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일경제전, 마무리만 남았다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9-08-25 14:20 수정일 2019-08-25 14:21 발행일 2019-08-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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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중국, 한국은 일본과 붙었다. 이종 격투기 대회 UFC로 따지면 미중 무역분쟁은 메인이벤트다. 한일 경제전은 차세대 리더를 뽑는 메인카드 인기 상위 경기에 속할 것이다.

한일 경제전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선공으로 시작됐다. 한국의 핵심산업인 반도체를 노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종합 소자업체에게 없어서는 안될 감광제, 에칭가스 등 핵심 소재를 공략했다. 한국은 예상한 듯 민관 합동 소재·부품 국산화와 공급처 다변화 등 선제 대응책을 내세우며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 주요 경영자들의 아웃리치(외부접촉) 활동도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의 방어 전략에 피해를 입은 건 일본이었다. 출혈을 예상한 듯 일본 정부는 신에츠케미컬와 JSR 등 자국 기업들의 한국 수출 신청을 승인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내달 도쿄에서 열리는 ‘삼성 파운드리포럼(SFF) 2019 재팬’을 계획대로 진행하며 심리전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는 우리나라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도쿄올림픽 등 활용할 수 있는 공격 카드도 다양하다.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 국민들이 금을 모아 외채를 갚았던 사례를 들며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대한민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기회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급하게 삭제했다. 과도한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불필요한 행동이다.

정부와 기업은 체계적인 정책과 계획을 바탕으로 한 사업 경쟁력 강화와 향후 일본과의 외교 관계 회복에만 총력을 기울이면 된다. 국민의 공감과 참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국난 극복이 취미인 나라가 아니던가.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