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증권가 '차명거래 엄벌' 본보기 필요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증권가 사람들, 차명으로 주식 거래하는 게 한둘 아닐 거예요. 안 걸리면 그만이죠, 뭐.”“다른 가족 이름으로 사고 파는 것까지 회사가 어떻게 알고 막겠어요. 회사가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까지 잡기 어렵죠.”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이렇게 씁쓸한 말들이 오간다. 투자자에게 기업 정보를 알리고, 고객 돈을 맡아 굴려주는 사람들이 스스로 믿음을 저버렸다. 안 그래도 활기 잃은 시장에 찬물 끼얹은 꼴이다.지난주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하나금융투자를 압수수색했다.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해 리서치센터 자료와 연구원 컴퓨터·휴대전화 등을 뒤졌다. 이 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이 기업 분석 보고서를 외부에 내놓기 앞서 주식을 사고파는 ‘선행매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가 차명으로 거래하다 적발된 일은 이번만이 아니다. 과거 한국예탁결제원 직원들은 10년 동안이나 가족 명의 미신고 계좌로 주식을 사고팔다 걸렸다. 당시 예탁결제원이 직원을 교육하고 금융감독당국도 관리 중이라고 했지만, 이들 직원은 “불법인 줄 몰랐다”거나 “계좌를 신고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둘러댔다.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회사 직원은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할 때 반드시 자기 이름으로 된 계좌를 회사에 등록하고 이 계좌로만 사고팔아야 한다. 매매 횟수도 제한되며, 매매 내역을 분기별로 알려야 한다.이들 직원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법을 어겼다. 자본시장을 어지럽히는 악질 범죄를 저질렀다.하나금융투자는 특사경이 지난 7월 출범하고서 처음 수사했다는 오명을 썼다. ‘안 걸리면 그만’이 아니라는 본보기가 돼야 한다.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2019-09-22 14:52 유혜진 기자

[기자수첩] 기업인 면박주기 '국감 적폐' 올해는 청산을

박종준 산업IT부 차장20대 국회가 이달 30일 대정부질문을 시작으로 다음달 초 국정감사에 돌입하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선 이제라도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기업인 면박주기’ 행태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 국감이 내년 총선을 6개월 여 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진다는 점은 재계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국회가 총선을 의식해 현재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거물급 기업인들을 무리하게 국감장에 불러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감장에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기업 현안 관련 질문은 고사하고 ‘면박주기’나 ‘망신주기’에 그치는 일이 다반사인 국감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맹탕’ 국감은 적폐(積弊)다. ‘한 놈만 패면 된다’는 식의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국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소관인 정무위가 황창규 KT 회장에 대한 증인 신청이 무산되자, 관련도 없는 기획재정위가 그를 다시 불렀던 전례가 그렇다. ‘재탕’ 또한 적폐다.이런 상황에서 여당 일각에서 증인신청실명제와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경제지표 악화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 등 기업인을 부르지 말자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더욱이 국민들 사이에서도 국감이 이제는 소모적인 ‘기업인 면박주기’ 행태에서 벗어나 민생경제를 살피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의 장’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하고 있는 지 오래다.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기업인들은 올해 대내외 악재로 실적부진에 허덕이면서도 ‘극일’을 위한 소재 수급 및 국산화는 물론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AI 등 신산업 발굴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내외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바쁜 사람 불러놓고 면박이나 줄 바엔 차라리 부르지 않는 게 낫다.박종준 산업IT부 차장 jjp@viva100.com

2019-09-19 13:58 박종준 기자

[기자수첩] 물음표 붙는 토종 OTT 콘텐츠 경쟁력

조은별 문화부 차장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11월부터 SK텔레콤과 손잡고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웨이브’를 서비스한다. CJ EM과 종합편성채널 JTBC도 이에 질세라 OTT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가파른 성장에 이어 ‘콘텐츠 거인’ 디즈니와 IT강자 애플의 OTT사업 진출에 따른 것이다. 갈수록 경쟁력이 치열해지는 미디어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뉴미디어 플랫폼을 확보해야 하겠다는 전략이다.하지만 콘텐츠 경쟁력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앞설 수밖에 없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해외 드라마, 영화 1000편 이상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고 홍보한다. 고사 직전의 지상파 콘텐츠가 플랫폼만 옮긴다고 산소호흡기를 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올해 화제의 드라마인 ‘SKY캐슬’과 ‘호텔 델루나’ 등을 선보인 JTBC, CJ EM과 플랫폼이 양분돼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혼란만 가중시키는 모양새다.방송 3사 사장단은 16일 ‘웨이브’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규제를 풀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제작 및 경영전반에 걸친 규제가 콘텐츠 제작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규제를 탓하기 전에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자세를 버리고 콘텐츠 제작 인재를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17일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제작발표회에서 차영훈 PD는 지상파의 위기에 대해 “지상파 채널은 지금까지 한정된 매체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없는 상황을 독점하다 진짜 경쟁을 하게 됐다”며 “중요한 건 재미와 감동을 안기는 콘텐츠다. 그렇다면 플랫폼은 상관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PD도 알고 있는 사실을 방송 3사 사장단은 과연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

2019-09-18 14:21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디플레 공포' 성급하지 않나

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은 장기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담은 시리즈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경제성장률 저하, 마이너스 물가, 급속한 고령화 등이 1990년대 일본 경제와 닮아 있다는 논리다.하지만 당시 일본과 한국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일본 경제는 1950년부터 급격히 성장해 1988년엔 경제규모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1970년대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1%에 달했다.그러다 1991년부터 부동산 등 버블이 터지면서 장기침체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2001년에 와서야 디플레이션을 선언한다. 물가하락이 10년 가까이 이어진 것이다.한국의 경우 아직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도 아직 상승세이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전년대비 한 계단 오른 30위를 기록했다. 또한 한국의 경우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정부도 “한국의 저물가는 수요 측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국제통화기금(IMF)은 경기침체에 이어 2년 연속 물가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칭한다. 장기적 경기침체 이후에 디플레이션이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냉면값, 치킨값, 해외여행자 수 등 한국은 아직 오르는 것이 많은 상황이다.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라고 해서 디플레이션을 예측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전망일까.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 peace@viva100.com

2019-09-16 13:59 김승권 기자

[기자수첩] 9.13대책 1년…V자 반등하는 수도권 집값

초강력 대책이라고 불린 9.13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1년이 됐다. 정부는 9·13 대책으로 집값이 잡혔다고 자평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분양가 상한제가 거론됐던 7월 이후 서울 주택시장은 V자 반등을 시작하며 11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9.13대책 이전 신고가를 갈아치운 단지들이 속출하며 서울 전역은 물론 경기·인천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분양가 상한제 카드는 벌써부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신축 아파트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고 청약시장에도 불이 붙었다.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집값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9·13대책의 약발이 다 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정부의 공급 규제책은 언제나 부작용을 초래한다. 매매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는 유통물량이 너무 부족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투기과열지구 정비사업 조합원지위 양도금지,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비과세 2년 실거주 요건, 분양권 전매금지 등으로 갈수록 유통물량이 줄어들고 있다.수도권 도심에 새 아파트가 필요한데도 단기간 집값이 오른다고 공급을 막으면 집값이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도 예정돼 있어 서울 집값이 쉽게 빠지진 않을 것 같다. 중장기 집값 안정책은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지속적인 신규아파트 공급이다.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집값 안정을 기대하려면 서울 등 대기수요 높은 지역에 대한 꾸준한 공급 확보 방안, 보유세 인상에 발맞춘 거래세 정상화 등의 후속 조치가 하다.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

2019-09-15 11:16 채훈식 기자

[기자수첩] K-바이오 향한 불편한 지적질

산업/IT부 송영두 기자“사실 그 약 효과가 썩 좋은 것도 아니고 문제가 많아요.”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유통 판매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바라본 한 전문가 의견이다. 사태가 터지기 훨씬 전 필자와 현장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인보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었다. 인보사 효능에 대한 의문 제기와 세포 문제까지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 초 인보사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자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지난해 코오롱생명과학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인보사 건강보험급여 신청을 한지 3개월만에 자진취소 했다. 자진취소 이유를 취재하던 필자에게 심평원 관계자도 “알고 있는 내용이 많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급여 신청을 자진 취소한 이유를 얘기할 순 없다. 내가 얘기하면 회사에 큰 타격이 생긴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이후 취재에서 인보사 자진취소는 전문학회가 인보사 효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과정에서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침묵했다. 반면 인보사 문제가 터진 후에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인보사는 문제가 있는 약이다’라는 프레임으로 온갖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문제가 명확했음에도 사회와 환자 보다 자신들의 안위와 회사를 더 생각한 것이다.비단 이 사례 뿐 만이 아니다. 신라젠과 펙사벡을 대하는 전문가 태도 역시 인보사 사태와 다르지 않았다. 사회는 전문가를 통해 그 분야 현상과 상황에 대해 정확한 분석을 전달받길 원하고 언론은 취재라는 과정을 통해 전문가 의견을 전달한다. 먼저 맞는 매가 낫다는 속담처럼 전문가들이 신약개발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제기하고 공론화 시켜 사회적인 논의와 대책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투명하고 지속 발전이 가능한 K-바이오가 될 수 있지 않을까.송영두 기자 songzio@viva100.com

2019-09-09 14:15 송영두 기자

[기자수첩] 사회적 약자 울리는 '임금체불'

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며칠이 지나면 추석이다. 의미와 영향이 많이 변했지만 추석은 여전히 큰 명절 중 하나이다. 반면 추석·설 등 명절이 즐겁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 가사 부담이 큰 주부, 미취업자, 미혼자에서는 두드러질 거라 생각한다. 특히 일하고도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명절 맞이가 더 즐겁지 않을 듯하다. 임금체불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4년 29만2000명 1조3194억원에서 2016년 32만5000명 1조4286억원, 지난해 35만2000명 1조6472억원으로 늘었다.정부도 나름 노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체불 단속·예방 활동을 하고 있고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임금체불예방·청산 집중 지도에 나섰다.대한법률구조공단은 임금 및 퇴직급여를 받지 못한 노동자에게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5만447명을 대상으로 9만5137건을 승소해 모두 9834억원을 받게 해줬다. 체불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 사업주·고용주에 융자를 지원해 지난해 3038명에 127억8000만원 규모를 지원했다.체불이 되면 노동자는 당장 안정적인 생계 유지에 차질을 빚는다. 대개 한 달 단위로 수입·지출 계획을 세우는데 이 계획이 흐트러진다. 꼬박 꼬박 날아오는 대출금 고지서는 처리하지 않으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임금체불로 생계비를 융자받는 이도 늘었다. 2016년 1574명, 109억원에서 지난해 1798명 120억으로 늘었다. 올해 7월까지만 1158명이 72억원을 융자 받았다. 임금을 제 때 받았으면 받지 않아도 될 융자 지원금일 것이다.체불에는 경영 어려움 등 부득이한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사업주·고용주가 의도적으로 체불하는 경우도 많다. 노동자의 임금·퇴직금을 떼먹고 본인은 호의호식하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임금 체불은 노무제공-임금 지급이라는 기본적인 신뢰 관계를 해치는 일이다. 임금 체불이 많을수록 사회의 건강도가 낮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임금체불은 비정규직·단기 아르바이트 등 고용 약자에 더 빈번하다. 정부는 명절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임금체불예방·단속을 강화해 임금 체불로 눈물짓는 이들이 없도록 더 나서주길 바란다.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 lwb21@viva100.com

2019-09-08 14:49 이원배 기자

[기자수첩] “펀드, ‘은행’말고 꼭 증권사에서 투자하세요”

금융증권부 이정윤 기자“펀드, ‘은행’ 말고 꼭 증권사에서 투자하세요.” 경력 25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투자 조언을 하며 당부한 말이다.최근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 발생이 예상되고 있다. 각국의 국채 금리가 최저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원금 보존은커녕 투자금 전부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DLF는 증권사에서도 팔았다. 하지만 판매잔액의 99%가 우리·하나은행 등 은행권에서 팔렸다. 은행은 증권사보다 압도적인 영업점을 갖췄기 때문에 펀드 판매의 주요 채널로 활용된다.펀드는 원금을 지키지 못할 수 있는 고위험 금융상품이라 펀드투자상담사 등 자격증을 갖춘 전문인력이 펀드의 구조와 리스크에 대해 꼼꼼히 설명하도록 돼 있다. 물론 은행에서도 이런 자격을 갖춘 직원들이 판매하지만, 여신과 수신이 주 업무인 은행에서는 아무래도 금융투자를 우선순위로 하는 증권사보다는 전문성이 덜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만들어진 ‘도드-프랭크 법’으로 은행들이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은행에서 파생상품을 파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령의 투자자에게 금융상품을 팔 경우 지식과 재산, 건강상태 등을 고려토록 하고 투자자의 투자성향도 분석하게 돼 있다. 그러나 치매 노인에게도 판매하고 투자성향 조작, 위험 인지 설명 미흡 등 불완전 판매에 대한 각종 의혹이 커지고 있다.길을 걷다 보면 웃는 얼굴의 은행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로 안전한 상품을 판매할 것이란 은행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한여름에는 더위를 식힐 수 있고, 비가 오면 우산을 내어주기도 하던 은행의 뒷모습을 본 것 같아 씁쓸하다.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

2019-09-05 14:38 이정윤 기자

[기자수첩] ‘소문난 잔치에 역시나 먹을 건 없었다’

정치경제부 한장희 기자.지난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보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 속담이 떠나질 않았다. 기자간담회는 조 후보자의 청문회가 여야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사실상 무산되면서 조 후보자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요청해 만든 자리였다. 8시간 넘게 생중계된 기자간담회에서 알게 된 것은 숱한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보다는 ‘모른다’, ‘알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내용들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씁쓸함이 밀려왔다. 눈시울을 붉히고 부성애 넘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면서 감정에 호소하려는 모습도 느껴졌다.기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걸었던 일말의 기대감마저도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명쾌한 해명을 듣긴 어려웠던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인사청문회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기자간담회이고, 증인이나 참고인 등을 출석시킬 수 있는 권한도 없다. 기자단이 간담회 준비를 위해 하루의 시간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그렇게 믿고 싶지 않지만 애초부터 조 후보자의 일방적인 해명을 늘어놓기 위한 자리였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인사청문회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당당하게 평가 받아 장관직을 수행하고 싶었던 조 후보자라면, 보다 성의 있는 준비와 자세로 기자간담회에서 답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랬다면 자녀와 친족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이자 큰아버지로서의 마음이 더욱 진실 되게 다가왔을 것이다.청와대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는 모습이다. 사실상 장관 임명을 위한 프로세스에 들어갔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행정적으로 조국 후보자가 장관직에 오를 수 있지만 국민들이 마음속으로 인정하는 법무부 장관일지는 미지수라는 것을.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2019-09-04 14:10 한장희 기자

[기자수첩] 이 땅의 댓글 알바들에게 외침

이희승 문화부 차장댓글 알바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 최근 온라인에 뜬 ‘조국 댓글 알바’ 논란이 영화계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 개봉한 영화 ‘군함도’와 ‘할미꽃’을 비롯해 현재 상영 중인 ‘봉오동전투’까지 댓글 공장에 의해 평점 테러를 당했다는 의견이 SNS와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고 있는 것. 세 편의 영화 모두 일제시대를 다뤘다는 점에서 일본자본에 의해 ‘은밀히 관리되고 있는’ 국내 언론의 폐해를 겨냥하고 있다. 현 시국에서 일본과의 대립은 당분간 이어질테지만 사실 댓글 알바 이전부터 영화계는 평점 테러가 뜨거운 감자였다.현재는 영화를 본 관객들만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남기는 게 정설이지만 과거에는 영화를 기대작으로 끌어올리는 작전(?)으로 활용돼왔다. 영화관계자가 가족이나 동료, 직원들의 아이디를 돌려가며 영화 홍보 댓글을 달거나 높은 평점을 매기는 시도는 그간 영화계에서 쉬쉬해왔던 일이다. 출연배우들의 인지도가 낮거나 홍보가 덜 된 작품에 대한 평점과 댓글을 높임으로서 관심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도리어 엉뚱한 후폭풍을 몰고오기도 했다. 지난 2009년 개봉한 ‘그림자 살인’에서 황정민이 분한 명탐정의 극중 이름으로 당시 ‘만년 2등’으로 불리던 프로게이머 홍진호와 같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팬들이 영화코너에 몰려가 10점 만점에 ‘2점’을 투표했다. 당시 황정민이 무대인사를 돌며 “영화와 관계없는 일로 낮은 평점을 받아 속상하다. 영화를 보고 평가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이후 일반 시사회 후 반응은 좋았지만 2편까지 이어지지 않아 아쉬움을 더한다.뉴스에 다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 알바는 기정사실인 듯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이런 꼴이 나는 겁니다. 적어도 박근혜 정부 때는 이런 적이 거의 없다는 거 인정하시죠? 서둘러서 문재인 탄핵소추안 발의해야 합니다”라는 댓글이 공개되고 “위 내용을 복사해서 올리고 인증샷 보내주시면 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개당 650원이란 시세까지 나와있다. 부지런히 댓글을 달면 하루 30만원에서 60만원의 일당을 챙길 수 있다는 구체적인 계산도 공개됐다.어쩌면 그런 글조차도 누군가의 조작일지 모르는 세상. 전국의 키보드 워리어(익명을 방패로 악성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들이여, 우리가 돈이 없지 조국이 없는 게 아닌데 이렇게까지 살지 맙시다. 선조들이 어떻게 지킨 나라인지 ‘봉오동 전투’를 보시면 압니다만.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

2019-09-02 15:10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현대차 노사가 만들어낸 화합에 기대

산업부 이효정 기자매년 여름이면 머리띠를 두르고 줄파업을 강행하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8년 만에 파업 없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는 강성노조가 내우외환의 위기를 직시하고 사측과 서로 한발 씩 양보하면서 이뤄낸 결과다. 업계에선 이를 계기로 완성차 노조들이 연례행사처럼 벌이던 ‘하투(夏鬪)’ 문화가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파업 대신 실리를 택한 현대차 노조의 결정이 아직 노사 간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한국지엠·르노삼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 분쟁 등 경제 상황이 엄중한데다 회사 내수·수출 판매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노조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파업을 펼칠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다.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7100만여대인 반면 판매량은 6500만여대에 불과했다. 노사가 화합하지 못한다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우리 자동차산업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동차산업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한 가운데, 노사의 공멸을 자초하는 선택 보다는 공존할 수 있는 대응방안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현대차 노조는 2일 오전 6시부터 울산과 전주, 남양 등 각 사업장별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가결 시 올해 임단협은 최종 타결된다. 이번에 노사가 잠정 합의한 임단협 안에 대해 노조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찬반투표 통과가 기대되고 있다.이번 타결이 단순하게 한 회사의 올해 임단협 ‘맺음’이 아닌, 어려운 시기 노사가 만들어낸 화합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

2019-09-01 12:32 이효정 기자

[기자수첩] 사면초가 한국경제, 규제혁신이 살 길

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우리나라 경제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글로벌 실물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내외 교역조건도 악화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 한일 경제 갈등 고조는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일본은 28일부터 한국을 수출 우대 국가 명단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을 본격 시행했다.국내 상황은 어떤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동시장 위축 등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어려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2~2008년 연평균 3.1%에서 2012~2018년 1.5%로 급감했다.경제를 살리는 불씨가 될 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투자 성장기여도는 올해 상반기 -2.2%포인트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했다. 생산성 저하에 대한 획기적인 조치가 없으면 잠재성장률은 1%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역시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 시행 3년째 접어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해 도리어 고용위축을 초래했다.사방을 둘러봐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철학자 헤겔이 주장한 ‘정반합(正反合)’의 변증법적 성장이 필요하다. 기존 질서(정)와 모순되는 상황(반)을 맞닥뜨리면서 새로운 도약(합)이 이뤄지는 것이다.우리 경제가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 틀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시행해온 경제정책들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규제개혁이 강력히 요구된다.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 by.hong2@viva100.com

2019-08-29 14:42 홍보영 기자

[기자수첩] 풍력발전, 더 큰 시선으로 바라보자

양세훈 산업·IT부 차장인류의 역사는 늘 바람과 함께했다. 기원전 3000년 전부터 돛단배는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르며 나라 간 무역으로 발전했고, 범선을 이용한 신대륙의 발견은 세계사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어디 이뿐이던가. 고대 건축가들은 바람으로 자연환기 장치를 만들어 건축물을 발전시켰고 7세기 무렵부터는 풍차를 이용하면서 농업이 발달하기도 했다.풍력은 과거나 현재나 무한 에너지다. 화석연료에 잠시 자리를 내줬을 뿐, 풍력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크고, 산업적으로도 우리 주력산업인 조선·해양플랜트·ICT 등과 연계돼 있다. 하지만 그간 우리는 입지규제와 주민수용성 문제로 풍력발전 보급·활성화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결국 국내 풍력기술수준과 가격 경쟁력은 경쟁국 보다 뒤처져 있는 현실이다.다행히 정부가 지난 23일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발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발전사업 허가 전에 환경성 검토 등 입지컨설팅 실시를 의무화했고 정부가 ‘육상풍력 입지지도’를 내년까지 마련키로 했다. 또 대규모 벌목지인 인공조림지에도 육상풍력사업이 가능토록 했으며, 풍력발전 추진 지원단을 신설하는 등 사업별로 밀착 지원토록 했다. 규제는 개선하고 지원은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육상풍력발전 부지가 대부분 환경을 훼손할 수 있는 백두대간 정상부가 될 가능성이 높고, 주거지가 인접한 경우 주민 수용성 문제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인류와 함께해온 풍력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지구를 지켜낼 에너지원의 한 축이다. 특히, 이용률이나 부지 면적 등 여러 가지로 효율적인 재생에너지원이라는 더 큰 시선으로 풍력발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활성화 방안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민과의 상생·협력 등 경제활성화로 이어지는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양세훈 산업·IT부 차장 twonews@viva100.com

2019-08-26 15:37 양세훈 기자

[기자수첩] 공급대책 없인 서울 집값 못 잡는다

이연진 사회부동산부 기자그동안 강력하고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처방했다. 하지만 즉각적인 효과는 커녕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후폭풍이 서울 아파트 공급부족 우려로 몰아치고 있다.서울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이면서 수 년내 ‘공급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서울의 공급은 재개발과 재건축이 유일한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재건축 허용 연한 강화 등으로 이미 재건축 사업 진행을 위축시킨 상황에서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하면서 사업 추진이 더욱 어려워 졌다.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3161가구로 지난 1분기(1만9275가구)와 비교해 16%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5620가구)와 비교해도 56%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줄어 들면 향후 3~5년 후에는 공급물량이 감소해 일반 재고주택의 집값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정비사업의 경우 통상 4~5년의 시간이 소요 되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 이후로 인허가를 받은 단지들이 완공될 시점인 2022~2024년 이후로 공급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서울 아파트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 보면 2만2000가구로 전년(1만1000가구) 대비 2배 이상, 5년 평균(1만5000가구)과 비교해도 48% 이상 많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서울 주택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면 가격 상승이라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근본적인 공급 대책 없이 인위적 분양가 통제만으로는 절대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없다.이연진 사회부동산부 기자 lyj@viva100.com

2019-08-26 08:09 이연진 기자

[기자수첩] 한일경제전, 마무리만 남았다

정길준 산업IT부 기자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중국, 한국은 일본과 붙었다. 이종 격투기 대회 UFC로 따지면 미중 무역분쟁은 메인이벤트다. 한일 경제전은 차세대 리더를 뽑는 메인카드 인기 상위 경기에 속할 것이다.한일 경제전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선공으로 시작됐다. 한국의 핵심산업인 반도체를 노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종합 소자업체에게 없어서는 안될 감광제, 에칭가스 등 핵심 소재를 공략했다. 한국은 예상한 듯 민관 합동 소재·부품 국산화와 공급처 다변화 등 선제 대응책을 내세우며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 주요 경영자들의 아웃리치(외부접촉) 활동도 큰 역할을 했다.한국의 방어 전략에 피해를 입은 건 일본이었다. 출혈을 예상한 듯 일본 정부는 신에츠케미컬와 JSR 등 자국 기업들의 한국 수출 신청을 승인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내달 도쿄에서 열리는 ‘삼성 파운드리포럼(SFF) 2019 재팬’을 계획대로 진행하며 심리전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경기는 우리나라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도쿄올림픽 등 활용할 수 있는 공격 카드도 다양하다.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 국민들이 금을 모아 외채를 갚았던 사례를 들며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대한민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기회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급하게 삭제했다. 과도한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불필요한 행동이다.정부와 기업은 체계적인 정책과 계획을 바탕으로 한 사업 경쟁력 강화와 향후 일본과의 외교 관계 회복에만 총력을 기울이면 된다. 국민의 공감과 참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국난 극복이 취미인 나라가 아니던가.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

2019-08-25 14:20 정길준 기자

[기자수첩] 한국당, 반일 아닌 극일이듯 반문 아닌 극문하라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일본 수출규제가 우리나라를 강타하자 반일(反日)이 휘몰아쳤다. 일본에 대한 혐오가 고개를 드는 듯 했으나 ‘NO일본’은 ‘NO아베’로, 반일은 이내 극일(克日)로 승화됐다. 울분에만 매몰되기보다 일본을 극복할 계기로 삼자는 우리 국민의 성숙한 사고다.반일 기세가 오르던 초기에 감정적 대응은 안 된다며 앞장서 뜯어말린 정치세력이 자유한국당이다. ‘친일 프레임’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본 수출규제 사태의 원인 파악과 합리적인 대응책 마련을 주문한 게 이들이다. 각론에서 여러 이견이 있을지언정 총론적으로 분명 맞는 말이다. 상대가 아무리 부당한 처사를 했더라도 감정적 호소에만 빠지기보단 오히려 냉철하게 해법을 모색하는 게 정도다.하지만 한국당은 일본을 두고 ‘반’ 아닌 ‘극’을 강조했으면서도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유독 ‘반’에만 골몰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고리로 ‘반문’을 외치고, 반문을 기치로 자신들의 진영 통합을 유도하고 있다.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니 공세와 결집은 필수라지만, 일본에 의한 국란(國亂)에 어느 때보다 여야 협력이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한지는 의문이다.무엇보다 현 정부의 기조를 전환할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그렇다. 자신들의 개혁 기조를 고집하며 야당과의 대화를 피하던 문재인 정부가 국란 대응을 위해 정책 전환 용의를 보이고 야당 대표들을 청와대에 들였다. 야당이 앞뒤 가리지 않는 공세로 상대를 깎아내리기보다, 보란 듯이 국란 타개책을 내놔 우위를 점해야 할 때다. ‘극문’의 적기라는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극문으로의 승화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당 내 일본 대응 기구의 수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 비판을 쏟아내고는 “국회는 정부가 해결한 후 후속 입법조치를 맡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

2019-08-22 09:58 김윤호 기자

[기자수첩] '깡통' DLS, 키코가 보인다

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이익은커녕 원금도 다 날리게 생겼다’ 최근 금융권에선 이 같은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금의 최대 100%까지 손실을 보게 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DLS 때문이다. 문제가 된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된 것과 영국·미국 CMS 금리에 연계된 상품으로 각 1266억원, 6958억원이 팔려 나갔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전체의 대부분을 팔았고, 현재 최고 마이너스 90%까지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DLS는 독일 10년 만기 국채 등 채권 금리가 일정 구간 밑으로만 안 떨어지면 3~5% 수익을 주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투자금 전부를 잃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 ‘고위험 상품’이다. 복잡하고 난해한 이 상품을 금융회사들은 사모펀드 형태로 고액 자산가들에게 판매했다.이번 사태는 10년 전 수출 기업들에 재앙이었던 키코(KIKO) 사태와 닮았다. 키코는 환율의 변동 구간을 정해놓고 주가·환율이 이 안에서만 움직이면 받을 수 있는 수익률 상한선을 정해뒀지만 손실률은 원금의 100%까지 열어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과거 키코는 환율이 변동 구간을 넘어서면 가입자가 계약금의 최대 2~3배까지 물어줘야 하는 구조였다. 예상과 달리 환율이 급등하자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고 심지어 도산하는 곳도 나왔다. 2010년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키코 가입 기업들의 손실 규모는 3조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금융사들은 고객에게 충분한 상품 설명을 했다고 해명하지만, 고객들은 원금 손실이 나기 시작했을 때 고지를 해줬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결국엔 판매처인 금융회사들의 불완전 판매 여부가 핵심이다. 거래하던 은행을 믿고 노후자금까지 넣은 고객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격이다. 이번을 계기로 불완전 판매를 근절할 수 있는 탄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마련이 시급하다.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 jyoon@viva100.com

2019-08-21 14:15 이정윤 기자

[기자수첩] 살만한 게 없는 입국장면세점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살만한 게 없네. 술밖에.” 수화물을 찾던 도중 입국장면세점을 한번 둘러본 친구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의 얼굴은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입국장면세점이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선 지 석 달을 앞두고 있음에도 기대이하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30일까지 입국장면세점의 일 평균 매출액은 1억7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입국장면세점 입찰 당시 인천공항공사가 예측했던 일 평균 매출액과 비교하면 60% 수준이다. 특히 첫 달 총매출액 54억9300만원 가운데 주류가 58%(31억85000만원)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화장품·향수는 17%(9억1200만원), 식품류는 12%(6억7500만원)에 그쳤다. 술밖에 살만 한 게 없다던 친구의 말과 일맥상통한다.입국장면세점의 흥행여부를 두고 입점 전부터 말이 많았다. 면세점의 대표 인기 상품인 담배가 빠진데다가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면세점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하는 상품이다. 게다가 입국장면세점의 구매한도를 면세한도 600달러에 맞추면서 상품도 모두 600달러 이하 제품으로 꾸려졌다. 상품 구색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입국장면세점 인근 수화물을 수취하는 지역 주변에서 직원들은 입국장면세점 할인권을 나눠줬다. 심지어 주류에는 20% 세일 표시까지 붙여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할인판매를 아무리 해도 소비자의 발길을 잡을 매력적인 상품이 없다면 입국장면세점의 앞길은 여전히 불투명하다.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peter@viva100.com

2019-08-19 14:05 유승호 기자

[기자수첩] 시계제로 증시, 개미들 웃픈 '바닥 찾기'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코스피와 코스닥이 함께 폭락했던 지난 5일,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올라온 주식 관련 게시글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아직 주식사면 안 됨’이라는 제목의 글은 저가매수 시기를 잡기 위해선 한국거래소에서 종가 사진을 올릴 때 함께 찍히는 거래소 직원의 표정, 자세를 봐야 한다는 내용이다.구체적으로는 종가사진에 거래소 직원의 정면 모습이 나오면 아직 지수가 바닥을 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수가 저점을 기록했을 땐 종가사진에 거래소 직원의 정면이 아닌 등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울러 ‘목이나 머리를 만져야함’ 이라는 사소한 ‘꿀팁’도 추가돼 있다.해당 게시글에는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성지글 예상합니다’ ‘정확한 분석입니다’라는 댓글들이 우수수 달리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이 게시글이 ‘어불성설(語不成說·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라는 의견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3년 5개월만에 코스피 1900선이 무너졌고, 10거래일도 안 되는 기간에 시가총액 100조원이 그야말로 ‘증발’했다. 금융당국은 입을 모아 ‘시장의 불안감이 과도하다’고 강조했지만, 지수 폭락 이유의 대부분이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의 무역갈등인 상황에서 그야말로 ‘시한폭탄’과 같은 미국과 일본 두 정상의 발언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장중 260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의 과거는 온데간데 없고, 증권가는 1900선 지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는 상장사들의 실적이 2분기에 저점을 기록하고 3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지만 소용없어 보인다. 기댈 곳이 없는 불안한 투자자들 중 누군가는 황당함을 무릅쓰고 ‘한국거래소 직원의 등’에 자신의 돈을 걸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

2019-08-18 14:08 이은혜 기자

[기자수첩] 현대重 노조, 지금은 한 발 물러설 때

전혜인 산업IT부 기자학생 때 숱하게 들어온 문장이 있다. ‘노동자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노동3권을 갖는다’는 문장이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라는 노동3권의 이름과 내용, 그리고 그 성격과 제한 범위까지 공식처럼 달달 외웠지만 실질적으로 해당 권리를 눈으로 직접 보게 된 것은 경제지의 기자로 일을 시작하고 조선업계를 출입하면서부터다.조선업계는 산업계에서도 ‘강성 노조’의 대표격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19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뒤로 하고 지난 2014년부터 다시 파업을 재개, 올해까지 6년 연속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특히 올해 현대중공업의 투쟁은 유난히 거세다. 지난 2016년 구조조정으로 인한 희망퇴직, 2017년 지주사 전환과 자회사 4개사 인적분할 등 굵직한 이슈들로 쌓였던 불만들이나 올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와 그 일환으로 진행된 조선계열 지주사(한국조선해양) 물적분할 이슈로 폭발해 나온 것이다.물론 단체행동권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임금 협약에서 단체행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에 두 차례에 걸쳐 조정중지를 신청하고 조합원 찬반 투표까지 거치면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취득했다.다만 보다 현실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와 이에 따른 반일 정서와 맞물려 여론은 유례없는 기업친화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조선업계의 경우 일본의 규제 강화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일본 정부의 기업결합심사가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간접적인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노조에서도 반대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노조가 진짜 원하는 내용은 묻히는 반면 여론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노조로서도 지금은 한 발 물러서서 전략적으로 목소리를 낼 시점을 찾아야 할 때다.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

2019-08-12 14:14 전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