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바이러스와 야생동물 식용

김승권 기자
입력일 2020-01-29 15:14 수정일 2020-01-29 15:15 발행일 2020-0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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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

‘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야생동물 식용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보건 당국은 27일 후베이성 우한시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대거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역학조사 결과 585개 조사 표본 중 33개 표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사스처럼 박쥐에게서 옮겨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야생동물 식용 상황은 어떨까. 박쥐까지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다양한 야생동물이 거래된다. 멧돼지, 야생오리, 개, 뱀, 상어 지느러미(샥스핀) 등 건강원과 음식점에서 거래되는 종류만 30종이 넘는다.

멧돼지의 경우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이후 포획하면 반드시 소각·매립해야 하지만 멧돼지를 한약방 등에 고가에 팔거나 자가식용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생동물이 ‘보신’에 좋다는 전반적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과 가까이 있는 야생 동물들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기 쉽다. 바이러스는 자연이 진화하듯 동물과 함께 진화하며 빠르고 변칙적으로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근래 들어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의 약 70%는 야생동물에게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쥐를 먹은 사향고양이에서 시작된 사스, 박쥐와 접촉한 낙타에게서 시작된 메르스, 에이즈를 옮긴 침팬지 등 각종 전염병의 시작은 야생동물이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야생동물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하면 나중엔 ‘화식’으로 죽지 않는 바이러스도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불로 익혀도 죽지 않고 현재 신종 코로나처럼 증상도 없는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야생동물 섭취를 즐기는 관습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 peac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