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휑한 거리, 북적이는 인터넷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0-02-03 14:24 수정일 2020-07-02 19:21 발행일 2020-0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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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유혜진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 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문제되지 않던 1월 초 얘기다. 눈에 띄는 전시물이 있었다. 액자에 걸린 그림이 아니다. 표지에 ‘광장’이라고 크게 적힌 책이다.

미술관에서 작가 8명에게 광장이라는 소재만 던진 채 짧은 소설을 써달라고 했다. 작가들은 저마다의 움직임으로 광장을 거닐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서울 시내 광장, 어른·아이와 강아지까지 뛰어노는 광장, 사회 문제에 대해 와글와글 토론하는 인터넷 광장, 홀로 또는 누군가와 생각·사진을 감상하는 소셜 미디어와 메신저 광장까지. 잊고 있던 광장을 마주한 것 같아 색달랐다.

지금 또 그렇게 넓은 광장에 나와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지자 광장이 한산하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정월대보름 행사를 비롯해 유명 축제와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운동장에 모이지 않고 각 교실에서 졸업식을 하거나 개학을 미루는 학교도 생겼다. 수영장과 사우나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간에 발길이 끊겼다. 확진환자가 다녀갔다는 영화관과 면세점, 대형마트는 문을 닫았다. 은행·증권사 영업점 역시 썰렁하다. 이곳저곳 누비는 기자라고 다르지 않다. 일부 회사는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을 거친 외국인 입국을 막기로 했다.

마스크나 손 소독제를 사려는 손길은 인터넷에 몰렸다. 외식을 자제하느라 간편식 주문량이 폭증했다. 사람들은 확진환자 동선을 서로 알리며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국내 대학생들은 확진환자 이동 경로와 진료소 정보를 나타내는 ‘코로나 알리미’와 ‘코로나 맵’ 사이트를 공개했다.

각자 서있는 광장은 다르지만 이 사태가 어서 진정되기 바라는 마음은 하나다.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