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판 공수처' 성공해야 하는 이유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20-01-15 14:07 수정일 2020-01-15 17:10 발행일 2020-0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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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산업IT부 차장

삼성이 전대미문의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다. 사실 삼성이 변화를 택한 타이밍이 썩 좋지는 않지만,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초대 위원장에 선임된 김지형 변호사의 말처럼 ‘삼성이 먼저 벽문(壁門)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를 향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시민단체 출신 등 외부자들이 중심이 된 독립기관으로 명실상부 ‘삼성판 공수처’를 자처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선 삼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면피용 기구의 오해를 불식시켜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이정표를 세울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도 감지된다.

그 기저에는 우리 산업과 경제에서 삼성을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과도 연결된다. 국내 전체 기업 중 매출, 영업이익, 고용, 법인세 납부 등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비중이 단연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사든 기술이든 뭐든, 심지어 연말 ‘이웃돕기 성금액’조차도 삼성이 기준점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이를 면죄부의 근거로 연결시키는 것은 불편부당하다. 그럼에도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기업’이라는 사실 등으로 삼성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은, 역으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번에는 성공해야만 하는 당위성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준법경영은 삼성은 넘어 중요한 사회적 의제다. 이 같은 현실에서 비춰 일각에선 삼성이 ‘메기(효과)’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하기에 삼성이 이번에 택한 변화는 기업의 준법·윤리경영을 향한 유의미한 변화와 진전을 넘어 우리 사회에도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삼성도 이번에 오너일가든 노조문제든, 승계든 준법감시 분야에 성역을 두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때문에 우리도 이번에는 색안경보단 ‘한국판’ 발렌베리가(家)로의 진화를 기다려 봄직 하다는 생각이다.

박종준 산업IT부 차장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