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당, 반일 아닌 극일이듯 반문 아닌 극문하라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19-08-22 09:58 수정일 2019-08-22 14:06 발행일 2019-08-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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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일본 수출규제가 우리나라를 강타하자 반일(反日)이 휘몰아쳤다. 일본에 대한 혐오가 고개를 드는 듯 했으나 ‘NO일본’은 ‘NO아베’로, 반일은 이내 극일(克日)로 승화됐다. 울분에만 매몰되기보다 일본을 극복할 계기로 삼자는 우리 국민의 성숙한 사고다.

반일 기세가 오르던 초기에 감정적 대응은 안 된다며 앞장서 뜯어말린 정치세력이 자유한국당이다. ‘친일 프레임’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본 수출규제 사태의 원인 파악과 합리적인 대응책 마련을 주문한 게 이들이다. 각론에서 여러 이견이 있을지언정 총론적으로 분명 맞는 말이다. 상대가 아무리 부당한 처사를 했더라도 감정적 호소에만 빠지기보단 오히려 냉철하게 해법을 모색하는 게 정도다.

하지만 한국당은 일본을 두고 ‘반’ 아닌 ‘극’을 강조했으면서도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유독 ‘반’에만 골몰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고리로 ‘반문’을 외치고, 반문을 기치로 자신들의 진영 통합을 유도하고 있다.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니 공세와 결집은 필수라지만, 일본에 의한 국란(國亂)에 어느 때보다 여야 협력이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기조를 전환할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그렇다. 자신들의 개혁 기조를 고집하며 야당과의 대화를 피하던 문재인 정부가 국란 대응을 위해 정책 전환 용의를 보이고 야당 대표들을 청와대에 들였다. 야당이 앞뒤 가리지 않는 공세로 상대를 깎아내리기보다, 보란 듯이 국란 타개책을 내놔 우위를 점해야 할 때다. ‘극문’의 적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극문으로의 승화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당 내 일본 대응 기구의 수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 비판을 쏟아내고는 “국회는 정부가 해결한 후 후속 입법조치를 맡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