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비바100]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캘리그라피와 함께 하는 행복한 나를 만나는 여정, '쓰담쓰담'

스스로에게 행복한지,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책 ‘쓰담쓰담’.(사진제공=베가북스)“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그는 어떤 사람이야?”사람들은 타인의 안부를 묻는다. 혹은 다른 이의 정체와 생각, 평가를 궁금해 한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에게 잘 지내고 있는지, 행복한지를 묻는 이는 별로 없다. 타인이 인사처럼 건넨 말에 “잘 지낸다”고 대꾸하지만 지나가는 말일 뿐이다. 사회인으로서의 자신의 위치, 업무 성과 등은 파악하고 있지만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는 돌아보지 못한다. 김혜연 지음, 묵묵히 김정호 캘리그라피, 베가북스 출간(사진제공=베가북스)스스로에게 행복한지,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책 ‘쓰담쓰담’이 출간됐다.제목대로 위로와 독려를 위한 책은 세계적인 경제철학자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캘리그라피, 비밀일기장을 한데 묶었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 기초한 질문을 쓰고 그에 답하다 보면 이미 남보다도 어렵다는 ‘나를 이해하는 여정’이 펼쳐진다. 그 여정의 시작은 “글씨를 잘 쓰고 싶다”는 작가 김혜연의 지인의 넋두리였다. 지인의 넋두리에 그는 글씨가 예뻐지는 만큼 마음도 예뻐지는 책을 만들고자 ‘쓰담쓰담’을 기획했다.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그 질문은 책의 왼쪽에 캘리그라피로 써 있고 오른쪽 면에 따라 쓸 수 있게 다시 한번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쓸 수 있는 여백도 마련돼 있다. 작가 김혜연의 ‘마음이 예뻐지는 책’ 기획에 영화 ‘관상’,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예능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 등의 캘리그라피를 책임졌던 ‘묵묵히 김정호’가 뜻을 보탰다. “캘리그라피는 소통”이라고 주창해온 김정호는 인간이 자연적 본능과 이기심과 더불어 가지고 있는 ‘공감능력’을 강조하는 애덤 스미스의 경제철학에 꽤 어울리는 전각화가다.책은 동감|토닥토닥, 정의|뜨끔뜨끔, 규칙|재깍재깍, 동기부여|전전긍긍, 돈|수북수북, 덕|끄덕끄덕 등 6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첫장 ‘동감|토닥토닥’은 나를 이해하는 질문들로 구성된다. 첫 질문이 애덤 스미스 ‘도덕 감정론’을 아우르는 ‘행복은 무슨 색깔일까요?’다. 책 '쓰담쓰담'의 한 페이지. '내가 제일 하기 싫은 사소하고 귀찮은 일은?' 이라는 캘리그라피를 그대로 써보고 내가 생각하는 답을 말풍선에 적어보자.(사진제공=베가북스)내가 좋아하는 색,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색, 신나는 노래, 죽기 직전에 듣고 싶은 노래, 눈과 비·미움과 슬픔, 못하는 것 등 질문을 캘리그라피로 따라 쓰고 그에 대한 답과 이유를 적어내려 가다보면 차츰 나도 몰랐던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정의|뜨끔뜨끔’은 내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해 묻는다. ‘내가 보는 내가 진짜일까? 남이 보는 내가 진짜일까?’, ‘못 먹는 감은 어떻게 하고 싶지?’, ‘착각이 뭘까요?’ 등 의미심장한 질문들이 넘쳐난다. ‘규칙|재깍재깍’에서 던지는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 나만의 각박증,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등에 대한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스스로도 몰랐던 나만의 규칙을 발견하게 된다.‘동기부여|전전긍긍’에는 내가 일의 성과를 내거나 주눅 드는 요인들을 찾게 되는 질문들로 그득하다. ‘돈|수북수북’과 ‘덕|끄덕끄덕’에서는 나의 욕망과 허영 그리고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한 고민들을 만나게 된다.질문에 답을 하다보면 나도 몰랐던 나에 뜨끔하는 순간이 생기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사진제공=베가북스)어떤 테마를 먼저 시작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떤 필기구를 쓰든 역시 상관없다. 정답도 없다. 질문에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냥 넘어가도 좋다. 자신의 생각을 글씨로 표현해도 그림을 그려도 누가 뭐랄 사람 없다. 질문에 답을 하다보면 나도 몰랐던 나에 뜨끔하는 순간이 생기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테니.게을러서, 바빠서, 귀찮아서, 그냥. ‘이 가운데 핑계의 나쁜 순서를 매긴다면?’ (쓰담쓰담 중 돈|수북수북의 질문)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네 가지 핑계들 중 하나로 미뤄뒀지만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몇 가지가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내가 서 있다. 1만 35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4-01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비정상이 상식이 된 위기의 대한민국 구하기를 위한 학자들의 끝장 토론 '비정상 경제회담'

여기 아주 중요한 토론회가 있다. 주제는 ‘비정상’ 대한민국, 토론자는 과거 우리나라를 이끈 학자들이다. 그들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 수석 비서관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노무현 정부 대통령 정책특보 겸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은 이정우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등 8명이다. 이들 모두 정부 경제 정책에 관여한 학자들이다. 신간 ‘비정상 경제회담’에서 그들은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를 위해 열띤 토론을 펼친다. 비정상 대한민국을 위한 핵심 키워드는 ‘경제’다. 학자들은 ‘경제가 바로 서야 비정상 사회를 세울 수 있다’는 신념으로 토론을 시작한다. 그 속에서는 저성장 속에 있는 삼포 세대, 헬조선, 흙수저 계급론 등 사회 문제가 경제와 연관되어 풀이된다. 책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이들이 벌인 여덟 차례 토론을 엮은 결과물이다. 누구도 현안에 대해 당장 답을 내릴 순 없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경제를 바로잡을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도 끌어냈다. 관료제도를 개혁하는 방법으로는 대통령 임기와 같이 임명되었다가 교체되는 미국식 ‘교체공무원제도’가 그 중 하나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세대 양극화를 없애기 위해 제안하는 소득, 나이 제한 없이 기본 소득을 주는 제도도 제안한다. 당장 실현될 순 없는 정책들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다.평생 경제를 연구하고 직접 정책 개발에 몸담은 학자들이 내세운 아이디어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 책에서 토론자들은 그 바탕이 되는 충분한 근거를 각종 통계 자료와 함께 독자에게 전달한다.‘비정상 경제회담’ (사진 제공=옥당 출판)토론 세부 항목은 양극화, 부패, 가계부채, 노동, 재벌, 관료개혁, 재정, 경제성장 등 8가지다. 모두 현재를 살아가는 국민이 공감하는 것들이다. 학자들은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조심스럽게 문제에 접근한다. 그러다 거침없이 속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토론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양극화에선 소득, 계층, 학력, 성별, 지방, 비정규직 등 사회 여러 차원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살핀다.특히 한국에서 심각한 것이 양극화다. 청년은 학벌과 스펙으로 나뉘는 취업시장에서 좌절한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소득 격차는 시간이 지나며 더욱 벌어진다. 부동산 시장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모으는 직장인의 적금을 비웃듯 거침없이 상승한다. 경제를 활성화 시키려는 정부의 개입은 부를 상위 계층에게 몰아줘 양극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책은 토론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에 따라 다양한 조사결과를 첨부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모두 대화체로 쓰여져 경제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2장으로 이어지는 부패는 엄청난 희생을 낳은 세월호 참사로 시작된다.책에서 장세진 교수는 은밀한 부패의 결과물로 이 사건을 언급한다. 그는 평형수 조작, 불법 과적 등 배가 뒤집힌 원인을 조목조목 짚으며 개인과 기업의 부패를 정부가 철저히 관리·감독 해야 했다고 말한다. 메르스 사태도 마찬가지다. 보건 당국의 안이한 대처와 직무유기가 낳은 부패다. 토론자들은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된 부패의 원인으로 권위주의를 지적하며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투명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그들의 토론은 가계부채, 재벌 등을 지나 경제성장까지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강병구 인하대학교 교수, 강철규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가 초대손님으로 참석해 의견을 나눈다.책이 출간됐지만 토론은 계속된다. 한국 경제 정상화가 될 때까지,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나오고 실현될 때까지 저자들은 이 모임을 계속할 예정이다. 비정상이 상식으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을 바로잡기 위해. 가격 1만 60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3-25 07:00 김동민 기자

[갓 구운 책] 더 끔찍해질 세상, 스스로 무림고수가 되라! 자크 아탈리의 ‘언제나 당신이 옳다'

자크 아탈리 지음 | 김수진 옮김 | 미래엔와이즈베리 출간(사진제공=미래엔와이즈베리)장기화되는 경제난과 취업난, 나날이 포기할 것이 늘어가는 9포 세대와 빈곤한 노년층 등 세상은 자꾸만 나를 버리라 채찍질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믿고 내공을 쌓아야 한다 일갈하는 책 ‘언제나 당신이 옳다’가 출간됐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경제고문이자 세계적인 석학이며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의 신간이다. 그는 한국판 출간을 위한 서문에서 ‘자신을 믿고 자신을 탓하고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자기 자신 되기를 위한 다섯 단계를 제시하고 스티브 잡스, 고르바초프, 싯다르타, 에드워드 스노든, 파블로 피카소,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빈센트 반 고흐, 레이 찰스 등 기업가, 정치가, 예술가 등의 명언을 명화에 곁들여 ‘자기 자신 되기’를 강조한다. 권력자들에 아무 것도 기대하지 못하고 체념과 포기가 일상이 된 시대, 그저 비난과 탄식만 하고 있을 뿐 행동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자크 아탈리는 자신을 믿고 내공을 쌓아 무림 고수가 될 것을 제안한다. 앞으로 더 나빠질 세상에 대처하도록 그는 끊임없이 종용한다. 언제나 당신이 옳다고. 1만 30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3-25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자기애’로 무장하고 소통에 나선 ‘이상한 나라’의 만화가 이현세

“재판이 끝나고 나니 제 자리가 없었어요. 신문 연재, 만화 잡지는 거의 사라지고…돈 주고 만화를 보는 세상이 아니었죠. 내가 이렇게 힘들게 그린 걸 공짜로 본다고? 반발심이 들었죠.”1997년 ‘천국의 신화’ 5부 ‘대단군’ 연재 중 음란물 제작혐의로 기소돼 6년간의 재판을 끝내고 나니 쉰이 눈앞이었다. 만화가 이현세는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지치지 않고 발길질을 해대고 밟히고 밟혀도 땅을 딛고 일어서 눈을 부라릴 줄 아는 자신의 작품 속 ‘까치 오혜성’을 지독히도 닮은 작가였다.기어코 외설 논란으로 절망을 안겼던 ‘천국의 신화’ 5부 연재를 마무리했다. 고조선의 건국으로 마무리된 ‘천국의 신화’ 5부는 고조선 건국부터 발해까지를 다루리라 다짐했던 긴 여정 중 이제 막 첫 발을 뗐을 뿐이었지만 그는 그 대장정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은둔고수 이현세, 창작·소통 욕망으로 다시 중원에 서다이현세는 2015년 마지막 날부터 네이버에 ‘천국의 신화’ 6부 ‘봉황의 날개’를 연재하기 시작했다.(사진=양윤모 기자)“이제는 끝이라고…이 얘기는 발을 떼자마자 미완성으로 끝났다고 생각했어요.”그런 그가 60세에야 돌아왔다. 절필 아닌 절필 후 한국사, 삼국지 등 학습만화를 작업하며 ‘은둔고수’처럼 9년을 흘려보낸 뒤였다.‘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옛말을 그는 ‘절이 필요하면 중이 가야한다’고 역차용했다. “작품 발표를 하려면 웹툰 아니면 시장이 없겠더라고요. 다행히 웹툰시장도 게임머니를 차용해 서서히 유료모델을 만들고 있었죠.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고 가능하면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었어요.”코오롱과 일제 강점기의 복싱영웅 서정권 선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코리안 조’를 발표했고 레진코믹스에 ‘굿바이 썬더’를 연재하며 본격적인 웹툰작가로의 데뷔를 준비했다.“두 늙은이의 생각이 맞았다고 할까요?”그럴 즈음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천국의 신화’ 6부 연재를 제안해 왔다. 시장 독점, 사회적 책임 등과 더불어 10대 취향에 편중된 웹툰으로 비판받으며 작품의 다양화에 고심 중이던 네이버와 웹툰작가 데뷔 준비로 분주하던 이현세의 뜻이 정확하게도 맞아 떨어졌다.새로운 연재에 앞서 1~5부까지를 말풍선, 페이지 등을 재편집하고 컷수를 조정해 서비스했다. 한여름에 시작한 작업은 2015년의 끄트머리에서야 완성됐다. 그렇게 2015년의 마지막 날 이현세는 ‘천국의 신화’ 6부 ‘봉황의 날개’ 연재를 시작했다. 그의 달라진 그림체에 너무 착해진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종이만화냐 웹이냐 보다 나이에 따라 그림체도 자연스레 변했어요. ‘굿바이 썬더’에서 그림체를 바꿨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죠. 그때 바뀐 그림체와 이현세 특유의 스타일을 믹스한 게 ’천국의 신화‘ 6부예요.”◇19금 보다는 또래와의 소통, 50금을 위해 19금을 버리다!은둔고수 이현세가 다시 중원으로 나서게 한 건 창작의지와 소통 욕망이었다. 한국사, 삼국지 등 학습만화에 몰두하다 9년만에 돌아온 그는 세상과의 혈투를 앞둔 여유롭지만 날카로운 무림고수의 모습 그대로였다.(사진=양윤모 기자)“세상과의 소통 아닐까요? 외로움이 무섭고 싫은거죠.”최근 정미조, 윤항기, 박인희, 윤수일, 원미경 등 옛 스타들의 잦아진 재등장을 그는 ‘또래와의 소통 욕망’으로 풀이했다. 그 역시 그래서 돌아왔기 때문이다.“40대와 60대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달라요. 그 달라진 관점의 이야기를 동년배들과 나누고 싶었죠. 제 작업은 감정에 정직한 행위예요. 나이 들어가는만큼 제가 재미 있고 좋아하는 작업을 하고 싶거든요. 생활에 찌들면 찌드는대로 성욕이 없어지면 없어지는 대로 노인이 되면 되는 대로 제 입장에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는 게 제일 좋아요.”그에게 또래와의 소통 욕망은 19금까지 포기할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천국의 신화’ 6부가 연재되면서 그를 법정에까지 세웠던 19금 코드는 완화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들도 늘었다.“저도 19금은 아쉬워요. 저 역시 19금 이야기와 여자 몸 그리는 걸 아주 좋아하죠. 하지만 제가 소통하고 싶은 이들은 제 또래의 50대 아저씨들이에요. 제 나이 또래의 동년배가 많이 보는 만화를 그리고 싶은데 19금 만화는 로그인을 해야하고 본인인증도 해야하고…어렵고 복잡해서 안보더라고요. 50금 독자를 보게 하려면 19금을 풀어야 했죠.”과연 고수다운 허 찌르기였다. 10대를 잡기 위해서가 아닌 동년배와 소통하기 위한 19금 해제가 10대 독자들까지 불러 모았다. “그들은 완전 보너스!”라며 껄껄거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더벅머리 까치다. 그리고 그해 그는 신인상을 수상했다. 데뷔작부터 주목받았고 40대까지 월반하듯 자고 일어나면 원고료가 치솟는 시절을 보낸 60세의 그에게 생애 첫 신인상이 주어졌다.“만감이 교차했어요. 쑥스럽고 즐겁고 부끄럽기도 하고 감격스럽고…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았죠.”◇고조선부터 발해까지, ‘이현세’라는 이상한 작가의 치열한 낭만여정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그래서 역사학자들이 싫어하는 모호한 지점이 좋다는 이현세.(사진=양윤모 기자)“고조선 건국까지는 그래도 쉽죠. 많이 알려져 있고 유추하는 순으로 가니까요. 하지만 고조선이 멸망하면 열국시대가 열리고 고구려, 백제가 건국되고 통일신라를 거쳐 가야까지 ‘이현세’라는 이상한 작가는 어떻게 볼지, 어떤 순서로 풀어낼지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을 거예요. 주몽, 온조, 비류 등은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소서노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죠.”현재 위만의 어린시절이 이야기되고 있는 ‘천국의 신화’ 6부의 진행에 대해 이현세는 놀리듯 운을 뗐다.“신라나 가야 등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그래서 역사학자들이 싫어하는 모호한 지점이 전 좋아요. 일반적으로 보는 고구려 정통성을 저는 또 다르게 볼 수도 있죠. 깊은 바다를 혼자 헤엄치는 기분이에요. 너무 좋고 편하고 자유롭죠.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것 같지만 꿈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훨씬 더 크거든요.”많은 것을 포기해야하고 좌절스러운 상황이 기다릴 것만 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그의 만화에서 낭만을 본다.고난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주인공, 우정과 사랑, 의리와 배신, 도전과 승리 그리고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치열하지만 낭만적인 요소들은 등장인물의 자유의지와 독립심 그리고 자존감으로 채색돼 표현된다. 이는 그의 데뷔작부터 2016년 연재작 ‘천국의 신화’ 6부까지를 아우르는 정서기도 하다. 부마다 등장하는 악녀는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진취적인 여성이며 이같은 개인의 의지가 모여 기어코 건국의 위업을 달성하곤 한다. 이에 ‘천국의 신화’는 부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인물 열전이기도 하다. 위대한 건국의 과정이 아니어도 고난은 있고 우정과 사랑, 의리와 배신, 승리와 희망은 존재한다. “대다수 창업을 하는 사람들도 (건국과도 같은) 과정을 거쳐요. 재벌 2세로 태어나지 않는 한 다들 거치는, 21세기라고 없어지지 않는 과정이죠. 결국 개인의 의지가 핵심이에요.”그가 고조선의 건국부터 발해까지 ‘이현세만의 동선’으로 풀어갈 ‘천국의 신화’를 그리는 이유기도 하다. 그렇게 ‘천국희 신화’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저마다의 ‘인물열전’을 꿰어 가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천국의 신화’ 6부는 이후 “박새가 아버지 역을 하게 될 거고 들매는 같이 가야할 친구고 초아는 무녀이면서 소서노같은 강력할 인물이 될 것”이라는 그의 귀띔이다.◇“자기가 아까워서, 너무 좋아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죠!”감정에 정직한 행위, 나이 들어만큼 재미있고 좋아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이현세는 또래와의 소통을 위해 19금을 잠금해제했다.(사진=양윤모 기자)“신라의 통일 비결은 뭘까요? 노블레스 정신이에요. ‘삼국사기 열전’에 보면 영웅이 86명이 나오는데 절반 이상이 신라사람이죠. 화랑으로 대표되는 그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앞에 나섰어요. 신라의 통일은 그 노블레스 정신이 있어 가능했죠. 그리고 그런 노블레스 정신이 급을 나누는 골품제도에 묻혀 결국 망했죠.”최근 웃픈(웃기다+슬프다) 유행어로 자리 잡은 헬조선. 수저계급론 등이 과거 멸망 직전의 신라를 떠올리게 하는 현세태에 대한 “노블레스 정신도 없는데 골품제도까지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분석이 날카롭다.“육아, 교육, 취업 등이 불안하면 교육제도를 바꿔주고 학비를 깎아주면 되는데 그런 건 안하고 나라는 미안하다는 말만 하죠. 또 기성세대들은 우리 고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힐난하죠. 그러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해요. 결국 이 세상엔 믿을 사람이 없어요. 징징대지 말고 각자 알아서 잘할 수밖에 없어요. 이 힘든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자존감을 넘어선 자기애가 있어야 해요. 자기가 아까워서 잘 살아야죠.”근거가 없더라도 자기 확신 외에는 자신을 위로할 에너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애’를 재차 강조한 그는 박찬호에 대한 일화로 메시지를 던진다.“그 친구가 얼마나 자기애가 강하냐면…처음 미국에 갔다가 2군으로 밀렸을 때였어요.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돌아오려는데 거울을 보니 자기가 너무 잘생겼더래요. 그런 자신이 너무 아까워서 못 그만두고 의지를 불태웠죠.”그는 스스로를 ‘미완성의 이야기꾼’이라고 표현했다. 스스로가 분석한 이현세는 전문 분야도 없고 옥의 티도 넘쳐난다. 호기심이 넘쳐 한우물을 파지못해 완성도 있는 만화를 그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호기심으로 무장한 이야기꾼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그리는 데 두려움은 없었다. 너무 좋아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재미있으니까 미친놈처럼 하는 거예요. 답 없는 세상에 살면서 고통까지 겪어야 해요? 이럴 때일수록 하면 할수록 좋아 미치겠는 일을 해야죠.”‘고난투성이’라는 한탄을 아드레날린으로 바꾼 지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외설 논란으로 법정을 드나들면서였다.“달라진 건 없어요. 삶의 원칙은 간단하죠.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도록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즐기는 것 외에는 없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오지도 않은 내일을 걱정해요. 잠도 못잘 정도로 고민하고 결정해야할만한 일은 별로 존재하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살게 되거든요. 나이든 사람들도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삶에 대한 본질을 공부해야지 않을까 싶어요. 왜 살아야하는지 60부터 100세까지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그렇게 그의 본질은 바람이나 먼지로 돌아가는 것,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도록 내가 우주고 내가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지금을 사는 것이다.◇종교도 국경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상한 나라’의 만화가존 레넌이 스무살에 말한 종교도, 국경도 없는 세상을 꿈꾸는 그는 비장하기보다 여유가 넘쳤고 눈빛은 살기가 아닌 호기심과 생동감으로 빛났다. 말투는 장난기가 넘쳤지만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사진=양윤모 기자)“20대 때 가장 충격을 준 사람이 존 레논이에요. 제가 70세까지 정신이 멀쩡하고 손이 움직여 우리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또래들을 위한 노인 동화를 만들고 싶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존 레논이 스무살에 말한 종교도, 국경도 없는 그런 세상이야기요.”마치 혈풍이 불어 닥치기 직전의 중원 한가운데 선 무림고수를 대하는 느낌이었다. 비장하기보다 여유가 넘쳤고 눈빛은 살기가 아닌 호기심과 생동감으로 빛났다. 말투는 장난기가 넘쳤지만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모두에게 투표를 안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 정치권이 정신을 차리지….”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편 가르기며 잘라내기에 열을 올리는 혼돈정국에 대해 우스갯소리지만 절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그는 명불허전 ‘고수’임에 틀림없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3-23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아우슈비츠에서 스러져간 비운의 화가 샬로테 잘로만을 기리며, 다비드 포앙키노스 ‘샬로테'

아우슈비츠에서 스러져간 샬로테 잘로만의 삶의 궤적을 따르는 ‘샬로테’|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권기대 옮김|베가북스 출간.(사진제공=베가북스)“제 삶의 전부니까!”아비규환이었으며 한 종족에 대한 대학살이었던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은 비운의 화가 샬로테 잘로만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그림을 전부라고 말했다.그녀의 나이 스물여섯, 뱃속엔 잉태된 지 5개월 된 태아가 있었다. 그녀 삶의 궤적을 따르는 소설 ‘샬로테’가 출간됐다. 그녀의 삶을 소설로 옮긴 이는 다비드 포앙키노스.파리 출생으로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며 재즈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2001년 ‘백치의 반전’(Inversion de l‘idiotie)으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기관 아카데미프랑세즈(한림원)가 선정한 프랑수아 모리아크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샬로테’는 소설과 시의 경계에 선 문체로 쓰여졌다. 분명한 서사가 있지만 표현법은 한줄의 시와도 같다. 포앙키노스는 샬로테 잘로만의 대표작품인 ‘삶인가? 아니면 연극인가?’(Leben? Oder Theater?) 연작을 첫 대면하면서 소설을 구상했고 10년 동안의 치열한 조사로 완성했다.치명적인 멜랑콜리에 휩싸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같은 이름의 이모 샬로테, 전쟁 중 자원입대한 간호사이자 감미로운 격정의 소유자 프란치스카와 전장에서 만난 외과의 알베어트 잘로몬, 그렇게 독일계 유대인 샬로테는 태어나 자살한 이모의 이름을 갖게 된다.엄마 프란치스카의 거짓말, 그렇게 삶인지 연극인지 모를 샬로테의 일생이 시작된다. 그리고 고약한 독감이 엄마를 데려갔다는 아빠의 거짓말. 그렇게 그녀의 삶은 또 다시 연극이 된다.스스로 목숨을 끊는 ‘죽음의 후렴’으로 감정을 나눌 누구도 없었던 어린 시절, 유대인에 대한 ‘증오’가 권력을 잡게 되는 독일, 고독과 두려움 속에서 그림에 빠져들던 시기, 마치 잔다르크가 된 것마냥 치러낸 베를린예술대학 입학 등은 폭풍과도 같다.자유를 갈구하는 성악교수 알프렛 볼프존과의 첫사랑, 프랑스 망명과 수용소 감금, 숨을 쉬기 위해 다시 그리기 시작한 그림, 죽음을 예감하고 치열하게도 분류하고 보관하려던 몸부림, 알렉잔더와의 결혼과 임신, 첫사랑 알프렛의 드라마틱한 죽음까지 실제 삶인지 연극 무대 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이야기가 펼쳐진다.샬로테는 말했다. 나는 누구나였다고. 그렇게 소설 ‘샬롯테’의 화자와 시점은 끊임없이 전환된다. 샬로테의 시각이 되고 때론 아버지 알베어트의 입장이 되는가 하면 새엄마 파울라, 할머니·할아버지, 알프렛, 알렉잔더 등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작가 포앙키노스가 되기도 한다.샬로테의 첫 전시에 영감과 충격을 받은 이는 작가 한 사람이 아니었다. 샬로테와 헤어져 저마다의 삶을 이어갔던 이들, 그 중엔 첫사랑 알프렛도 있었다. 참혹한 역사, 그 속에서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운 샬로테의 삶은 그렇게 길고도 긴 여운을 남긴다.프랑스에서 2014년 출간된 소설 ‘샬로테’는 그해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르노도(Prix Renaudot), 청소년들이 뽑은 공쿠르 데 리세앙(Goncourt des Lyceens)을 수상했고 프랑스에서만 60만부가 팔려나가며 그녀의 삶을 안타까워했다.지금까지 독일, 미국 등 12개국에 번역돼 출판됐으며 이번 한국 출판은 한국·프랑스 수교 130년을 맞아 프랑스문화진흥국이 출판번역 지원을 하면서 가능해졌다. 1만 40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3-21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같은 이름으로 뭉친 세 소녀의 성장기 '권민 장민 표민'

권민 장민 표민|문미영|푸른책들(사진제공=푸른책들)학창시절 이름이 같은 친구와 한 반이 돼 불편함을 겪은 경험을 갖고 있는 이라면 장편동화 ‘권민 장민 표민’을 추천한다. 이 책은 사춘기를 목전에 둔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들에게 민감한 이름과 별명을 소재로 소녀들의 섬세한 감정을 포착해낸 작품이다.빛가람 초등학교 1학년의 권민지, 장민지, 표민지는 키 순서대로 ‘큰 민지’, ‘어중간 민지’, ‘작은 민지’라고 부르거나 아예 ‘꺽다리’, ‘얼음 공주’, ‘범생이’ 같은 놀리는 별명으로 불리며 졸지에 이름을 잃어버린다. 결국 소녀들은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권민, 장민, 표민’이라는 별명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실제 초등학교 시절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와 같은 반이 되어 불편함을 겪은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권민 장민 표민’은 소녀들의 2차 성징, 왕따, 장래희망 등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법한 보편적인 감성을 담담하면서도 담백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전직 스포츠지 연예부 기자였던 작가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이 책을 통해 성인독자들까지 그 시절을 추억하고 사라져버린 옛 고민에 웃음 짓게 만든다. 제13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1만 1800원.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6-03-18 07:00 조은별 기자

[비바100] 덕질을 직업으로, 오늘날 덕후들이 살아남는 방법

바야흐로 덕후들의 전성시대다. 덕후는 어떠한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부른 용어다. 그들은 더 이상 음지에 숨어있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덕질을 당당하게 세상에 공개하며 덕력을 뽐낸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 ‘능력자들’은 이런 덕후들을 스튜디오로 불러내 시청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종이 한장으로 곤충과 로봇을 만들어 내는 종이접기 덕후부터 영화 대사 하나까지 모두 외우는 ‘스타워즈’ 덕후까지 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자랑한다. 덕질의 완성은 ‘덕업일치’다. 덕질을 본업으로 만드는 신조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걸 뜻한다.이런 분위기에서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덕’과 ‘업’을 일치시킨 청춘들의 성공담을 풀어낸 책 ‘덕업일치 스토리북’을 출간했다. 책은 덕질로 먹고 사는 12명의 사연을 담았다. 그 속엔 드라마와 배우가 좋아 연예부 기자가 된 사람, 취미로 배운 요리로 프렌치펍을 차린 요리사, 멋있어 보여 시작한 아르바이트생에서 커피 대회 심사위원이 된 커피 마니아 등 책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덕질을 발휘하는 이들이 있다. 다들 흔히 말하는 금수저와는 거리가 멀다. 토익과 자격증 같은 그 흔한 스펙도 없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미친 듯이 즐겼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평범한 사람과 다른 덕력을 쌓아 덕업일치를 이뤘다.‘덕업일치 스토리북’ (사진 제공=중앙북스 출판)대학내일 20대 연구소와 함께 소셜 큐레이션 애플리케이션 빙글(Vingle)도 책 제작에 참여했다. 여러 큐레이션 애플리케이션이 있지만 그 중 덕질이 가장 심한 곳이 바로 빙글이다. 이 속에서 ‘빙글러’라고도 불리는 덕후들은 오늘도 자신의 덕질을 자랑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지난 2015년 9월 빙글과 대학내일 20대 연구소는 ‘덕업일치 스토리 공모전’을 열었다. 책에 소개된 12명이 바로 이 공모전에서 뽑힌 주인공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게 돕는 것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모든 사연이 재미있지만 그 중에서 눈이 가는 건 가장 먼저 소개되는 강효진씨의 이야기다. 그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국내 드라마 덕질을 시작해 가수 팬 미팅을 기획하고 전국투어까지 따라다니며 관람했다.이후 좋아하는 가수를 기자로 만나 인터뷰를 한다. 팬들 사이에선 극성맞게 활동해서 연예인이 알아주는 팬을 ‘탑시드’라 부른다. 효진씨가 바로 그중 한명이다. 책은 연예인 덕후가 직업으로 이어진 과정을 재미있게 묘사한다. 동시에 연예부 기자에 대한 대중들의 잘못된 환상도 언급하며 덕질로 채울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을 꼼꼼히 꼬집는다. 그가 일하는 회사의 편집장은 소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를 쓴 이혜린이다. 이 책은 배우 박보영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다. 열정은 집어치우라고 외치는 편집장과 그 아래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기자의 사연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연자의 다양한 사진도 중요 볼거리다. 다이빙샵 오너가 되어 꿈을 꾸고 사는 다이빙 덕후 김동하·김고은씨의 글 옆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뚫리는 시원한 바다 사진이 있고 요리사가 된 신민섭씨 사연에는 맛있는 요리가 있다. 여행 덕후, 음악 덕후 등 모든 사연에는 충분한 사진 자료가 곁들여져 마치 유명 블로그를 보는 것 같은 재미를 준다.‘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공부를 하거나 스포츠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명언이다. 분명 좋은 글귀다. 하지만 ‘헬조선’이라 불리는 오늘의 현실을 즐기는 사람은 몇 안 된다. 즐길 거라곤 일과 후 마시는 맥주 한잔의 여유뿐이다. 맥주도 덕업일치를 이룰 수 있을까. 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속삭인다. 중앙북스 출판. 가격 1만 38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3-18 07:00 김동민 기자

[갓 구운 책] 영국박물관장, 독일의 유적지를 거닐다 '독일사 산책'

닐 맥그리거 지음|김희주 옮김|옥당 출판(사진제공=옥당)영국박물관과 BBC가 공동 기획한 역사 프로젝트 ‘독일사 산책’이 책으로 출간됐다.책은 히틀러와 유대인 학살, 냉전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독일의 역사와 문화, 내면까지를 훑는다. 저자인 영국박물관장 닐 맥그리거는 베르린의 브란덴부르크 문부터 독일연방의회 의사당까지 독일인이 사랑하는 건물, 그림, 화폐, 인물과 장소 등을 훑으며 역사적 환경, 유물의 탄생과 시대에 따른 다양한 해석 등을 곁들인다. 저자는 독일을 “최근의 시리아 난민처럼 혹독한 난민 시절을 겪었고 자유로운 협의를 통해 작은 나라들을 이끌어온 의의로 느슨한 연합체”라고 표현한다. 느슨함, 협의로 통일을 이끈 독일사를 마치 산책하듯 혹은 거대 전시장을 거닐 듯 이야기한다. 수도 한복판에 부끄러워 감추고 싶은 역사인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세우는 나라, 닐 맥그리거는 독일의 역사적 기념비들을 거닐며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고자 하는” 독일의 역사인식을 꼼꼼히 짚어낸다. 독일은 두 번의 세계대전, 인간학살 등 자신들의 치부에 가까운 역사를 인정하고 스스로의 잘못을 분명히 밝히고 자책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르다 보면 독일이 불과 반세기 만에 폐허를 딛고 일어나 유럽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현재까지 이르는 과정을 만나게 된다. 2만 80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3-11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미국인이 본 동양여성들의 삶 '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

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E.B. 폴라드 지음, 이미경 옮김|책읽는귀족 출판 (사진 제공=책읽는귀족출판)제목부터 신선하다. 신간 ‘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동양 ‘여성’들의 삶이 담긴 책이다.남자 위주로 기록되는 역사서에 반기를 든다. 저자 E.B. 폴라드는 미국 사람이다. 그는 이방인의 눈으로 동양 여성들을 관찰했고 객관적으로 그들의 삶을 책에 기록했다. 여성에 대한 기록은 전설과 신화를 포함해 문학적인 이야기도 포함한다. 그 결과 흥미롭고 색다른 역사 이야기가 탄생했다. 책에 나오는 여성의 삶은 참으로 안타깝다. 아라비아에선 딸이 순결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가족은 그녀가 죄를 지었다며 목을 잘랐다. 페리시아에서는 같은 사형이라도 남자는 고통 없이 한번에 죽임을 당하지만 여자는 자루에 넣어 때려죽인다. 조선 여자의 사연도 있다. 저자는 “거리에서 조선 여자는 무조건 남자에게 길을 비켜줘야 했다. 죽어서 여자는 2년 상, 남자는 그보다 더 오래 상을 지낸다”며 한국의 역사를 소개한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우면서도 재미있다. 가격 2만 40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3-11 07:00 김동민 기자

[갓 구운 책] 신들도 '분노·집착·사랑'…'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김상준 지음|보아스 출판(사진제공=보아스)신화의 주인공을 따라가며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복잡하고 은밀한 심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책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가 출간됐다.저자 김상준은 유튜브에 ‘세상을 절대 못 바꾸는 15분’이라는 강의를 진행 중인 신경정신과 전문의다. 총 10장을 구성된 책은 헤시오도스로 인해 천하의 요부로 낙인찍힌 판도라, 아버지를 때려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패륜아가 돼버린 오이디푸스, 에로스의 아내 프시케 등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의 호소 혹은 변명으로 각 장을 시작한다. 실제 신화 속 인물들이 자신의 사연을 신경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하듯 속내를 토로하는 이야기 속에서 숨은 남성 중심 사회의 심리,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의 그림자와 두려움의 상징, 상실감과 진정한 사랑 등을 분석해 풀어낸다. 책은 탐욕, 분노, 집착, 사랑, 행복 등 그리스 신화 속에서 찾아낸 인간 내면의 심리학적 원형들을 짚으며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어떻게 애도해야하는지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심리학적 조언을 전한다. 1만 40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3-11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김종필 증언록' 세트, JP 참았던 입을 열었다

1991년 6월 서울 가락동 정치연수원에서 열린 민자당 지방의회 당선자 대회에서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는 박태준(사진 위 왼쪽), 김영삼·노태우·김종필. 1988년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만난 당시 김종필 공화당·김영삼 민주당·김대중 평민당 총재(사진 위 오른쪽). ‘김종필 증언록’에 수록된 1952년 4월 당시 김종필 대위의 가족사진.(사진 아래 왼쪽), 10일 열린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사진=연합, 와이즈베리 제공)1961년 5·16을 시작으로 2004년 정계 은퇴까지 43년간 정치의 중심에 섰던 김종필이 대한민국을 증언했다. 김종필은 초대 중앙정보부장, 9선 국회의원, 두 차례의 국무총리 역임, 4개 정당 총재를 역임한 인물이다.  2015년 3월부터 12월까지 총 114회에 걸쳐 ‘중앙일보’에 연재한 ‘김종필 증언록-소이부답’이 2권으로 구성된 ‘김종필 증언록’ 세트로 출간됐다. 많은 인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김종필은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다.  ‘김종필 증언록’ 세트. (사진 제공=와이즈베리 출판)지난 반세기 동안 박정희, 김형욱, 이후락, 김성곤, 김재규, 차지철, 김대중, 김영삼 등 무수한 인물이 그를 거쳐 갔다.그들 중 일부는 동지로 남았고 또 일부는 악연으로 이어졌다. 정치적 적수가 상생과 공조의 관계로 발전해 새로운 시대를,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책은 우리가 몰랐던 ‘10가지 진실’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그 속에서 김종필은 박정희 암살, 김대중 납치사건 등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기억을 숨김 없이 풀어놓는다. 책은 그동안 왜곡된 신화와 굴절된 사건 기록에 가려졌던 것을 수면으로 끄집어낸다. 김종필이 말하는 사건은 그 외에도 엄청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환국 추진, 차지철 비서실장 발탁에 얽힌 뒷이야기,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배경 등 책에 담긴 모든 기록은 지금까지도 현대사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다.책은 1부 ‘5·16과 박정희’를 주제로 문을 연다. 1961년 5월 14일 아내에게 군복을 준비해 달라 했다며 김종필은 그날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책은 역사책에서 볼 수 없는 여러 사진도 공개한다. 5·16 혁명을 일으키기 전 육군본부 정보국의 모습, 당시 대위였던 김종필의 가족사진 등의 자료가 그의 증언을 뒷받침한다.  1988년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만난 당시 김종필 공화당·김영삼 민주당·김대중 평민당 총재.(연합)5.16 혁명에 대한 단락이 끝나고 책은 ‘제3 공화국 수립과 한일 회담의 진실’로 넘어간다. 시대적 특성상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증언이 많다. 3부 ‘조국 근대화의 여명과 권력투쟁’, 4부 ‘유신 개헌’까지 김종필은 주로 박정희를 중심으로 벌어진 사건의 뒷이야기를 고백한다. 2권으로 넘어가면 전두환, 김대중, 김영삼 등 인물이 시간순으로 등장한다.타인이 아닌 본인의 입으로 전해 듣는 역사이기에 객관성 여부는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김종필은 책에 대해 역사의 충실한 증언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회고록이 아닌 증언록으로 표기한 것도 김종필이 현대사의 물결 속에서 자신이 느낀 ‘사실’만을 증언하고 싶은 소망의 발로다. 10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가 열렸다.(사진=연합)그렇지만 어디까지나 한 개인이 자신의 입장에서 보고 판단한 기록일 뿐이다. 그래서 일부는 과거에 대한 변명과 미화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이 증언록이라는 따분한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재미있게 읽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사건이 가지는 재미와 이를 풀어내는 김종필의 말솜씨 덕분이다. 단순히 입담만 좋은 게 아니다.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부터 윈스턴 처칠까지 시공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으로 한국 역사를 해석한다. 책 무게 만큼이나 무거운 현대사를 지나 오늘까지 왔다. 그리고 그때 인물이 아직 우리 곁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와이즈베리 출판. 가격 5만원.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3-11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재벌 아이콘'서 '인간 이건희'로… 다시보는 회장님

대한민국 재벌사를 논할 때 ‘삼성’을 빼놓을 수 없고 ‘삼성’을 말하며 이건희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한국의 고도성장과 함께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이제 삼성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국가와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지원이 바탕이 된 성과기도 하다. 더이상 삼성이 국민의 것인지,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소유물인지 따지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러나 삼성은 한국의 경제 패권을 장악한 거대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건희 傳(사진제공=새로운현재)삼성맨 출신이 분석한 이건희 평전이 발간됐다. 삼성 출신 칼럼니스트 겸 산업분석가 심정택씨가 쓴 ‘이건희傳’은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유명인이었던 이건희 회장의 삶을 통해 그와 삼성그룹이 일군 신화를 돌아보고 삼성이자 이건희 그 자체였던 그룹이 이재용 승계체제로 들어서면서 위태로워진 현실을 지적한다.  이미 저서 ‘삼성의 몰락’과 ‘현대 자동차를 말한다’를 통해 삼성그룹을 분석한 저자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긍정적인 시각에서 들여다봐야만 삼성의 미래를 객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재용 경영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거를 돌아보며 이건희의 경영방식을 좀 더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이건희의 영웅신화는 아니다. 오히려 신문처럼 단조롭고 객관적인 기록들이 나열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건희의 과거사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마치 연예인의 가십을 읽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 아니라 그를 직접 알고 있는 사람들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소개된 인간 이건희의 생애는 80년대 군부체제를 거쳐 90년대 문민정부 시절, 삼성그룹이 만개하기까지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재벌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혼맥’의 비밀도 책을 읽는 재미다. 홍라희 관장과의 결혼, JTBC, 중앙일보와의 관계, 헌정사상 최초로 호남정권이 들어섰을 때 대상그룹 장녀 임세령씨와 결혼하고 끝내 이혼한 아들 이재용 부회장 그리고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이혼 소송 배경에 대한 뒷이야기 등이 공개된다. 저자가 보는 이건희 경영의 핵심은 한마디로 신경영이다. 그 시작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화두 경영으로 유명했지만 그의 지시 사항은 구체적으로 문서로 만들어져 내려가고 거기에는 일련번호가 붙어 있다. 그래서 화두경영의 실체는 이건희의 스타일 가운데 하나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13년 10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참석한 모습.(연합)이건희는 전문경영인으로 성공했지만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2007년 삼성비자금 폭로로 발족한 ‘삼성특검’이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 사회의 리더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저자는 당대에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고 이들에게 과감한 권한을 부여한 점을 이건희가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꼽았다. 소병해, 윤종용과 같은 통찰력을 가진 전문 경영인, 지승림 등의 전략가들을 두루 기용했지만 이학수는 패착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남들과 비교할 수 없게 뛰어난 경영성과를 거뒀음에도 아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에 집착하는 무리수를 둔 점을 조명하며 한국식 신자본주의를 탄생시킨 삼성 모델은 분화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이재용 체제는 삼성 외부의 힘으로 경영 승계를 완성했기 때문에 불안정하면서도 이후 치명적인 약점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건희 체제를 넘어서지 않은 한 삼성의 미래가 없다는 한결같은 날선 지적은 삼성, 나아가 대한민국 재벌사의 족적을 이해하는 기틀을 잡아준다. 새로운 현재. 2만원.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6-03-04 07:00 조은별 기자

[갓 구운 책] 준비는 이제 그만하고 일단 떠나는 걸로! ‘1박 2일 총알스테이’

신익수 지음|생각정거장 출간|1만 5000원산사에 머무는 템플스테이, 바다의 품에 안긴 듯한 신비로움을 선사하는 등대스테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위한 소원스테이, 영화 ‘박물관은 살아 있다’를 즐길 수 있는 뮤지엄스테이, 여성 혹은 싱글만을 위한 레이디스테이, 싱글스테이 등. 여행전문기자가 발품을 팔아 발굴해낸 온갖 종류의 ‘스테이’를 한데 모은 책 ‘1박 2일 총알스테이’가 발간됐다. 3분 요리처럼 “포인트만 골라 찍고 다니라”고 조언하는 저자 신익수는 매일경제신문의 여행·레저전문기자다. 요즘의 여행을 보자. 보다 싸게 구입하기 위한 비행기표 예매전쟁, 숙소 예약, 환전, 온갖 물품 구매 등 너무 복잡하고 철저한 준비에 여행 전부터 진이 빠지고 만다.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설레게 하니 이같은 여행도 좋다. 하지만 여행은 생각나는 순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훌쩍 떠날 수 있을 때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저자 신익수는 이같은 여행철학을 바탕으로 책을 꾸리면서 ‘생각 없이 준비 없이 떠나는 초간편’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대단한 준비도 필요 없다. 그저 다양한 문화체험에 대한 의지와 아이들과 유익한 시간을 보낼 마음 그리고 1박 2일의 시간이면 된다. 책은 컬처스테이, 힐링스테이, 반전·익사이팅스테이, 웰빙·미식스테이 총 4개장으로 구성됐다. 문화를 즐기고자 하거나 아이들과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컬스테이에는 부자들의 기를 받을 수 있는 부자스테이, 슈퍼리치스테이 등도 소개된다. 활력 넘치는 모험가들을 위한 ‘컨테이너박스스테이’, ‘19금(?)스테이’, 웰빙족을 위한 ‘한밥’스테이, 싱글스테이, 한정판스테이, 대통령스테이 등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스테이’ 여행이 한가득이다. 1만 5000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3-04 07: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