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액세서리 취급받는 ‘중도’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올 4월 총선을 앞두고 가장 떠오르는 단어는 ‘중도’다. 2016년 총선 당시 중도를 기치로 세운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중도는 진보·보수 양 측 모두가 ‘표심 확장’을 위한 키워드가 됐다. 그러나 중도라는 말만 ‘흥행용’으로 앞세울 뿐 실질적 외연확장에 성공한 모습은 보인지 않는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젊은 중도층의 마음을 잃은 이후 만회에 거듭 실패하고 최근에는 진보학자인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칼럼을 통한 비판에 고발 조치를 취해 오히려 더욱 중도 표심이 떠나고 있다. 중도 표심 확보를 목표로 언급만 할 뿐 정작 행동은 배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이른바 ‘중도·보수통합’에 따른 ‘미래통합당’ 출범을 17일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 문제, 사실상 ‘지분 싸움’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이탈했고, 중도의 아이콘으로 우선 영입대상이라고 공언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도 포섭하지 못했다. 결국 과거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함께 했던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절대적인 주축을 이뤄 사실상 ‘도로 새누리당’에 그친 모양새다.국민의당을 이끌어 중도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위원장조차 중도를 표방하는 ‘새로운 국민의당’을 추진하면서도 측근들은 ‘보수통합 합류’를 고려하고 있다. 이미 2016년 당시와는 다른 ‘중도’라는 의미다. 안철수 위원장과 국민의당을 함께 했던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도 총선에 대비해 급하게 ‘중도·개혁’을 외치지만 호남세력만 남은 ‘호남당’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중도는 결국 ‘선거용 액세서리’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

2020-02-16 14:01 김윤호 기자

[기자수첩] 대형마트·SSM·편의점, B마트에 긴장해야하는 까닭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돈을 모으려면 마트에 가지마라.’ 집에서 TV를 보다 광고를 봤다. 마트에 가지 말라니. 소량주문과 즉시 배송이 가능하다니. 궁금했다.휴대폰을 집어 들어 배민 앱을 열고 B마트를 눌렀다. 몇 가지 간식거리 상품을 주문했다. ‘띵동’. 주문한 상품이 왔다. 초시계로 잰 배달 시간은 17분이었다.B마트는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11월부터 정식으로 선보인 ‘초소량 바로배달’ 서비스다. 과일, 샐러드 등 신선식품을 비롯해 생필품, 반려동물 용품 등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는 제품 3000여종을 갖추고 있다. 배민은 서울 15곳, 인천남부지역 1곳에 도심형 물류창고를 마련하고 상품을 직매입해 B마트를 운영하고 있다.B마트의 장점은 소량주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소 주문금액은 5000원이다. 주문 1시간 내 배달이 된다는 것도 강점이다. 3㎞ 안에서는 30분 이내에 배송이 가능하다. 이는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등 전통 유통채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가격 경쟁력 또한 높다. 실제로 컵밥 제품의 경우 편의점, SSM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800원~1000원 가량 저렴했다.B마트는 최근 소비트렌드인 편리미엄을 노렸다. 편리미엄은 ‘편리한 것이 곧 프리미엄’이라는 뜻으로 편리함이 소비의 기준이 되는 것을 말한다. B마트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빠르기 때문에 쓴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최근 배민이 인천까지 B마트 구역을 확대한 것으로 비춰볼 때 올해 배민이 수도권 지역으로 배송구역을 더욱 확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뜩이나 온라인몰에 밀리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B마트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유승호 기자 peter@viva100.com

2020-02-13 14:51 유승호 기자

[기자수첩] 정치 테마주에 꼬이는 '기생충'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달성한 ‘기생충’ 영화의 핵심 골자는 사회의 양극화다. 재벌이 되고 싶었던 빈민층이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일가족이 다치거나 숨지는 장면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찝찝하다’, ‘불편하다’고 말했다. 영화가 사회 현상을 제대로 꼬집었다는 증거다.테마주가 만연한 최근의 증시는 영화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명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고수익을 내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확산되는 시기에는 마스크 관련 종목과 손 소독제 제조업체를 찾고, 총선을 앞두고는 각 정치인과 관련된 종목들을 찾아 나선다. 영화 속 여주인공이 재벌가의 미술 과외선생님으로 들어가기 위해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를 달달 외웠듯, 개미들은 “신종 코로나엔 ○○사 총선에는 △△사”를 외우는 것이다.재벌가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속였던 주인공들의 꿈이 허상이었듯, 기업의 본질가치와 관련 없는 테마주의 주가 급등 또한 매번 허상이었다. 그리고 다치는 건 늘 개미들이었다. 선거철이 끝나면 당선되지 못한 후보자 테마주 뿐만 아니라 당선된 후보자의 테마주도 함께 급락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다치는 장면은 공교롭게도 재벌가의 파티 현장이다. 테마주 현상으로 누군가는 떼돈을 벌었으나, 누군가는 다쳤다.처음엔 선거철마다 찾아오는 테마주에 목 매는 개미들이 답답했다. 그러나 한 취재원이 정치테마주 현상이 근절되려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경유착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말을 듣고선, 나의 화살이 과녁을 잘못 겨누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 국면에서 그저 돈을 벌고 싶은 개미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부자가 되고 싶은 ‘기생충’은 올해도 어김없이 종류도 다양한 테마주에 ‘기생’하고 있다.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

2020-02-12 14:13 이은혜 기자

[기자수첩] 포근한 겨울 직격탄, 도시가스사는 한파

양세훈 산업IT부 차장올해 겨울은 유난히 포근하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평균기온이 2.8도를 기록하며 관련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한다. 1월 평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도 각각 7.7도, 영하 1.1도로 사상 최고 기록이다. 에너지는 날씨, 특히 기온에 민감하다. 여름철 평균 1도가 오르거나 겨울철 평균 1도가 떨어지면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린다.다행히 올 겨울은 포근한 탓에 전력수급이 안정적이다. 1월 한달간 전력수급상황(평일기준)을 보면 예비력 1195만∼2112만kW(예비율 14.6∼29.1%)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 되고 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라 석탄발전을 8∼10기 가동정지하고 최대 49기에 대해 상한제약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있는 것이다.반면 도시가스업계는 울상이다. 난방용 도시가스 수요가 몰리는 겨울철이지만 천연가스(LNG) 판매가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와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시가스용 천연가스(LNG) 판매량은 248만8000t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272만1000t)보다 23만t(8.5%) 줄었다. 12월 전체 천연가스 판매량도 전년보다 1.8% 줄어든 421만2000t이다. 특히 최근 5년간 12월 도시가스용 판매 비중은 평균 61.4%에서 지난해 12월은 59.1%로 떨어졌다.도시가스 판매량이 줄면 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도시가스업계는 올해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자구책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판매부진을 날씨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업계차원의 새로운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기후변화에 따른 포근한 겨울이 매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다.양세훈 산업IT부 차장 twonews@viva100.com

2020-02-10 14:16 양세훈 기자

[기자수첩] ‘신종 코로나’가 바꿔놓은 유통가 풍경…이후가 더 걱정?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사스나 메르스보다 현장에서 느끼는 심각성이 더욱 크다.”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유통가 한 관계자의 하소연이다.확진자 방문 여파로 면세점을 시작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사상 초유의 임시 휴업에 들어가는 등 사태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무엇보다 유통업체들은 사스나 메르스 당시 악몽이 재연될까 좌불안석이다.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메르스가 발병한 2015년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1.9%, 10.2% 감소하는 직격탄을 맞았다.그나마 당시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유통업계에 중심축이었지만, 지금은 소비시장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감에 따라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불안 여파로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간편식 및 집밥, 홈술 등이 크게 증가한 온라인 매장에서의 생필품구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그럼에도 오프라인 매장들은 당장의 매출 하락을 걱정하기 보다 고객의 불안감 해소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하루 평균 매출 60~100억 수준으로 알려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도 확진자 방문이 확인되면서, 방역을 위해 1979년 문을 연 뒤 41년 만에 처음으로 휴점을 결정했을 정도다.옛말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어떠한 고난에도 자기 스스로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만이 성공이라는 과실을 누릴 수 있다.손익을 따지기보단 고객과 직원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유통업계의 모습을 응원한다.양길모 기자 yg102@viva100.com

2020-02-09 14:32 양길모 기자

[기자수첩] 불안 파고드는 가짜뉴스

정길준 산업IT부 기자중국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국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우리 정부가 가짜뉴스 확산 방지에 팔을 걷어붙였다. 경찰도 ‘확진자 사망설’, ‘특정 지역 확진자 발생’ 등의 내용을 담은 6건의 가짜뉴스 및 허위 문자메시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기자도 수개월 전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공유했던 탓에 최근 곤혹을 치렀다. 정보의 출처는 잊은 지 오래. 무심코 ‘복붙(복사·붙여넣기)’해 전달한 가짜 정보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가짜뉴스가 야기한 사회적 혼란이 남들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지난 2018년 AP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이 공개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짜 정보의 온라인 확산 속도는 진짜 정보보다 6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뉴스가 1500명의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0시간으로 진짜 뉴스의 60시간과 비교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진짜 정보는 오랜 시간을 할애해 제대로 사실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신뢰성을 인정받은 기관 또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필수적이다. 이에 반해 가짜 정보는 눈에 보이는 틀만 그럴듯하게 꾸며 전송하면 그만이다. 다루는 정보도 대체적으로 자극적이라 전파되는 속도가 빠르다.인터넷의 발달로 물리적 거리가 의미 없는 시대다. 전화 대신 온라인 메시지나 SNS를 통해 소통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정보의 유통 경로를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초고속 5G 시대에는 빠른 네트워크 속도보다 정보를 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고취가 선제돼야 한다. 기술 발달이 가져오는 편리함에 앞서 질 나쁜 정보가 가져오는 직간접적 영향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때다.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

2020-02-06 14:57 정길준 기자

[기자수첩] 투명성은 권력의 도구가 아니다

김수환 국제부 차장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발생한지 두 달여 만에 중국 내 누적 확진자 수가 2만 명을 돌파했다. 확산 속도가 2003년 ‘사스’ 때보다도 빠른데, 이 통계조차도 축소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은폐와 대응력이 도마에 오르면서다.중국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이미 사람간 전염이 확인됐지만, 정부 당국은 최근까지도 부정적인 소문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며 사태를 축소하는데 급급했다. 신종코로나 사태를 초기에 경고했던 한 중국 의사는 거짓 소문 유포자로 낙인까지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쉬쉬하는 동안 춘제(春節) 연휴를 앞둔 대이동에서 질병의 발원지인 우한이 봉쇄되기 전에 500만 명이 빠져나갔고, 수백 만명은 사람간 전염이 없다는 당국의 말만 믿고 있다가 우한에 갇혔다.요즘 중국인들은 1986년 구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다룬 미국 드라마에서 진실을 은폐하는 소련 간부들의 모습을 보며 중국 체제를 비판한다고 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한숨 돌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가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국민의 분노와 실망감이라는 내부의 더 큰 적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선 체르노빌 사태가 소련 체제의 붕괴로 이어졌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결국 중국 지도부도 관리 능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했지만, 사태를 초기에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일이 이 정도로 커졌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우리나라 세월호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투명성’이란 권력의 필요에 따라 확보할 수도, 확보하지 않을 수도 있는 도구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검열과 은폐, 축소가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한다. 그것이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이 아닐까.김수환 국제부 차장 ksh@viva100.com

2020-02-05 14:18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휑한 거리, 북적이는 인터넷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 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문제되지 않던 1월 초 얘기다. 눈에 띄는 전시물이 있었다. 액자에 걸린 그림이 아니다. 표지에 ‘광장’이라고 크게 적힌 책이다.미술관에서 작가 8명에게 광장이라는 소재만 던진 채 짧은 소설을 써달라고 했다. 작가들은 저마다의 움직임으로 광장을 거닐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서울 시내 광장, 어른·아이와 강아지까지 뛰어노는 광장, 사회 문제에 대해 와글와글 토론하는 인터넷 광장, 홀로 또는 누군가와 생각·사진을 감상하는 소셜 미디어와 메신저 광장까지. 잊고 있던 광장을 마주한 것 같아 색달랐다.지금 또 그렇게 넓은 광장에 나와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지자 광장이 한산하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정월대보름 행사를 비롯해 유명 축제와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운동장에 모이지 않고 각 교실에서 졸업식을 하거나 개학을 미루는 학교도 생겼다. 수영장과 사우나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간에 발길이 끊겼다. 확진환자가 다녀갔다는 영화관과 면세점, 대형마트는 문을 닫았다. 은행·증권사 영업점 역시 썰렁하다. 이곳저곳 누비는 기자라고 다르지 않다. 일부 회사는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을 거친 외국인 입국을 막기로 했다.마스크나 손 소독제를 사려는 손길은 인터넷에 몰렸다. 외식을 자제하느라 간편식 주문량이 폭증했다. 사람들은 확진환자 동선을 서로 알리며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국내 대학생들은 확진환자 이동 경로와 진료소 정보를 나타내는 ‘코로나 알리미’와 ‘코로나 맵’ 사이트를 공개했다.각자 서있는 광장은 다르지만 이 사태가 어서 진정되기 바라는 마음은 하나다.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2020-02-03 14:24 유혜진 기자

[기자수첩] 불안 키우는 가짜 정보

전혜인 산업IT부 기자우리는 지금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다만 언제나 그 정보가 유용하거나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때로, 또는 너무 자주 우리는 정보에 시달린다.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소위 ‘우한 폐렴’의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시기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는 설 명절이 맞물리고, 이후 확진자가 점진적으로 늘어나면서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이런 대중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는 것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가짜 정보들이다. 일례로 설 연휴가 막 끝난 지난달 28일에는 모 기업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해 서울 종로구에 소재하는 본사 건물이 전체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라시가 SNS를 통해 퍼졌다. 해당 지라시는 각종 내용으로 여러 번 변형되며 혼란을 불러 일으켰으며, 지라시에 언급된 기업 관계자들은 그날 내내 그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았다. 이외에도 확진자들이 이동했던 경로를 비롯해 국내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허위 뉴스까지 퍼지는 등 바이러스보다도 가짜정보가 더욱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직접 ‘범죄행위’라고 언급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도 엄정한 대응을 예고했고, 지자체 수준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하는 등 행동에 나섰지만 이미 퍼진 루머를 컨트롤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은 분명하다.한번 퍼진 소문은 바로잡기 힘들다. 특히 이렇듯 거대한 범국가적 재난 상황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앞서 지난 2015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과도한 가짜뉴스와 신상 털기가 여러 차례 자정에 대한 필요성이 지적돼 온 바 있다.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각과 노력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

2020-02-02 14:22 전혜인 기자

[기자수첩] '2無2有' 백승수 리더십에 반한 이유

조은별 문화부 차장SBS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장안의 화제다. 인기의 중심에는 만년 꼴찌야구팀 드림즈에 부임한 신임단장 백승수(남궁민)의 활약이 있다. 야구 경력이 전무한 그가 팀을 재건해 나가면서 시청률도 껑충 뛰었다. 1회 5.5%로 출발한 전국 시청률은 백승수 단장이 팀의 적폐세력을 철폐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면서도 고위층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16.5%로 3배 가량 껑충 뛰었다. 백승수 단장의 리더십은 2무2유로 정의된다. 그는 자신이 세운 원칙에 흔들림이 없다. 팀 분위기를 저해하는 4번 타자 임동규(조한선)를 방출시킬 때, 스카우트 비리를 저지른 스카우트 팀장 고세혁(이준혁)을 솎아낼 때도 직원들의 반대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박힌 돌이 이끼가 더 많다”며 편견에 반기를 든다. 업무에서는 사적감정을 내세우지 않는다. 반발하는 직원이나 굴복시키려는 상사에게도 좀처럼 분개하지 않는다. 백승수가 내세우는 건 데이터와 논리다. 그는 팀을 해체시키려는 구단주 대행 권경민 상무(오정세)에게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나 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안다”고 꼬집는다. 모든 이들이 반대했던 임동규 방출 때도 철저히 데이터를 분석해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 하지만 타인의 목소리를 경청할 줄도 안다. 그는 이세영(박은빈) 팀장에게 “팀장님이 반발하면 제가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며 “그러면서 내 결정이 옳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고 말한다.어찌 보면 백승수의 리더십은 별게 없을지 모른다. 원칙에 입각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것.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큰 숲을 보자는 게 백승수 리더십의 실체다. 하지만 꼭 필요한 개혁도 정파적으로 결정되는 우리 사회, 공과 사도 내편, 네편으로 갈라 편들기에 여념이 없는 작금의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백승수의 리더십은 일종의 단비다. ‘스토브리그’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다.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

2020-01-30 14:27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바이러스와 야생동물 식용

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야생동물 식용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중국 보건 당국은 27일 후베이성 우한시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대거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역학조사 결과 585개 조사 표본 중 33개 표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사스처럼 박쥐에게서 옮겨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그렇다면 국내 야생동물 식용 상황은 어떨까. 박쥐까지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다양한 야생동물이 거래된다. 멧돼지, 야생오리, 개, 뱀, 상어 지느러미(샥스핀) 등 건강원과 음식점에서 거래되는 종류만 30종이 넘는다.멧돼지의 경우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이후 포획하면 반드시 소각·매립해야 하지만 멧돼지를 한약방 등에 고가에 팔거나 자가식용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생동물이 ‘보신’에 좋다는 전반적 인식 때문이다.하지만 자연과 가까이 있는 야생 동물들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기 쉽다. 바이러스는 자연이 진화하듯 동물과 함께 진화하며 빠르고 변칙적으로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근래 들어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의 약 70%는 야생동물에게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쥐를 먹은 사향고양이에서 시작된 사스, 박쥐와 접촉한 낙타에게서 시작된 메르스, 에이즈를 옮긴 침팬지 등 각종 전염병의 시작은 야생동물이었다.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야생동물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하면 나중엔 ‘화식’으로 죽지 않는 바이러스도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불로 익혀도 죽지 않고 현재 신종 코로나처럼 증상도 없는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야생동물 섭취를 즐기는 관습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 peace@viva100.com

2020-01-29 15:14 김승권 기자

[기자수첩]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신중히 판단해야

채훈식 건설부동산부 차장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학군과 교통, 편의시설이 우수한 단지의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대다수 전문가들은 설 이후에도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강도 대출규제로 매매 수요의 전세 수요 전환, 보유세 인상분 세입자에 전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청약 대기 수요 증가와 공급물량 감소, 교육제도 개편 등 전셋값 상승 요인이 산재한 탓이다.정부는 전셋값 불안이 지속된다면 전월세인상률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꺼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년 기자회견 등의 자리에서 “전세가 오른다거나 하는 의외의 일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며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전문가들이 임대차 제도가 전세시장이 안정돼 있을 때는 서민 주거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전세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등 단기적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지금처럼 집주인이 우위인 전세시장에서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미래 상승분을 반영해 전세금을 단기간에 올리면 세입자는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을 더 올려줘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1989년 정부가 전세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집주인들이 2년치 전세금을 한 번에 올려 전셋값이 20% 이상 폭등한 바 있다.내년에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의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것도 부담이다. 공급을 막아 놓은 채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쏟아내면 전셋값 상승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전셋값 안정에 도움이 될지 냉정히 판단해봐야 한다. 엄청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이는 결국 무주택 세입자이기 때문이다.채훈식 건설부동산부 차장 chae@viva100.com

2020-01-27 14:35 채훈식 기자

[기자수첩] 혼란 예고한 암호화폐 세금 부과, 반격이 필요하다

김상우 산업IT부 차장정부당국이 암호화폐 세금 부과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업계가 침통한 표정이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비트코인 시세가 크게 치솟은 상승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반대로 거래량이 도통 살아나지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암호화폐 제도화 전부터 과세 기준을 논의한다는 자체가 어떻게든 ‘돈맥’을 캐려는 정부의 몸달음이 아니겠냔 쓴웃음이다. 특히 관련 제도가 선행되지 않고 세금부터 거두게 되면 각종 편법이 판을 칠 것이란 우려다. 세금을 피하기 위한 OTC(장외거래)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고 이는 거래소 거래량을 침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당연지사다.이뿐만 아니다. 암호화폐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소득은 거래소 매매차익 외에도 에어드롭이나 채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암호화폐 위탁 이자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영역에 대한 구체적 계산 없이 무턱대고 징세에 나선다면 큰 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소위 암호화폐를 대량으로 보유한 ‘고래’들은 각종 편법을 동원해 세금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어찌 보면 ‘개미’ 투자자들만 성실한 납세자로 전락할 처지다.그동안 정부는 암호화폐 시장을 도박판으로 취급해왔다. 거래소 폐쇄 발언부터 ‘바다이야기’나 마찬가지라는 비아냥거림은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흑역사로 기록될 터다. 정부의 바람대로 현재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황폐해졌다. 그런 시점에 조세 정의를 외치며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고 강조하는 건 업계를 확실히 밟겠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현재 정부의 조세 정책은 큰 불만을 사고 있다. 정부 출범 당시 ‘증세 없는 복지론’을 내세웠으나 PR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 세금 문제는 당락을 좌우할 만큼 민감한 주제다. 암호화폐 업계가 현 정부에서 산업 활성화는 가망 없다고 판단한다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볼 일이다. 정치적 코드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정치적 코드로 매듭을 푸는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김상우 산업IT부 차장 ksw@viva100.com

2020-01-22 15:01 김상우 기자

[기자수첩] 호주 산불과 기후변화, 한국은 괜찮은가

이원배 기자지난해 9월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넉 달 째 계속되고 있다. 호주 대륙을 강타하고 있는 초대형 산불은 큰 피해를 남겼다. 가히 재앙 수준이다. 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남한 절반 규모의 면적이 불탔고 비상사태 선포로 수십 만 명의 주민에 긴급대피령이 내려졌다. 특히 생태계의 피해가 막심하다. 1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됐고 호주의 상징적인 동물인 코알라는 뉴사우스웨일즈에서만 30% 가량 줄어들었다. 텔레비전 뉴스 화면에 잡힌 불타는 산 가운데 덩그라니 남아 있는 코알라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환경단체는 이번 호주 대형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대기 온도가 올라갔고 이로 인해 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산불이 더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끔직한 결과 중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기후변화를 조속히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한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지난해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등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산불도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기후변화로 대기 온도가 상승하고 건조한 날씨를 만들어 산불에 더 취약해 진다는 논리다.인간 생활에 직접적이고 바로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 국민도 관심이 무척 높다. 그래서 바로 대책이 마련되고 미세먼지 줄이기에 나선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미세먼지 만큼의 관심은 아닌 듯하다. 당장 우리 삶에 영향이 적고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 가 싶다. 녹아내리는 빙하, 굶주리는 북극곰은 그저 텔레비전 뉴스 속의 장면만은 아닐 것이다. 환경부의 기후변화 대응 예산 집행률도 미세먼지 사업보다 많이 떨어진다.기후변화는 미세먼지 만큼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대형 산불이 그렇고 덜 잡히는 물고기가 그렇고 매년 더워지는 한 여름 폭염이 그렇다. 당장 올해 겨울만해도 눈 보기가 힘들고 강에 얼음이 잘 얼지 않는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더 많은 걸 잃기 전에 하루 빨리 대응에 나서야 한다.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2020-01-20 13:20 이원배 기자

[기자수첩] 세치 혀에 국민들은 분노한다

정치경제부 한장희 기자.‘세 끝을 조심하라’는 옛말이 있다. 그 ‘세 끝’ 가운데 혀도 포함이 된다. 말을 하기 전 신중히 생각하고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선조들의 교훈에도 정치권에서는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입을 가볍게 해 구설에 오르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그 논란의 중심에 선 사람이 바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8월 당 대표 취임 이후 준비되지 않은 멘트로 구설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공식적인 회의나 행사 외에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빗발치는 기자들의 질의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말을 아껴왔다.그러나 사고는 자신이 야심차게 출범시킨 민주당 유튜브 채널인 ‘씀’에서 터졌다. 이 대표는 인재영입 1호 인사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다. 선천성 장애인은 후천성 장애인에 비해 의지가 약하다는 발언이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민주당은 해당 영상을 내렸고, 다음날 이 대표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영입 1호 인사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가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됐지만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뜻을 전하려는 차원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지만, 이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2월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서도 장애인을 부정적 의미로 사용했다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을 미뤄볼 때 이 대표는 평소 장애인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듯 한 모양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인재영입 1호 인사로 장애인을 택해 소외된 계층 보듬고 챙기겠다는 민주당의 구상은 이 대표의 발언으로 의미가 퇴색됐다.과거에도 집권여당 대표가 노인 비하 발언을 해 곧이어 있던 총선에서 대패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한 마디의 말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시 복기하기를 고언한다.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2020-01-19 13:00 한장희 기자

[기자수첩] 설 연휴 대전, 국정원이 교집합인 이유

이희승 문화부 차장올 설 연휴 영화 대진표가 흥미롭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와 ‘히트맨’ ‘남산의 부장들’이 오는 22일 동시 개봉한다. 작년 설 연휴를 기점으로 관객들의 입소문을 제대로 탄 ‘극한직업’의 전철을 제대로 밟으려는 모양새다. 이번 주 영화계는 나란히 3편의 영화의 언론시사회를 통해 본격적인 흥행 전쟁에 나섰다.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는 ‘미스터 주’가 10대를 겨냥했다면 ‘히트맨’은 웹툰과 만화에 익숙한 2030세대를 파고든다. ‘남산의 부장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사건을 다루며 중장년층 관객들의 많은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 모두가 국정원 요원들을 내세우거나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다. 코믹하게 혹은 묵직하게 이들을 다루는 방식은 각자의 장르에 충실하다. 국가의 선택을 받았다고 의심치 않는 이들이 망가지거나 헛된 엘리트의식에 휘말려 보여주는 어설픈 행동들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여줬던 권력의 상징이 아니다. 무엇보다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을 소재로 애국심의 정의를 되묻는다.과거 ‘공공의 적’ 시리즈가 정경유착의 물꼬를 텄다면 ‘내부자들’을 기점으로 대중들을 ‘개, 돼지’로 치하는 정치 드라마 장르는 제대로 탄력받은 듯 싶다. 박근혜 정부가 관리해온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고 국정원 요원들의 ‘댓글부대’라는 이름으로 활약한 사실이 영화적 상상력을 제대로 자극한 셈이다.지난 101년간 한국영화사에서 지금만큼 대놓고 정부를 조롱하거나 국가기관의 무능함을 보여준 정권은 없었다. 세계 영화계를 접수한 봉준호 감독이 있기까지 ‘칼질과 검열’을 겪은 수많은 거장들이 있었다. 단순히 영화적으로 웃고 넘길 것인지, 이 영화들이 겨냥하는 게 무엇일지를 꿰는 건 관객의 몫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01-16 14:27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삼성판 공수처' 성공해야 하는 이유

박종준 산업IT부 차장삼성이 전대미문의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다. 사실 삼성이 변화를 택한 타이밍이 썩 좋지는 않지만,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초대 위원장에 선임된 김지형 변호사의 말처럼 ‘삼성이 먼저 벽문(壁門)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를 향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시민단체 출신 등 외부자들이 중심이 된 독립기관으로 명실상부 ‘삼성판 공수처’를 자처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선 삼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면피용 기구의 오해를 불식시켜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이정표를 세울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도 감지된다.그 기저에는 우리 산업과 경제에서 삼성을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과도 연결된다. 국내 전체 기업 중 매출, 영업이익, 고용, 법인세 납부 등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비중이 단연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사든 기술이든 뭐든, 심지어 연말 ‘이웃돕기 성금액’조차도 삼성이 기준점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이를 면죄부의 근거로 연결시키는 것은 불편부당하다. 그럼에도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기업’이라는 사실 등으로 삼성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은, 역으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번에는 성공해야만 하는 당위성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특히 준법경영은 삼성은 넘어 중요한 사회적 의제다. 이 같은 현실에서 비춰 일각에선 삼성이 ‘메기(효과)’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하기에 삼성이 이번에 택한 변화는 기업의 준법·윤리경영을 향한 유의미한 변화와 진전을 넘어 우리 사회에도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삼성도 이번에 오너일가든 노조문제든, 승계든 준법감시 분야에 성역을 두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때문에 우리도 이번에는 색안경보단 ‘한국판’ 발렌베리가(家)로의 진화를 기다려 봄직 하다는 생각이다.박종준 산업IT부 차장 jjp@viva100.com

2020-01-15 14:07 박종준 기자

[기자수첩] 靑이 자초한 기업은행장 '낙하산 논란'

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인사철을 맞은 금융권에서는 인사이동과 조직개편이 한창이다. 그 중에서도 잡음이 계속되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에는 지난 2일 외부 인사가 새롭게 조직의 장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두 번째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았던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다.그간 기업은행에선 2010년부터 3차례에 걸쳐 내부 인사가 승진을 통해 행장에 올랐다. 하지만 10년에 걸쳐 낙하산 인사를 막아냈던 전통이 윤 행장을 계기로 깨지면서 기업은행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윤 행장은 열흘 넘게 본사로 출근하지 못하고 은행 밖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신세다.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상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청와대가 임명한다. 부행장과 자회사 사장 등 누구라도 기업은행장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행장 선임 시기가 되면 대상자들은 실무를 뒷전으로 두고 정치인을 만나러 다닌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과 2016년에도 각각 허경욱 전 기재부 차관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내정하려 했지만 노조와 시민단체 그리고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강한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현 상황은 7년 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 같은 것”이라고 말한 것이 무색할 정도다. 노조 친화적인 문재인 정부에서 사전에 설득 없이 낙하산 관료 인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아이러니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출근 저지로 인한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서 임기가 이미 끝난 계열사 CEO 3명과 부행장급 인사가 늦어지고, 기업은행은 올해 경영계획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윤 행장이 어떤 식으로 노조와 화해해 ‘함량미달 낙하산’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윤 행장은 언제쯤 은행 구성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본사로 출근할 수 있을까.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 jyoon@viva100.com

2020-01-13 14:52 이정윤 기자

[기자수첩] 가짜뉴스까지 등장한 부동산시장

장애리 건설부동산부 기자‘초고가 주택 범위 12억·고가 주택 범위 6억으로 현실화’. ‘초고가 주택거래 허가제 도입’,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등록 특별세 추가’지난 10일 오후. 점심 시간이 지난 뒤 한 지인이 “장 기자, 이거 진짜야?”라며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국토교통부가 조만간 분양가상한제 개선안을 포함한 추가 부동산 규제안을 발표한다는 내용이었다. ‘국토부:보도자료 배포 및 백브리핑 계획 알림’이라는 제목의 메시지는 언뜻 기자가 보기에도 그럴 듯 했다. 정부의 실제 보도자료 배포 계획 알림 형식과 흡사했기 때문이다.자세히 들여다보니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 말장난 수준의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가짜뉴스였다.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4~5명에게서 더 받았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대중에 빠른 속도로 퍼졌고 여론은 출렁였다.국토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SNS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보도자료 계획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유포 등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이 소동(?)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정부가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을 비꼬려고 만든 것”과 “이 정도로 강력하고 확실한 대책이 필요한 때” 라는 의견이다.중요한 것은 이런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시장이 반응했다는 점이다. 연 초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 개입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여론도, 그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도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에 만족하고 있지 못하는 듯 하다. 혼란한 시장 상황이 안타깝다.장애리 건설부동산부 기자 1601chang@viva100.com

2020-01-12 09:22 장애리 기자

[기자수첩] 신뢰 잃은 금융시장, 근본대책 세워라

홍예신 금융증권부 기자펀드 환매중단으로 물의를 빚었던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이번엔 폰지사기에 휘말렸다. 라임자산운용은 은 2017년 말 해외 무역금융펀드 상품(플루토-TF 1호)을 만들어 6000억원 규모로 운용했다. 무역금융은 원자재와 상품의 수출입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단기대출해주고 이자를 받아 수익을 내는 펀드인데 이걸 운용하는 미국 소재 해외운용사 IIG에서 이른바 ‘폰지 사기’를 한 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번졌다. ‘폰지사기’란 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 혹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형 금융사기를 뜻한다. 거기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의 불법 행위에 함께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운용과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가 IIG의 손실 및 폰지 사기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번 라임사태는 펀드 환매 중단을 넘어 불완전 판매, 금융사기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운용사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판매사들은 앞다퉈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억울하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은 법무법인을 선임했고 은행과 판매사들은 공동대응반을 꾸려 대응하겠다고 입장이다.아직 라임에 대한 실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금융시장 전반의 신뢰성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DLF 사태로 인한 타격이 아물기도 전에 라임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시장 위축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믿지 못하면 업계 고사(枯死)는 시간문제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제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납땜 처방으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낼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할 때다.홍예신 금융증권부 기자 yeah@viva100.com

2020-01-09 14:20 홍예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