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살만한 게 없는 입국장면세점

유승호 기자
입력일 2019-08-19 14:05 수정일 2019-08-19 16:24 발행일 2019-08-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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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살만한 게 없네. 술밖에.” 

수화물을 찾던 도중 입국장면세점을 한번 둘러본 친구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의 얼굴은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입국장면세점이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선 지 석 달을 앞두고 있음에도 기대이하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30일까지 입국장면세점의 일 평균 매출액은 1억7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입국장면세점 입찰 당시 인천공항공사가 예측했던 일 평균 매출액과 비교하면 60% 수준이다. 특히 첫 달 총매출액 54억9300만원 가운데 주류가 58%(31억85000만원)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화장품·향수는 17%(9억1200만원), 식품류는 12%(6억7500만원)에 그쳤다. 술밖에 살만 한 게 없다던 친구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입국장면세점의 흥행여부를 두고 입점 전부터 말이 많았다. 면세점의 대표 인기 상품인 담배가 빠진데다가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면세점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하는 상품이다. 게다가 입국장면세점의 구매한도를 면세한도 600달러에 맞추면서 상품도 모두 600달러 이하 제품으로 꾸려졌다. 상품 구색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입국장면세점 인근 수화물을 수취하는 지역 주변에서 직원들은 입국장면세점 할인권을 나눠줬다. 심지어 주류에는 20% 세일 표시까지 붙여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할인판매를 아무리 해도 소비자의 발길을 잡을 매력적인 상품이 없다면 입국장면세점의 앞길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pe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