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입으로만 민생·개혁 외치고 속내는 선거뿐인 국회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19-03-07 10:46 수정일 2019-03-07 16:25 발행일 2019-03-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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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국회는 임기 4년 내내 대선을 치른다”

여야가 입으로는 민생·개혁을 외치면서도 속내는 정권 창출을 위한 정치 셈법만 있다는 한 국회의원의 지적이다. 국회는 쏟아지는 현안과 여론에 떠밀려 급하게 일을 해치운다. 온갖 현안들은 모이는데 일할 의원은 한정돼 있고 여야 입장은 상이해 난국을 겪는 처지를 이해 못할 건 없다. 문제는 정책적 고민보다 정략적 판단을 우선하며 정쟁을 일으키고, 사회의 환부는 악화되도록 방치한다는 점이다.

정치의 동력은 권력욕이라지만 이 때문에 본분을 망각해선 안 된다. 사회갈등이 발생하면 중재해야지, 지지층 결집을 위한 부지깽이로 삼아선 안 된다는 말이다. 사립유치원 문제가 한 예다. 당장 유치원과 학부모들이 아우성 치는데 여야가 서로 신념으로 포장한 아집만을 내세우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거기다 지지세를 키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쪽 편을 들어 갈등을 부추긴다면 주객전도의 극치라고 할 만하다.

불행히도 갈등을 양식 삼는 정치는 이미 국회의 생리다. 여야는 대립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며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손익계산에 따라 강도가 다를 뿐이다. 여야 모두에게 유권자의 표심을 살 방안인 정부 예산은 정치적 공방을 벌이면서도 심사 법정기한을 넘길까 조마조마해 하며 극적 타결을 이룬다. 반면 선거에서의 손익이 갈리는 선거제 개혁은 선거구 획정 법정기한에도 콧방귀를 뀌며 논쟁에 골몰한다.

이런 메커니즘에서 정책적 고민을 기초로 한 획기적 법안을 낳는 건 언감생심이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여야 당론의 공방장으로 전락했고, 정치 셈법에 따라선 국회 자체가 멈추기도 해서다. 실제로 국회는 여야 대치 탓에 올해 들어 이달 초까지 본회의를 한 번도 열지 못했다.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