찬가지다. 특히 두 기업은 각각 철강과 방산업계에서 선도업체라는 점에서 더 큰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이 대목에선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스러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두 기업은 다음달 각각 22일과 27일 주총을 예고한 상태다. 주총 안건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두 회사 모두에게 ‘안전경영’ 재무장을 또 다시 주문하게 된다.이 같은 배경에는 이들 기업에서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2007년부터 이번 사고까지 무려 36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산재 발생 보고 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한 사업장으로는 현대제철 당진공장(20건)이 1위였을 정도다.지난해부터 두 번의 폭발사고로 1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한화 대전공장도 별 반 다르지 않다. 한화 대전공장은 지난해에도 로켓추진체에 연료를 충전하다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일어난 곳이다. 당시에도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으며, 총 486건이 넘는 위반 사항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이유로 ‘안전불감증’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안전사고가 많은 해빙기를 앞두고 있다. 때문에 주총에서 경영진이 ‘안전경영’에 대한 의지와 비전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실천이 두 기업을 안전 사업장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박종준 산업IT부 차장 jjp@viva100.com

2019-02-24 14:57 박종준 기자

[기자수첩] 다시 고개 든 음원 사재기 논란, 문체부는 뭐하나

조은별 문화부 차장“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지난해 가요계를 들끓게 한 음원 사재기 의혹과 관련해 6개월간 조사를 벌여온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회신이다. 문체부는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와 숀의 소속사 디씨톰엔터테인먼트에 이같은 회신문을 보내며 공을 수사기관으로 넘겼다. 데이터 분석만으로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다.문체부가 이같은 결론을 내리기 무섭게 가요계 또다시 사재기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가수 우디의 디지털 싱글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이 디지털 음원차트 정상에 오른 것이다. 차트에서 1위를 한 경로도 닐로, 숀과 비슷하다. 특정 SNS 페이지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심야시간 실시간 음원차트에서 순위가 급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리꾼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빗대 “‘우디’서 ‘숀’도 안대고 ‘닐로’ 먹나”라는 유행어까지 만들며 평점 테러를 가하고 있다.해당 아티스트의 소속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 기획한 음원이 세상에 빛을 보고 인정받았는데 실체 없는 의혹에 평가 절하됐다는 이유다. 반면 가요 관계자들은 유난히 해당 소속사 가수들이 비슷한 경로로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게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인다.양측의 입장 차가 팽배한 건 결국 문체부가 명확한 조사결과를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음원사이트의 기형적인 실시간 차트 역시 문제다. 하지만 음원사이트들은 “비정상적인 접근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고 든다.문체부는 올해부터 3억3000만원의 예산으로 ‘공정한 음원 유통환경 조성 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음원사재기 대응 매뉴얼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누구도 억울한 사람이 없게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

2019-02-21 15:11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통상 소용돌이 속 '아웃리치'의 한계

정길준 산업IT부 기자최근 미국 상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의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현재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단 하나 확인된 것은 미 상무부가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이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린 점이다. 우리 업계와 정부는 한국이 미국의 무역규제 조치 리스트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예측 불가해 마냥 희망을 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일단 정부는 미 의회와 통상 관련 핵심인사들을 직접 만나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는 ‘아웃리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한 카드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와 우리 업계의 현지 투자다. 한미 FTA는 양국 교역 증가에 큰 역할을 했으며 협상 과정에서 자동차(픽업트럭)를 양보했다는 점을, 현대자동차 등 업계의 현지 투자는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경제에 기여했다는 사실 등을 강조했다.정부의 아웃리치 노력은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부과 면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트럼프 정부가 ICT(정보통신기술)나 석유화학 등 다른 업종으로 유사한 조치를 준비하게 된다면, 동일한 협상카드로 미국을 설득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혜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우리 기업들에게 억지 투자를 권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통상 ‘뉴노멀’ 시대에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의 투자라는 일차원적인 접근보다 장기적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단순하게 시장접근 차원에서만 움직이지 말고 자율주행차 등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 함께 만들어 나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웬디 커틀러 전 USTR(무역대표부) 부대표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

2019-02-20 14:53 정길준 기자

[기자수첩] '묻지마 창업' 이제 그만

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자영업 실패로 가계 경기에 ‘대공황’이 닥친 적이 있다. 때는 1999년 여름, 어머니가 창업한 문구점이 망했을 때다. 반추해보면 장사를 접은 결정적 이유는 두 가지다. ‘묻지마 창업’과 임대료. 즉 철저한 투자금 회수 전략이 없었고 초기 수입이 더딘 상태에서 임대료 부담이 가중돼 사업을 접은 것이다.20년이 흘러 자영업 종사자(25.5%)가 OECD 국가 중 다섯 번째로 많은 나라(통계청)가 되었지만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묻지마 창업’과 임대료 부담을 빠른 폐업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가족 인건비 비중이 높은 한국 자영업 특성상 인건비는 전체로 치환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2017년 기준 1인 ‘나홀로’ 자영업자는 400만명으로 OECD 4위 수준이고 가족 인건비 비중이 65%가 넘는 사업장은 과반수가 넘는다.자영업자들은 임대료에 더 큰 부담을 느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 합정동 기준 상가 임차료 평균 상승률은 215%다. 연 평균 16% 이상 올랐다. 반면 외식 경기 지수는 갈수록 떨어진다. 영세 자영업자가 견딜 리 만무하다.더 큰 문제는 이런 서슬퍼런 현실을 간과한 ‘묻지마 창업’ 정신이다. 잡스도 울고 갈 도전 정신 탓에 준비 기간이 1년 미만인 창업자가 72%(중기부)다. 결과는? 창업 5년 생존율 17.9%다.백종원 대표는 아이템 분석 시 ‘대박집’이 아니라 안 되는 점포 수십 곳을 다닌다고 했다. 창업 시 절대 피해야할 요소만 지켜도 평타는 친다는 것. 지금 아는 걸 그 때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어머니께 백종원 책이나 선물해 드려야겠다.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 peace@viva100.com

2019-02-18 14:59 김승권 기자

[기자수첩] 깡통전세 대비책 마련해야

채훈식 건설부동산부 기자전셋값 하락의 여파로 세입자들 사이에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에다 공급과잉,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맞물리면서 전국 전셋값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한국감정원의 월간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 아파트 전셋값이 2년 전보다 2.67% 하락했다.조선업 불황 직격탄을 맞은 울산과 경남은 10% 이상 떨어졌고 경북·충남·세종시 등도 5% 이상 하락했다. 이들 지역은 ‘깡통전세’ 문제로 지난해부터 임대차 분쟁이 심각한 상황이다.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경기 전셋값은 2년 전 대비 -3.60%, 인천은 -0.26%를 보였다.서울은 아직 하락하지 않았지만,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의 경우 0.82% 떨어졌다. 올해 서울에서만 예정된 아파트 공급량은 4만 채로 2008년 이후 최대치다. 앞으로 전세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 보증기관들이 집주인 대신 전세금을 물어준 금액이 재작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전세 보증금 반환 문제로 고통받는 세입자의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전세보증금을 확실하게 돌려받고 싶다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계약 기간이 2분의 1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 빌라나 원룸 오피스텔은 가입조차 어렵다.‘깡통 전세’와 가계 부실화 등의 부작용은 자칫 국가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료를 낮추거나 만기까지 잔여기간과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세입자 보호 방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용도로는 신규 주택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

2019-02-17 15:11 채훈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