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당한 중앙회'가 되려면

유승호 기자
입력일 2019-03-04 14:41 수정일 2019-03-04 14:43 발행일 2019-03-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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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금품수수와 흑색선전으로 서로를 비방하는 사례가 매 선거 때마다 끊이질 않았어요. 서로 같이 뭉치기도 급한데….”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인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제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도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서울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기간에 접수된 고발 건수는 10여 건에 달했다. 중기중앙회는 회장 선거를 치를 때 마다 홍역을 치렀다.

중기중앙회장 자리를 두고 혼탁 선거가 매번 빚어지는 까닭은 처벌이 강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적용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공직선거법과 다르게 당선인 측근이 법 위반을 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중통령’이라고 불리며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 중기중앙회장인 만큼 부정선거 방지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당선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역시 금품수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 회장의 비서실장은 김 회장을 인터뷰한 모 언론사 기자에게 현금과 시계를 준 혐의로 현재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하지만 오히려 김 회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입장을 묻는 취재진을 뒤로 한 채 기자간담회장을 빠져나갔고 결국 엘리베이터 안에서 5분여간 몸싸움과 막말 등 대치 끝에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알 것”이라는 옹색한 답변을 내놨다. 김 회장의 첫 기자간담회는 그렇게 아수라장이 됐다.

낙타는 뜨거운 태양과 마주하면 얼굴을 태양쪽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이 360만 중소기업인을 이끄는 ‘중통령’의 책임이지 않을까. 중소기업인들이 원하는 당당한 중앙회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유승호 기자 pe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