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선 '빅딜'에 가려진 중형사 '생존 몸부림'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19-02-27 14:55 수정일 2019-02-27 14:56 발행일 2019-02-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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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연초부터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지만, 가장 주목받은 것은 역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소식일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계획대로라면 일본과 중국 등 글로벌 경쟁사들의 수주잔량을 수배 뛰어넘는 유례없는 ‘메가 조선소’가 탄생하게 된다. 

“조선산업 재도약이라는 사명감 아래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로 이번 인수를 선택”했다는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의 말처럼, 이번 인수건은 지난 2016년부터 자구안을 통해 장기적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던 국내 조선사들이 당장의 생존이 아닌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업황이 회복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면 중형조선사들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중형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해 정부에 의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1차 매각에 이어 최근 진행한 2차 매각에서도 인수 대상자 선정에 실패했다. 대선조선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과의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아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 자회사인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절차 돌입 여파로 자본잠식이 발생한 한진중공업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6000억원대 출자전환을 받는 데 성공해야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그 다음은 산은·수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중형사들에 대한 체제 재편이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간 정부에서 조선산업에 대해 많은 지원책을 마련해왔으나, 중형사들은 그 대상에서 항상 한 발짝 벗어나 있었다. 한계에 부딪힌 중형조선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맞춤형 생존전략’이 절실하다.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