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 노사가 만들어낸 화합에 기대

이효정 기자
입력일 2019-09-01 12:32 수정일 2019-09-01 13:03 발행일 2019-09-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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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산업부 이효정 기자

매년 여름이면 머리띠를 두르고 줄파업을 강행하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8년 만에 파업 없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는 강성노조가 내우외환의 위기를 직시하고 사측과 서로 한발 씩 양보하면서 이뤄낸 결과다. 업계에선 이를 계기로 완성차 노조들이 연례행사처럼 벌이던 ‘하투(夏鬪)’ 문화가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파업 대신 실리를 택한 현대차 노조의 결정이 아직 노사 간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한국지엠·르노삼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 분쟁 등 경제 상황이 엄중한데다 회사 내수·수출 판매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노조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파업을 펼칠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7100만여대인 반면 판매량은 6500만여대에 불과했다. 노사가 화합하지 못한다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우리 자동차산업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동차산업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한 가운데, 노사의 공멸을 자초하는 선택 보다는 공존할 수 있는 대응방안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2일 오전 6시부터 울산과 전주, 남양 등 각 사업장별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가결 시 올해 임단협은 최종 타결된다. 이번에 노사가 잠정 합의한 임단협 안에 대해 노조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찬반투표 통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번 타결이 단순하게 한 회사의 올해 임단협 ‘맺음’이 아닌, 어려운 시기 노사가 만들어낸 화합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