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호주 산불과 기후변화, 한국은 괜찮은가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20-01-20 13:20 수정일 2020-01-20 13:33 발행일 2020-01-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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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진
이원배 기자

지난해 9월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넉 달 째 계속되고 있다. 호주 대륙을 강타하고 있는 초대형 산불은 큰 피해를 남겼다. 가히 재앙 수준이다. 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남한 절반 규모의 면적이 불탔고 비상사태 선포로 수십 만 명의 주민에 긴급대피령이 내려졌다. 특히 생태계의 피해가 막심하다. 1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됐고 호주의 상징적인 동물인 코알라는 뉴사우스웨일즈에서만 30% 가량 줄어들었다. 텔레비전 뉴스 화면에 잡힌 불타는 산 가운데 덩그라니 남아 있는 코알라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환경단체는 이번 호주 대형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대기 온도가 올라갔고 이로 인해 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산불이 더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끔직한 결과 중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기후변화를 조속히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지난해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등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산불도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기후변화로 대기 온도가 상승하고 건조한 날씨를 만들어 산불에 더 취약해 진다는 논리다.

인간 생활에 직접적이고 바로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 국민도 관심이 무척 높다. 그래서 바로 대책이 마련되고 미세먼지 줄이기에 나선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미세먼지 만큼의 관심은 아닌 듯하다. 당장 우리 삶에 영향이 적고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 가 싶다. 녹아내리는 빙하, 굶주리는 북극곰은 그저 텔레비전 뉴스 속의 장면만은 아닐 것이다. 환경부의 기후변화 대응 예산 집행률도 미세먼지 사업보다 많이 떨어진다.

기후변화는 미세먼지 만큼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대형 산불이 그렇고 덜 잡히는 물고기가 그렇고 매년 더워지는 한 여름 폭염이 그렇다. 당장 올해 겨울만해도 눈 보기가 힘들고 강에 얼음이 잘 얼지 않는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더 많은 걸 잃기 전에 하루 빨리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