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신중히 판단해야

채훈식 기자
입력일 2020-01-27 14:35 수정일 2020-06-09 11:01 발행일 2020-01-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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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훈식 건설부동산부 차장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학군과 교통, 편의시설이 우수한 단지의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설 이후에도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강도 대출규제로 매매 수요의 전세 수요 전환, 보유세 인상분 세입자에 전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청약 대기 수요 증가와 공급물량 감소, 교육제도 개편 등 전셋값 상승 요인이 산재한 탓이다.

정부는 전셋값 불안이 지속된다면 전월세인상률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꺼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년 기자회견 등의 자리에서 “전세가 오른다거나 하는 의외의 일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며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이 임대차 제도가 전세시장이 안정돼 있을 때는 서민 주거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전세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등 단기적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지금처럼 집주인이 우위인 전세시장에서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미래 상승분을 반영해 전세금을 단기간에 올리면 세입자는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을 더 올려줘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1989년 정부가 전세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집주인들이 2년치 전세금을 한 번에 올려 전셋값이 20% 이상 폭등한 바 있다.

내년에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의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것도 부담이다. 공급을 막아 놓은 채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쏟아내면 전셋값 상승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전셋값 안정에 도움이 될지 냉정히 판단해봐야 한다. 엄청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이는 결국 무주택 세입자이기 때문이다.

채훈식 건설부동산부 차장 ch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