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상 소용돌이 속 '아웃리치'의 한계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9-02-20 14:53 수정일 2019-02-20 14:53 발행일 2019-02-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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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최근 미국 상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의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현재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단 하나 확인된 것은 미 상무부가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이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린 점이다. 우리 업계와 정부는 한국이 미국의 무역규제 조치 리스트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예측 불가해 마냥 희망을 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단 정부는 미 의회와 통상 관련 핵심인사들을 직접 만나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는 ‘아웃리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한 카드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와 우리 업계의 현지 투자다. 한미 FTA는 양국 교역 증가에 큰 역할을 했으며 협상 과정에서 자동차(픽업트럭)를 양보했다는 점을, 현대자동차 등 업계의 현지 투자는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경제에 기여했다는 사실 등을 강조했다.

정부의 아웃리치 노력은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부과 면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트럼프 정부가 ICT(정보통신기술)나 석유화학 등 다른 업종으로 유사한 조치를 준비하게 된다면, 동일한 협상카드로 미국을 설득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혜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우리 기업들에게 억지 투자를 권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통상 ‘뉴노멀’ 시대에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의 투자라는 일차원적인 접근보다 장기적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단순하게 시장접근 차원에서만 움직이지 말고 자율주행차 등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 함께 만들어 나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웬디 커틀러 전 USTR(무역대표부) 부대표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