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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니들이 우정을 알아? 세상을 움직인 ‘여자들의 우정’

4명의 여자들이 보여주는 끈끈한 우정의 결정체. 인기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 시티’의 한장면.(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여자들이 그렇지 뭐….”이 비하적인 발언에 발끈하다가도 ‘우정’의 교집합에서는 암묵적인 침묵이 존재했다. 대통령이 여자인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유리천장의 두께와 불평등한 시선은 여전히 굳건하기만 하다. 몇 세기 전만 해도 여자의 우정이라는 개념은 전혀 인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롱의 대상이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여성은 우정에 체질적으로 부적합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 바탕에는 우정이라는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감정적·지적 깊이는 남성에게만 있다는 논리가 있었다.‘여성의 메릴린 옐롬·테리사 도너번 브라운 지음/정지인 옮김/책과함께/424쪽/1만 9500원유명 젠더 학자인 메릴린 옐롬의 ‘여성의 우정에 관하여’는 남성 중심의 역사 이면에 가려져 있던 여성 우정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았다.  책은 그간 폄훼돼온 이 찬란한 감정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공저자 테리사 도너번 브라운은 역사와 문학, 철학, 종교와 대중문화를 통해 여성의 우정이 인류 역사를 결정한 결정적 사건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재미있게 추려냈다.이들이 보여주는 여성의 우정에 관한 흥미진진한 역사적 에피소드들은 다양하다.최초의 독서클럽이었던 문학 살롱, 일하는 여성의 등장, 가십이라는 현상, 아웃소싱 우정 등 다양한 흐름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볼 수 있다. 생기 넘치며 유익한 정보와 풍성한 디테일이 가득한 이 책은 여성과 여성, 나아가 여성과 남성의 우정까지 생생하게 조명함으로써 ‘우정의 역사’를 온전히 그려낸 문화사다.가장 흥미로운 점은 우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여성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점이다.로마 시대에는 집 밖으로 나가 이웃을 방문하는 시간마저 제한되어 있었다고 한다. 저자들은 책 속에서 “오히려 자유와 권리가 제한되어 있던 그들에게 우정 혹은 유대를 더욱 돈독하고 절실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히고 있다. 여중 혹은 여고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우정의 연대기가 수녀원에서 시작됐음을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수녀들은 사회에서 격리된 존재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때까지 여자들이 오랜 세월 묶여 있던 가정에서 해방된 존재이기도 했다.게다가 성직자라는 비교적 높은 신분과 학식을 쌓을 기회도 있었다. 문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수녀들이 서로 주고받은 편지들 덕에 우리는 그 옛날 그들 사이에 오갔던 우정의 여러 가지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여성의 우정에 관하여’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책이다.하지만 남성들이 읽는다면 더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을 지침서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각 시대의 환경과 인식에 따라 변하는 우정의 성격은 한 편의 역사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다. 문학이 꽃 피고 학문이 무르익던 17세기 영국의 문학 서클과 프랑스 살롱의 중심이 여성들이란 점을 기억해 보자.본문에서는 어린 여학생들부터 성인 여성들까지 서로에게 이성애 못지않은 애착과 열정을 표현하던 ‘로맨틱한 우정’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려된 시대를 보여준다. 이 시기는 여성이 문화의 주체가 되어 사회적·문화적 활동을 이끌어가기 시작한 일대 전환점이었는데, 여기에 기반이 된 것이 바로 여자들의 우정이었다.최근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자로 지목되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동성간의 지지와 연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이미 19세기 도시에서는 노동자로 살아가는 여성들, 중산층 여성들, 흑인 여성들까지 저마다 다양한 단체를 조직해 공통의 목표를 위해 연대했다. 여성참정권운동의 대표적 인물인 수전 B. 앤서니와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턴의 일생에 걸쳐 변치 않은 깊은 우정은 공통의 대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여성들 간의 연대, 즉 자매애(Sisterhood)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이 자매애의 가치는 그 이후 세대 페미니스트들에게서 모든 여성을 포괄하는 하나의 이상이자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트너이자 퍼스트 레이디로 불렸던 엘리너 루스벨트.엘리너 루스벨트가 영부인으로서 정치적 거물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인생의 각 단계마다 곁에서 이끌어주고 후원해주고 희로애락을 함께해준 친구들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이 책은 과거의 이야기만 나열하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에 소개되는 현재 우정에 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다.바쁜 생활을 꾸려가는 와중에 SNS를 통해 유지하는 친구 관계는 물론 오히려 인터넷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방법도 나온다. 사회 변화에 발맞춰 서서히 늘고 있는 공동 주거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 사회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여성의 우정에 관하여’는 그 어떤 여성학적인 인문책과 심리학 보다 재미있고 알찬 살아있는 필독서다. 1만 9500원.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6-08-05 07:00 이희승 기자

[갓구운책] 묘한 어울림 '낮의 목욕탕과 술'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지식여행 출간/1만3000원.(사진제공= 도서출판 지식여행)당장에라도 목욕탕에서 나와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다.요즘 같은 폭염에 사우나라니 숨이 턱턱 막히지만 ‘낮의 목욕탕과 술’을 읽노라면 어느 순간 동네 목욕탕에 슬리퍼를 끌고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이 책에는 실제로 도쿄 도내에 자리한 목욕탕과 술집 열곳이 등장한다. 1863년에 문을 연 역사적인 목욕탕부터 ‘목욕탕 록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곳까지. 가깝지만 먼 나라의 목욕탕과 술, 안주에 관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국내 독자에게는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로 알려진 구스미 마사유키는 사실 인기 작가로도 유명하다. 일본에서는 특유의 맛깔나는 문장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와 동급의 인기를 누리는 작가다. ‘목욕탕’과 ‘낮술’의 절묘한 조합은 온 몸 세포 하나하나가 ‘맥주’를 외치게끔 만든다. 저자는 “나는 지금, 온몸으로 맥주를 받아들이고 영혼을 다 바쳐서 맞아들인다. 사랑, 그런 느낌이다”라는 문장으로 몸안에 죽어있던 연애세포까지 자극한다. 특히 내장구이, 메밀국수, 라면, 꼬치 등 다양한 안주의 향연은 한번쯤 일본을 방문했던 독자들의 추억까지 아우른다. 1만3000원.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6-08-05 07: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여성혐오’ 근원을 찾아서…‘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여혐’의 시대라고 말한다. 사회 전반에 내재된 여성혐오가 이제 외부로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벌어진 여성 살해 사건은 그 시작이었다. ‘일간베스트’의 여성혐오(이하 여혐) 발언을 미러링한 메갈리아 논란은 엉뚱하게 하위문화인 웹툰 사이트로 불똥이 튀었다. 게임업체 넥슨이 배급한 ‘클로저스’의 성우 김자연씨가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었다 남성네티즌들의 포화를 맞아 교체된 게 문제였다. 이후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의 한 작가가 김씨를 옹호하며 다시금 ‘여혐’, ‘남성혐오’(이하 남혐) 문제로 온라인이 들끓었다. 정치권도 입을 열었다. 정의당이 이 사태에 대해 “정치적 의견이 직업 활동을 가로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김씨를 옹호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오찬호 지음/동양북스 출간/1민4500원(사진제공=동양북스)여혐에서 시작된 남녀의 논쟁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신간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는 군대를 비롯해 남성다움을 강요당하는 이 땅의 평범한 대한민국 남성들의 시각에 메스를 들이댔다. 강남역 살해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면서도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메모를 남기며 ‘남자는 여자를 지켜주는 강자이고 여자는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약자’라는 이분법적 시각에 시달리는 남자, ‘모든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지 말라’는 시위를 하는 남자,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침을 튀기며 고생담에 치를 떨면서도 “그래도 남자란 모름지기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남자, 예전처럼 열심히 가장으로서 일해도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고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며 하소연하는 남자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남성들의 모습과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뿌리 깊은 ‘여혐’의 근원을 파헤친다. 저자는 남성들의 주장대로 여성이 설치는 세상이라고 보기에 우리나라 여성 인권이 세계 최하위수준이라고 지적한다.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 평등지수는 0.651로 OECD국가 중 꼴찌다. 뿐만 아니라 조사 대상 국가 145개국 중 115위인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현실과 달리 왜 남성들은 ‘여혐’에 빠져 들게 된 것일까. 책에서는 한국 남자를 이해하는 코드로 군대와 학교 교육, 남성 위주의 생계 부양을 꼽았다.권위와 경쟁에 절어있는 학교교육, 폭력, 명령, 복종만이 절대 진리인 군대를 거치면서 남성은 소통능력과 공감능력을 점차 상실한다. 하지만 가장이 생계를 책임졌던 가부장적인 과거와 달리 사회는 점차 저성장모델로 변해가고 있다. 남자가 출근하고 아내가 배웅하던 시대로 남자의 가치가 되돌아갈리 만무하다. 저자는 결국 여혐이란 한국사회의 이상한 ‘남자다움’을 맹목적으로 강요받던 누군가가 ‘여자다움’에 길들여져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불만을 느끼는 ‘인간다움’을 넘어선 행위라고 정의한다. 아울러 이러한 사회구조적 현상이 일베나 소라넷처럼 약자를 공격하는 남성들의 집단 세력화, 약자에 대한 혐오 범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사회학자 오찬호 교수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아내의 출산이다. 저자는 의사를 불신한 나머지 제왕절개를 해야 했던 아내에게 자연분만을 강요하고 40시간의 출산과정을 함께하며 느꼈던 경험을 인터넷 매체에 기고했다.그러나 인터넷 매체가 저자의 글에 ‘분만실 40시간 체험, 군대보다 더 무서워’라는 제목을 달아 포털사이트에 송고한 게 문제였다. 군필자들의 댓글 융단폭격을 겪으며 군대로 대변되는 한국형 마초들의 세계를 마주하고 톺아보기 시작한 저자의 시각은 상당히 신선하고 객관적이다. 실제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현상을 다룬 만큼 공감력과 흡입력, 생생한 현장감이 남다르다. 비판의 대상인 남성들의 세계관에 저자 자신을 포함시키는 성숙한 애티튜드도 돋보인다. 1만4500원.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6-07-29 07:00 조은별 기자

[갓 구운 책] 판타지 속 내 이야기 ‘모모’의 아버지, ‘미하엘 엔데 동화전집’

미하엘 엔데 지음|에프 출간|1만6500원아이의 친구가 돼주고 어른들의 고민 해결사이기도 한 신비소녀 모모와 사람들을 변하게 만든 시간도둑들 이야기 ‘모모’로 유명한 작가 미하엘 엔데의 동화전집이 출간됐다.미하엘 엔데는 누구나 간직한 가장 소중한 시간의 비밀에 대해 다룬 동화 ‘모모’로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와 더불어 판타지 문학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가족의 이야기로 서문을 대신한 책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에 대한 ‘마법의 설탕 두 조각’, 낡은 곰인형이 삶의 이유를 찾아 나서는 ‘곰돌이 워셔블의 여행’ 등 엔데의 대표작들로 꾸렸다.유명작품은 물론 오른쪽 나라와 왼쪽 나라가 벌이는 사뭇 진지한 ‘냄비와 국자 전쟁’, 선의로 시작한 일이 남을 원망하게 되는 ‘혀 꼬이는 이야기’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총망라됐다. 마법학교, 소원나라, 아이들만 사는 도시, 선잠나라, 오른쪽 나라 왼쪽 나라 등 평범하지 않은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평범한 일상은 2016년 대한민국에서 발 딛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짧은 호흡으로 전하는 미하엘 엔데의 단편동화는 판타지가 곧 내 이야기가 되는 신기한 경험과 긴 여운을 선사한다.1만65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7-22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제대로 알고 욕하자! 트럼프의 독설같은 경고 '불구가 된 미국'

지루한 미국 대선 경선 레이스에 흥미를 높여주는 존재 정도로만 인식돼 왔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대권 도전이 공화당 공식 후보로 선출되면서 9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 1월 트럼프가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드레이크대학에서 선거 유세 도중 청중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AP=연합)미국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정됐다. 연일 신문과 TV 뉴스에 얼굴을 비치던 트럼프가 이젠 책으로 자신의 야망을 이야기한다.  제목부터 트럼프답다. 그는 직접 저술한 ‘불구가 된 미국’에서 말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정치적 이념과 미국의 미래에 대해 논한다. 책의 표지는 화난 트럼프의 얼굴 사진으로 장식됐다. 웃는 얼굴, 선한 표정으로 자서전을 장식하는 다른 대선 주자와는 다른 모습이다. 단순한 사진 한장에서 “현재 미국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 그것을 극복하려면 반드시 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독설과도 같은 트럼프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한다.  ‘불구가 된 미국’/도널드 트럼프 지음/이레미디어 출판/1만5000원. (사진제공=이레미디어)책은 17장으로 구성돼 기본적인 외교, 교육, 에너지 문제부터 보건, 언론, 총기 소지와 같은 세부적인 이슈들이 다뤄진다. 책 한 권 분량에 꽤 많은 내용이 담겼지만 읽는 데는 큰 부담이 없다. 평소 연설에서 속 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내뱉는 트럼프의 습관이 책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장은 연설하듯 간결하고 직접적이다. 트럼프가 정치인이기 이전에 부동산, 스포츠, 오락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기에 다루는 내용의 현실성도 크게 다가온다.다만 독자를 설득하는 깊이는 다소 아쉽다. 각 주제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보다는 트럼프 본인의 일방적인 주장이 대부분이다. 트럼프는 본인을 향한 비판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언급한다. 하지만 그것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독자를 설득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언론과 대중을 비난할 뿐이다. 처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을 때는 아무도 지금의 자리까지 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미국 시민의 분노를 대변하기에 적합한 행동 대장이자 심심한 경선 레이스에 재미를 더해줄 괴짜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트럼프는 17명의 도전자로 시작한 미국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했다. 국내에서 트럼프의 소식은 가십 형식으로 전해진다. 그와 관련된 것은 재산과 젊은 부인,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막말 등 자극적인 이슈가 대부분이다.차기 대통령 후보로서 진지한 트럼프의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책은 그런 아쉬움을 어느 정도 지워준다.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 듣는 것이 아닌 트럼프 본인이 직접 하는 말이기에 왜곡이 없다. 트럼프가 미국의 앞날을 위해 그리는 큰 그림이 책에 담겼다. 속을 채우는 섬세함은 부족하지만 방향과 실천 의지는 충분히 읽힌다.  책에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의 유년시절. (사진 제공=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캡처)책에서 눈에 띈 부분은 트럼프의 과거와 오늘을 말해주는 사진이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모습까지 다양한 사진은 트럼프의 변화와 삶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부동산 재벌로서의 그는 건물 사진으로 소개된다. 막연하게 느껴지던 그의 부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그 뒤에 등장하는 가족사진의 느낌 역시 다르다. 한 여자의 남편, 가족의 가장으로서 트럼프의 모습은 방송에서 얼굴을 붉히고 삿대질을 하며 연설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책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같은 제목으로 처음 소개됐다.원제는 ‘Crippled America’로 그대로 직역돼 국내에 소개됐다. 부제는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다. 이는 지금 그가 내건 공약과 일치한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트럼프가 말하는 위대한 미국이 무엇인지, 그것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1만50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7-22 07:00 김동민 기자

[갓 구운 책] 전광석화와도 같은 잽으로 삶을 돌아보다! 로디 도일의 ‘기똥찬 로큰롤 세대’

로디 도일 지음 | 나무옆의자 출간 | 1만4800원인생은 잽과 어퍼컷의 연속이다. 유년 시절과 노동자 계층을 매력적으로 묘사한 소설 ‘패디클라크 하하하’(Paddy Clarke Ha Ha Ha)로 부커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작가 로디 도일의 화제작 ‘기똥찬 로큰롤 세대’ 속 지미 래빗의 삶이 그렇다. 47세, 네 아이의 아버지이자 가장인 지미는 느닷없는 대장암 선고에 수술을 받는다.‘기똥찬 로큰롤 세대’는 이 전광석화와도 같은 잽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이라는 어퍼컷과도 같은 묵직한 울림을 느낀 지미의 자아 찾기 여정을 그린다. ‘커미트먼트’라는 밴드로 청춘을 불태웠던 지미와 밴드 멤버들이 재회하면서 KO패 직전까지 갔던 지미의 삶은 역전의 기회를 맞는다.냉소적이면서도 지질한, 이제는 볼품 없는 아일랜드 중년 남자들이 “모든 것이 로큰롤!”임을 외치며 음악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은 이상하게도 함께 웃고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밴드명 ‘커미트먼트’는 로디 도일의 자전적 소설 제목으로 1991년 영화로도 만들어진 좌충우돌 밴드 이야기다. ‘기똥찬 로큰롤 세대’는 연달아 날아오는 잽과 어퍼컷으로 흰 수건을 던질 찰나에 만난 음악과 사람으로 치유 받는 중년들의 성장드라마다. 책을 읽다 보면 위험천만하지만 흥미진진한 네 남자의 음악 피크닉이 새삼 부러워진다. 1만48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7-22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보이는 아이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우리 애가 그럴 리가 없어요.” 자식에게 한없이 너그러운 존재이면서 자신이 자식을 가장 잘 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 하지만 엄마는 자식을 모른다. 자식에게 품은 한없이 너그러운 마음과 잘 안다는 착각이 부모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기 때문이다.1999년 4월 콜럼바인고등학교에서 충격적인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13명이 죽었고 24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가해자인 열일곱 두 소년은 자살했다. 가해자 소년 중 하나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그 사건 후 살아온 전혀 다른 일상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으로 엮였다. 엄마 수 클리볼드와 아들 딜런 클리볼드.(사진제공=클로볼드 가족)사고를 치는 청소년들의 집안이 죄다 문제라는 편견은 어김없이 발휘된다. 하지만 딜런의 부모인 톰과 수는 다정다감하고 관심이 많았으며 아이 일에 적극적인 부모였다. 집안 형편이 어렵지도 않았고 막내 딜런 역시 속을 썩이는 자식이 아니었다. 톰과 수는 딜런이 ‘햇살’이라고 부를 정도로 딜런은 다소 내성적이긴 했지만 쾌활하고 다정한 소년이었다. 책은 사건이 있던 그날에서 시작한다. 학교로 달려가면서 아들이 총상을 입거나 죽은 게 아닐까 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그 걱정 뒤에는 어렴풋이나마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애써 부정하던 그 최악의 시나리오는 초현실적이지만 현실이 됐다.유년시절 엄마 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딜런(사진제공=클리볼드 가족)수가 사건 후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쓴 16년 동안의 일기와 사건 전 딜런의 성장기를 아우르는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인들의 삶과 교육방식이 변한 것을 보면서였다. 아주 살짝 내성적으로 변한 열세살 딸아이를 눈치 챈 수의 동료는 딜런을 생각하며 딸에게 묻고 또 물어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고백받고 딸의 자살을 막을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수는 자식의 아주 미묘한 변화를 알아채고 부모가 적절하게 개입해 상황이 나아지는 일을 수차례 목도했다.‘내 아들이 그럴 리가 없다는 부정’부터 끊임없이 덮쳐오는 오해와 편견, 수차례 톰과 수를 잠식하는 슬픔과 죄책감, 수치감 그리고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혼돈의 시간.그 16년 동안 수는 어째서 자신의 아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무차별 총격을 할 정도로 분노를 키웠는지를 묻고 또 물었다. 자신의 실수나 실패에 가차 없고 바보스럽게 보이는 걸 싫어했던 딜런의 어린시절, 의지로 문제를 극복하려던 성정, 친구는 있음에도 느끼지 못했던 소속감 등 아들이 처참하게 떠난 후에야 자신이 모르는 아들을 깨닫기도 했다.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지음 / 반비 출간/1만7000원.(사진제공=반비)아들 딜런에 의해 희생당한 아이들의 부모에게 쓴 편지, 총을 구해준 아이가 평생 지고 갈 죄책감에 대한 걱정과 우려, 내 아들 딜런도 결국 희생자였다는 유약한 믿음의 파괴 등을 거치며 수가 깨닫고 책을 통해 전파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식이 나와는 다른 존재이며 내가 다 알 수 없는 독립적인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저자가 그랬듯 내게 절대 일어날 리 없다고 믿는 끔찍한 일은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그랬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부모든 아이의 우울과 자살 충동 징후를 깨닫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다는 사실을 책은 끊임없이 강조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보이는 아이들, 내 아이를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는 엄마의 생각만한 오만은 없다. 책은 말한다. 내 아이를 보라고. 편견과 자신의 바람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아이가 아닌 진짜 내 아이를 인정하라고. 1만70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7-15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망해가는 가게도 살리는 비법은? '장사의 神’ 김유진 '장사는 전략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수는 556만명이다. 경제활동인구 2695만 중 실업자를 제외하면 5명 중 한 명꼴로 자영업자인 셈이다. 최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IMF때보다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높다. 수치상으로도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수는 8만 9000명으로 서울시 기준 개업하는 가게 10곳 중 6곳이 3년 안에 문을 닫고 있다. 그럼에도 빚을 내서라도 자영업을 하겠다는 사람은 늘고 있다.  ‘장사의 神’으로 불리는 김유진은 국내 최초의 외식업 매니저, 맛집 조련사, 푸드 칼럼니스트다. 15년간 컨설팅으로 성공시킨 레스토랑만 300곳이 넘고 300만명에 달하는 외식업계 종사자들에게 성공 노하우를 전수해왔다. 그의 책 ‘장사는 전략이다’는 계속되는 불황을 이기지 못하는 식당에 꼭 필요한 알짜배기 비법을 담았다. 김유진 지음 /쌤앤파커스 출간 /1만 6000원 .(사진제공=쌤앤파커스)◇ 다 망해도 혼자 살아남는 집의 비밀 그의 강연에는 특별한 장사 전략과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배워가려는 예비 창업자, 외식업주, 자영업자들로 늘 붐빈다.이 책에는 전국 유명 ‘맛집’ 사장님들과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초대박을 터뜨린 식당들이 배워간 성공 전략이 총망라돼 있다. 저자는 차별화된 장사 전략을 만들기 위해 인간의 뇌와 심리를 치밀하게 연구했다고 한다. 그 연구 결과 “일요일은 쉽니다”라는 문구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겨울철에 식당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손님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우리 집 앞을 무심코 지나가는 손님의 머릿속에 어떻게 하면 맥주 생각이 간절해지게 만들 수 있는지 등의 비법이 완성됐다.예를 들면 이렇다. 50% 할인이벤트도 이유없이 하지 말고 고객에게 기대감을 주고 재미를 줄 수 있는 마케팅을 하라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 비법들은 의외로 간단하다.옆집에 비슷한 업종이 들어왔을 때 무턱대고 할인이벤트를 한다면 고객들 입장에서 분명 재료의 하자부터 의심하니 ‘구체적인 근거’를 들라는 것이다. ‘오픈 3주년 기념 50% 할인! 오늘부터 일주일’이라고 밝히면 손님도 즐겁게 동참한다. 책에서는 뻔한 메뉴에 재미를 더해 기대감을 주고 조개구이집에서 ‘펀(FUN) 마케팅’을 한 사례를 들며 대놓고 홍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대박나려면 사장 마인드부터 바꿔야 이 책의 장점은 철저히 사장의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하되 그의 태도에 대해서도 조언을 한다는 점이다. ‘당신은 혹시 사나운 개를 키우고 있지 않으신가요?’라는 섹션에서는 가게 매니지먼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한겨울에 ‘물회’라고 쓰인 간판을 보면 몸이 얼듯 설명을 붙여 가게 이미지를 바꾸길 권한다. 간판 갈이 가격 때문에 고민하는 사장들에게 동절기가 자그마치 150일이나 되는 점을 상기시킨다. 온라인에 떠 있는 비평이 있다면 내용을 검토하고 사실이라면 사과의 쪽지를 보내는 법도 제시한다. 감정으로 다가서면 백전백패.오너로서 업무시간에 모범을 보여야 함은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직원들을 관리하고자 하면서 내 맘대로 일을 시키고 나 혼자 화내고 밥을 먹는 사장이라면 가게가 안되는 건 모두 ‘사장탓’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공휴일이 많거나 날씨가 나쁘거나 갑자기 메르스, 사스 등의 병이 돌아 매출에 적신호가 켜져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그는 “사업은 자선 활동이 아니다. 가격이 착하면 주인이 죽어난다”는 지리로 오너들의 정신을 후려친다. 동시에 기발한 아이디어로 상처를 보다듬는 등 책의 ‘밀당’은 상상 이상이다. 특히 책 속에서 2층에 위치한 손칼국수 집에 귀띔한 조언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대한민국에서 2층에 입주한 사장들의 한숨은 이미 반쯤 사라진 기발한 아이디어다. 계단 한칸의 높이는 18cm. 오르는 짧은 시간에도 ‘200번 치댄 열정 반죽’, ‘모녀만 아는 육수의 비밀’, ‘2층까지 올라온 노고를 맛과 양으로 갚겠습니다’ 등 멘트를 채워 넣으면 매출은 분명 는다는 주장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장사 전략‘장사는 전략이다’는 ‘끌어당기기’ ‘차별화’ ‘호기심 유발하기’ ‘기본기’ ‘비주얼’ ‘내실 다지기’ ‘스토리텔링’ ‘확장’ 등 크게 8가지 장사 전략을 제시한다. 당장 오늘 저녁 장사부터 시도해볼 수 있는 단돈 1000원짜리 ‘신의 한 수’부터 5년 장사를 30년 가게 만드는 ‘궁극의 비법’까지, 김유진은 장사의 야전 사령관처럼 적재적소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일러준다 .또한 이 책은 김유진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찍거나 수집한 영상들을 책 속 QR코드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의 내용과 동영상을 적절히 교차시켜 절로 아이디어가 샘솟게 만들었다. 책 속 브로마이드에는 다 망해가는 장사도 살려낸 김유진의 비기를 집약해 100가지 항목으로 요약했다. 요즘 세상에 널린 게 ‘맛집 ’이라지만 대박이 나는 장사도 따지고 보면 ‘콘셉트 ’이고, ‘수완’이다. 이것이 곧 전략인 것이다. 1만 6000원.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6-07-08 07:00 이희승 기자

[갓 구운 책] 완벽주의의 함정 그리고 진짜 나, '완벽의 배신'

신간 ‘완벽의 배신 ’/라파엘 M. 보넬리 지음/와이즈베리 출판/1만 4000원 (사진 제공=와이즈베리 출판)대부분이 현대인이 완벽을 향한 갈망으로 힘들어한다. 신간 ‘완벽의 배신’은 이러한 사회를 진단하고 완벽주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인 저자 라파엘 M. 보넬리 교수다. 그는 완벽주의라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77명의 환자 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완벽주의의 실체와 다양한 증상들을 분석했다. 사례에 소개된 완벽주의적 행동 양상과 이들이 고통을 느끼는 원인을 설명하며 유한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다룬다. 현대 사회에서 완벽하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전제조건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완벽주의에 매몰되어 지나치게 높은 기준, 달성하기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다 보면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불평, 비관론, 불만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저자의 임상 경험, 최근 심리학 연구 경향을 비롯 일반 상식이나 현시대의 문화사와 인문적인 지혜를 접목해 설명한다. 1만 40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7-01 07:16 김동민 기자

[비바100]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더 랩 힙합의 시대’

Mnet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랩스타’, ‘힙합의 민족’에 이르기까지 지금 대한민국은 힙합 열풍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흑인들의 하위문화이자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힙합은 이제 주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쇼미더머니’가 방송되는 다음 날에는 방송에서 선보인 음원이 차트를 휩쓸고 대학축제에서도 래퍼들이 분위기를 선도하는 인기가수로 대접받는다. 패션가에서는 힙합신의 전유물인 스냅백이 인기를 끄는 등 라이프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대중은 힙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힙합은 언제 어디서 시작됐고 국내에서도 ‘컨트롤 비트 다운받았어’ 라는 유행어를 낳은 특유의 디스 문화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신간 ‘더 랩 힙합의 시대’는 이러한 궁금증에 답한다.  이 책은 1979년부터 2014년까지 매해를 강타한 랩송 36곡으로 힙합의 역사를 살핀다. 책에 언급된 노래를 선정한 기준은 간단하다. 그 해 힙합의 역사에 영향을 끼치고 흐름을 바꾸어놓은 노래들이다. 이를테면 저자는 1979년 원더 마이크, 빅 뱅크 행크, 마스터 지로 구성된 슈가힐 갱이 발표한 ‘래퍼스 딜라이트’를 최초의 힙합 곡으로 꼽았다. 이 노래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첫 번째 랩 곡으로 기록돼 있다. ‘래퍼스 딜라이트’가 발표되기 직전인 1978년까지만 해도 랩송은 파티에서 즐기기 위한 장르였다. 그간 랩이 노래의 일부분에 양념처럼 들어가 있었다면 슈가힐 갱은 랩이 핵심인 노래를 정식으로 녹음해 발매하며 힙합시대를 열었다.사진제공=윌북힙합이 정치·사회문제에 대해 관여하기 시작한 건 언제일까. 저자는 1982년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더 퓨리어스 파이브의 ‘더 메시지’를 꼽았다. 이 노래는 그동안 누구도 제대로 말하지 않던 뉴욕 뒷골목의 어두운 풍경을 랩으로 생생하게 묘사했다. 가난한 흑인의 좌절이나 집 없는 이들이 쓰레기를 뒤져 끼니를 때우는 삶, 질 낮은 교육을 받는 이들과 쥐와 바퀴벌레로 가득한 집에서 사는 것에 대해 노래했다. 전에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랩 가사의 혁명이 ‘더 메시지’로 이루어진 셈이다. 퍼블릭 에너미나 N.W.A처럼 힙합을 정치적인 저항음악으로 만든 걸출한 아티스트들의 등장도 ‘더 메시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컨트롤 비트’로 대변되는 디스전은 1983년 런-DMC의 ‘서커 엠씨스’가 첫 시도였다. 이전에도 랩으로 배틀을 하고는 했지만 무대에서 상대를 직접 디스해 승패를 갈라놓는 배틀전은 이 노래가 처음이다. 런-DMC의 이 곡 이후 진정한 힙합 전쟁의 시대가 개막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힙합의 역사를 집대성한 저자 시어 세라노는 뮤지션 출신이 아닌 중학교 과학 교사 겸 이민자들을 위한 방과 후 교사였다.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하면서 회사를 그만둬 추가수입이 간절해지자 투잡으로 힙합 칼럼을 기고한 게 시작이었다.2008년 ‘휴스턴 프레스’에 기고한 힙합 칼럼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스타 칼럼니스트로 자리매김했고 첫 번째 책 ‘번 비스 랩 컬러링 앤드 액티비티 북’이 ‘롤링스톤’, ‘지큐’, ‘에스콰이어’, ‘뉴욕매거진’ 등 유수의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으면서 ‘그랜트랜드’에 발탁돼 전속작가로 활동 중이다. 간절함이 꿈을 이루게 한 사례다. 책은 단순히 힙합신의 역사를 나열하지 않는다. 스타일맵이라는 독특한 그래픽으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선언전인’ 곡은 주먹으로 표현하고 ‘사려 깊은’ 곡은 테디베어를 그려넣었다.‘공격적인’은 야구 방망이로, ‘관찰력이 뛰어난’은 눈알을 그려넣는 식이다. 여기에 독특한 캐릭터 일러스트를 수록해 마치 그래피티 아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더한다. 저자가 꼽은 그해의 노래로 힙합의 역사를 짚은 만큼 이에 반대하는 의견, 즉 디스전을 삽입한 것도 흥미롭다. ‘롤링스톤’ 등 유수의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는 작가나 에디터들이 저자의 의견을 디스하는 반론을 실었다. 힙합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줄기와 흐름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1만 7800원,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6-07-01 07:00 조은별 기자

[갓 구운 책] 화려하지 않지만 소소한 싱글라이프, ‘1인 가구 LIFE 밥숟갈 하나’

신간 ‘1인 가구 LIFE 밥숟갈 하나’ / 서툰 지음 /미호 출간/1만 3000원. (사진 제공=미호 출판)싱글의 삶을 재미있는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책 ‘1인 가구 LIFE 밥숟갈 하나’가 출간됐다.책의 저자는 네이버 포스트에서 활동하는 ‘서툰’이다. 원룸에서 홀로 생활하는 저자는 살아가며 마주치는 일을 귀여운 캐릭터로 표현했다. 작품의 인기는 4만이 넘는 포스트 팔로워와 1000만을 훌쩍 넘긴 조회수가 증명한다. 포스트를 찾은 독자들은 저자가 올린 이야기를 보며 공감하고 웃음을 얻는다.책은 ‘혼자 산다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기엔 혼자라서 좋은 점들이 담겨있다.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친구를 부르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건 특권이다. 샤워 후 알몸으로 나올 수 있는 점도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다. 이러한 소소한 일상은 짧은 글과 그림으로 독자에게 소개된다. 이어 소개되는 2장과 3장은 각각 ‘게으름은 나의 힘’, ‘혼자 놀고 혼자 먹고’다. 1인 생활의 깊이가 더해진 부분으로 자취방 청소, 홈웨어 등 살아가면서 겪는 고민이 하나씩 등장한다. 마지막은 ‘나 그리고 서울, 사람들’이다. 이 장에서는 그가 혼자 서울에서 살아가며 보고 들은 각종 에피소드가 담겼다. 저자는 TV에 나오는 화려한 싱글은 아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스마트폰과 함께 보내는 주말도 평범한 우리와 비슷하다. 책은 그런 부분에서 독자의 마음을 얻는다. 미호 출판. 1만 30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7-01 07:00 김동민 기자

[갓 구운 책] 글 쓸 일이 넘쳐나는 시대를 위한 조언, ‘글쓰기 동서대전’

한정주 지음/김영사 출간/ 1만 9000원.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많다. 보고서, 프레젠테이션, 광고카피, 에세이, SNS, 블로그 등 써야할 글이 넘쳐나는 시대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글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정주의 ‘글쓰기 동서대전’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이들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중국의 ‘한비자’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중국과 이탈리아의 혼란상을 통일하려는 동서 군주들의 철학과 노력은 묘하게도 닮았다. 역사평론가이자 고전연구가인 저자 한정주는 아시아 지역사 연구, 동서양 문명 및 지식의 교차비교를 바탕으로 동서양 최고 문장가들의 글쓰기를 분석했다. 그 분석을 토대로 저자는 18세기 전후 동서양의 지성이 동심의 발견, 백과사전식 저술, 소품문 등장 등 유사한 행보로 발전한 근거를 제시한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14~20세기 동서양을 대표하는 문장가 39인의 핵심비결을 9가지로 정리했다. 길들여지지 않은 동심, 군림이 아닌 향유하는 글쓰기의 출발점 소품문, 박지원·나쓰메 소세키 등 문장가들이 위선에 날리는 날카롭고 유쾌한 풍자, 돌연변이에 해당하는 전위문학 등으로 개성 넘치고 자연스러운 나만의 글쓰기를 조언한다. 1만 90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7-01 07:00 허미선 기자

현대경제연구원 ‘여름휴가 CEO 필독서’ 11권 선정

현대경제연구원이 여름 휴가 때 최고경영자(CEO)가 읽어야 할 도서 11권을 선정해 30일 공개했다.매년 여름 휴가철 마다 경제·경영 분야의 트렌드와 인문·사회 분야의 주요 이슈를 고려해 CEO 필독 도서를 선정하고 있는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는 경제·경영 분야 6권, 인문·사회 분야 4권, 순수 문학 1권 등을 추천했다.경제·경영 부문에서는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피터 디아만디스 공저 ‘볼드’, 마틴 포드의 ‘로봇의 부상’, 서울공대 교수들이 공저한 ‘축적의 시간’, 박영숙 등의 ‘유엔 미래보고서 2050’가 선정됐다.인문사회 부문에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후지타 다카노리의 ‘2020 하류노인이 온다’, 에이미 커디의 ‘프레즌스’, 군나르 시르베크의 ‘서양철학사’ 등 4권이 꼽혔다. 문학 부문에서는 안도현 시인의 ‘안도현 잡문’이 선정됐다.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출간된 도서들 가운데 미래 트렌드의 통찰력을 담고, 경제 및 경영 방향 수립에 도움이 되는 책, CEO의 성찰에 유용한 책을 기준으로 기본 도서를 선정한 후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실적과 출판사 설문조사, 연구원 내부 구성원의 평가를 모두 종합해 최종 추천도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온라인뉴스부

2016-06-30 11:18 온라인뉴스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