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설 연휴 대전, 국정원이 교집합인 이유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0-01-16 14:27 수정일 2020-01-16 14:28 발행일 2020-0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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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차장

올 설 연휴 영화 대진표가 흥미롭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와 ‘히트맨’ ‘남산의 부장들’이 오는 22일 동시 개봉한다. 작년 설 연휴를 기점으로 관객들의 입소문을 제대로 탄 ‘극한직업’의 전철을 제대로 밟으려는 모양새다.

이번 주 영화계는 나란히 3편의 영화의 언론시사회를 통해 본격적인 흥행 전쟁에 나섰다.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는 ‘미스터 주’가 10대를 겨냥했다면 ‘히트맨’은 웹툰과 만화에 익숙한 2030세대를 파고든다. ‘남산의 부장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사건을 다루며 중장년층 관객들의 많은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 모두가 국정원 요원들을 내세우거나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다. 코믹하게 혹은 묵직하게 이들을 다루는 방식은 각자의 장르에 충실하다. 국가의 선택을 받았다고 의심치 않는 이들이 망가지거나 헛된 엘리트의식에 휘말려 보여주는 어설픈 행동들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여줬던 권력의 상징이 아니다. 무엇보다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을 소재로 애국심의 정의를 되묻는다.

과거 ‘공공의 적’ 시리즈가 정경유착의 물꼬를 텄다면 ‘내부자들’을 기점으로 대중들을 ‘개, 돼지’로 치하는 정치 드라마 장르는 제대로 탄력받은 듯 싶다. 박근혜 정부가 관리해온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고 국정원 요원들의 ‘댓글부대’라는 이름으로 활약한 사실이 영화적 상상력을 제대로 자극한 셈이다.

지난 101년간 한국영화사에서 지금만큼 대놓고 정부를 조롱하거나 국가기관의 무능함을 보여준 정권은 없었다. 세계 영화계를 접수한 봉준호 감독이 있기까지 ‘칼질과 검열’을 겪은 수많은 거장들이 있었다. 단순히 영화적으로 웃고 넘길 것인지, 이 영화들이 겨냥하는 게 무엇일지를 꿰는 건 관객의 몫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