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문난 잔치에 역시나 먹을 건 없었다’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19-09-04 14:10 수정일 2019-09-04 14:12 발행일 2019-09-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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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증명사진
정치경제부 한장희 기자.

지난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보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 속담이 떠나질 않았다. 기자간담회는 조 후보자의 청문회가 여야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사실상 무산되면서 조 후보자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요청해 만든 자리였다.

8시간 넘게 생중계된 기자간담회에서 알게 된 것은 숱한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보다는 ‘모른다’, ‘알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내용들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씁쓸함이 밀려왔다. 눈시울을 붉히고 부성애 넘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면서 감정에 호소하려는 모습도 느껴졌다.

기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걸었던 일말의 기대감마저도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명쾌한 해명을 듣긴 어려웠던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인사청문회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기자간담회이고, 증인이나 참고인 등을 출석시킬 수 있는 권한도 없다. 기자단이 간담회 준비를 위해 하루의 시간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믿고 싶지 않지만 애초부터 조 후보자의 일방적인 해명을 늘어놓기 위한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당당하게 평가 받아 장관직을 수행하고 싶었던 조 후보자라면, 보다 성의 있는 준비와 자세로 기자간담회에서 답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랬다면 자녀와 친족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이자 큰아버지로서의 마음이 더욱 진실 되게 다가왔을 것이다.

청와대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는 모습이다. 사실상 장관 임명을 위한 프로세스에 들어갔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행정적으로 조국 후보자가 장관직에 오를 수 있지만 국민들이 마음속으로 인정하는 법무부 장관일지는 미지수라는 것을.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