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깡통' DLS, 키코가 보인다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19-08-21 14:15 수정일 2019-08-21 14:16 발행일 2019-08-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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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

‘이익은커녕 원금도 다 날리게 생겼다’ 최근 금융권에선 이 같은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금의 최대 100%까지 손실을 보게 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DLS 때문이다. 문제가 된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된 것과 영국·미국 CMS 금리에 연계된 상품으로 각 1266억원, 6958억원이 팔려 나갔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전체의 대부분을 팔았고, 현재 최고 마이너스 90%까지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DLS는 독일 10년 만기 국채 등 채권 금리가 일정 구간 밑으로만 안 떨어지면 3~5% 수익을 주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투자금 전부를 잃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 ‘고위험 상품’이다. 복잡하고 난해한 이 상품을 금융회사들은 사모펀드 형태로 고액 자산가들에게 판매했다.

이번 사태는 10년 전 수출 기업들에 재앙이었던 키코(KIKO) 사태와 닮았다. 키코는 환율의 변동 구간을 정해놓고 주가·환율이 이 안에서만 움직이면 받을 수 있는 수익률 상한선을 정해뒀지만 손실률은 원금의 100%까지 열어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과거 키코는 환율이 변동 구간을 넘어서면 가입자가 계약금의 최대 2~3배까지 물어줘야 하는 구조였다. 예상과 달리 환율이 급등하자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고 심지어 도산하는 곳도 나왔다. 2010년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키코 가입 기업들의 손실 규모는 3조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사들은 고객에게 충분한 상품 설명을 했다고 해명하지만, 고객들은 원금 손실이 나기 시작했을 때 고지를 해줬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결국엔 판매처인 금융회사들의 불완전 판매 여부가 핵심이다. 거래하던 은행을 믿고 노후자금까지 넣은 고객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격이다. 이번을 계기로 불완전 판매를 근절할 수 있는 탄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마련이 시급하다.

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