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계제로 증시, 개미들 웃픈 '바닥 찾기'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19-08-18 14:08 수정일 2019-08-18 14:09 발행일 2019-08-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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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코스피와 코스닥이 함께 폭락했던 지난 5일,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올라온 주식 관련 게시글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아직 주식사면 안 됨’이라는 제목의 글은 저가매수 시기를 잡기 위해선 한국거래소에서 종가 사진을 올릴 때 함께 찍히는 거래소 직원의 표정, 자세를 봐야 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종가사진에 거래소 직원의 정면 모습이 나오면 아직 지수가 바닥을 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수가 저점을 기록했을 땐 종가사진에 거래소 직원의 정면이 아닌 등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울러 ‘목이나 머리를 만져야함’ 이라는 사소한 ‘꿀팁’도 추가돼 있다.

해당 게시글에는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성지글 예상합니다’ ‘정확한 분석입니다’라는 댓글들이 우수수 달리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이 게시글이 ‘어불성설(語不成說·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라는 의견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3년 5개월만에 코스피 1900선이 무너졌고, 10거래일도 안 되는 기간에 시가총액 100조원이 그야말로 ‘증발’했다. 금융당국은 입을 모아 ‘시장의 불안감이 과도하다’고 강조했지만, 지수 폭락 이유의 대부분이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의 무역갈등인 상황에서 그야말로 ‘시한폭탄’과 같은 미국과 일본 두 정상의 발언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장중 260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의 과거는 온데간데 없고, 증권가는 1900선 지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는 상장사들의 실적이 2분기에 저점을 기록하고 3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지만 소용없어 보인다. 기댈 곳이 없는 불안한 투자자들 중 누군가는 황당함을 무릅쓰고 ‘한국거래소 직원의 등’에 자신의 돈을 걸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