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장 실패, 정부 실패

채현주 기자
입력일 2019-03-21 14:51 수정일 2019-03-21 14:53 발행일 2019-03-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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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주 금융증권부 차장

시장실패를 손보기 위해 정부가 개입한다. 독과점과 담합 해소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왜곡된 가격을 바로잡는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가격에 손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정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격을 조절한다. 가격은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된다. 시장경제의 기본법칙이다. 기자도 이런 가격 결정 이론을 믿는다.

그런데 지금 시장에선 ‘보이지 않는 손’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력이 있다. ‘정치’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관철시키기 위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단행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을 꾀했다.

그러나 각종 경제지표는 최악이다. 성장은 물론 분배도 그렇다. 한 경제학자는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면 안된다”고 피를 토하듯 말한다. 시장실패를 바로잡으려다 새로운 비효율에 직면하는 정부실패를 문재인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최근 카드 수수료율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이들에게는 낮은 수수료율을, 카드 사용에 따른 마케팅이 집중되는 대형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하라고 했다.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은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분쟁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2012년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이 이렇게 말했다. “공공요금이 아닌 민간기업의 가격을 정부가 결정·강제하는 법률은 다른 영역에서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좋지 않은 입법례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가 3년마다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정권은 표심을 위해 가격을 조정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가격에 손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채현주 금융증권부 차장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