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액세서리 취급받는 ‘중도’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20-02-16 14:01 수정일 2020-02-16 14:11 발행일 2020-02-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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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가장 떠오르는 단어는 ‘중도’다. 2016년 총선 당시 중도를 기치로 세운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중도는 진보·보수 양 측 모두가 ‘표심 확장’을 위한 키워드가 됐다. 그러나 중도라는 말만 ‘흥행용’으로 앞세울 뿐 실질적 외연확장에 성공한 모습은 보인지 않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젊은 중도층의 마음을 잃은 이후 만회에 거듭 실패하고 최근에는 진보학자인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칼럼을 통한 비판에 고발 조치를 취해 오히려 더욱 중도 표심이 떠나고 있다. 중도 표심 확보를 목표로 언급만 할 뿐 정작 행동은 배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이른바 ‘중도·보수통합’에 따른 ‘미래통합당’ 출범을 17일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 문제, 사실상 ‘지분 싸움’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이탈했고, 중도의 아이콘으로 우선 영입대상이라고 공언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도 포섭하지 못했다. 결국 과거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함께 했던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절대적인 주축을 이뤄 사실상 ‘도로 새누리당’에 그친 모양새다.

국민의당을 이끌어 중도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위원장조차 중도를 표방하는 ‘새로운 국민의당’을 추진하면서도 측근들은 ‘보수통합 합류’를 고려하고 있다. 이미 2016년 당시와는 다른 ‘중도’라는 의미다. 안철수 위원장과 국민의당을 함께 했던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도 총선에 대비해 급하게 ‘중도·개혁’을 외치지만 호남세력만 남은 ‘호남당’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중도는 결국 ‘선거용 액세서리’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