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가 '차명거래 엄벌' 본보기 필요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9-09-22 14:52 수정일 2019-09-22 14:53 발행일 2019-09-23 23면
인쇄아이콘
유혜진기자수첩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증권가 사람들, 차명으로 주식 거래하는 게 한둘 아닐 거예요. 안 걸리면 그만이죠, 뭐.”

“다른 가족 이름으로 사고 파는 것까지 회사가 어떻게 알고 막겠어요. 회사가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까지 잡기 어렵죠.”

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이렇게 씁쓸한 말들이 오간다. 투자자에게 기업 정보를 알리고, 고객 돈을 맡아 굴려주는 사람들이 스스로 믿음을 저버렸다. 안 그래도 활기 잃은 시장에 찬물 끼얹은 꼴이다.

지난주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하나금융투자를 압수수색했다.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해 리서치센터 자료와 연구원 컴퓨터·휴대전화 등을 뒤졌다. 이 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이 기업 분석 보고서를 외부에 내놓기 앞서 주식을 사고파는 ‘선행매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가 차명으로 거래하다 적발된 일은 이번만이 아니다. 과거 한국예탁결제원 직원들은 10년 동안이나 가족 명의 미신고 계좌로 주식을 사고팔다 걸렸다. 당시 예탁결제원이 직원을 교육하고 금융감독당국도 관리 중이라고 했지만, 이들 직원은 “불법인 줄 몰랐다”거나 “계좌를 신고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둘러댔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투자회사 직원은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할 때 반드시 자기 이름으로 된 계좌를 회사에 등록하고 이 계좌로만 사고팔아야 한다. 매매 횟수도 제한되며, 매매 내역을 분기별로 알려야 한다.

이들 직원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법을 어겼다. 자본시장을 어지럽히는 악질 범죄를 저질렀다.

하나금융투자는 특사경이 지난 7월 출범하고서 처음 수사했다는 오명을 썼다. ‘안 걸리면 그만’이 아니라는 본보기가 돼야 한다.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