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월호 영화 '시기 논란'은 이제 그만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9-03-18 14:56 수정일 2019-03-18 16:37 발행일 2019-03-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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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차장

전 국민을 충격과 우울증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 이후 5년이 지났다. 주로 다큐멘터리와 저예산 영화로 제작돼 온 세월호 사건이 최근 상업적 영화에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세월호를 다루는 방식에 ‘빠르다’ ‘시기적절하다’는 논란은 항상 있어 왔다. 전자는 유가족의 상처와 기억을 기인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후자는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그런 의미에서 20일 개봉하는 영화 ‘악질경찰’은 철저히 베일에 감춘 마케팅 방법을 썼다. 표면은 비리에 눈감고 공권력을 이용하는 형사를 내세워 ‘어른의 책임’을 묻는다.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는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와 연출의도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제작비 90억원의 ‘악질경찰’은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코리아가 배급을 맡았다. 대기업 자본의 수직계열화된 극장이 대부분인 한국 영화계에서 최대한 많은 스크린수를 확보하기 위한 최선책이다.

아예 대놓고 남겨진 자의 슬픔을 아우르는 ‘생일’ 역시 극장사업의 후발주자인 NEW의 배급망을 타고 세상에 보여진다.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을 챙기는 유가족들 이야기에서 출발한 영화에는 국민 배우들이 출연하며 힘들 보탰다. 설경구는 “스케줄상 도저히 출연할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해야만 했다. ‘벌써 이 영화를 해야 하나?’도 있었지만 ‘그동안 왜 안만들어졌나’ 생각도 들었다”며 영화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전도연 역시 “부담스럽고 선뜻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슬픔 속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느꼈다”며 출연이유를 밝혔다.

영화는 세상을 비추는 예술이다. 영화보다 더한 사건들이 터지는 현실 속에서 시기에 대한 논란은 부적절해 보인다. 이미 한국 영화계는 ‘다이빙 벨’ 상영을 두고 진통을 겪었다. 그런 영화계에서 세월호 소재 영화 제작과 배급 그리고 연기로 참여한 영화인들의 용기가 폄훼돼선 안된다.

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