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의 영혼을 잠식하는 경제 양극화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19-03-24 13:03 수정일 2019-03-24 15:08 발행일 2019-03-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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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독일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이 1974년 만든 영화 제목이다. 이는 또 아랍의 속담이라고도 한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한 단편이기도 하다.

최근 청년들의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함은 경제적 양극화다. 거칠게 말하면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라 유명한 대학을 나온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경우 양상이 점점 굳어진다. 전자의 경우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확률이 더 높아진다. 성급한 단정이 아니라 통계가 뒷받침한다. 청년들이 박탈감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청년층의 부모 세대는 스스로 말 하듯 모두가 가난했고 나만 노력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시대이다. 제 3세계 국가들이 그렇듯 저임금·노동집약적 제조업을 중심으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다. 취업도 상대적으로 쉬웠고 사회적 양극화도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세대가 지난 뒤 경제는 양적으로 커졌지만 양극화는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다. 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최근 나온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보면 기혼 부부 중 자가 소유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돈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제력(부모 지원)이 높은 사람들이 결혼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연애도 결혼도 포기한다는 세간의 말이 통계로 확인 되는 것이다. 육아 휴직 이용자도 공·대기업에 쏠려 있다. 낮아지는 결혼·출산율의 이유가 ‘요즘 것들이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양극화는 청년의 영혼만 잠식하는 건 아니다. 한국의 미래도 잠식할 수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저서 ‘불평등의 대가’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미국 사회의 건강성을 어떻게 약화시키는지 역설한다.

청년의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정부와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

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