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김종필 증언록' 세트, JP 참았던 입을 열었다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6-03-11 07:00 수정일 2016-03-11 07:00 발행일 2016-03-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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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은 43년간 한국 정치의 중심에 있던 인물
그가 털어놓은 역사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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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6월 서울 가락동 정치연수원에서 열린 민자당 지방의회 당선자 대회에서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는 박태준(사진 위 왼쪽), 김영삼·노태우·김종필. 1988년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만난 당시 김종필 공화당·김영삼 민주당·김대중 평민당 총재(사진 위 오른쪽). ‘김종필 증언록’에 수록된 1952년 4월 당시 김종필 대위의 가족사진.(사진 아래 왼쪽), 10일 열린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사진=연합, 와이즈베리 제공)

1961년 5·16을 시작으로 2004년 정계 은퇴까지 43년간 정치의 중심에 섰던 김종필이 대한민국을 증언했다. 김종필은 초대 중앙정보부장, 9선 국회의원, 두 차례의 국무총리 역임, 4개 정당 총재를 역임한 인물이다.  

2015년 3월부터 12월까지 총 114회에 걸쳐 ‘중앙일보’에 연재한 ‘김종필 증언록-소이부답’이 2권으로 구성된 ‘김종필 증언록’ 세트로 출간됐다.  많은 인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김종필은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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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증언록’ 세트. (사진 제공=와이즈베리 출판)

지난 반세기 동안 박정희, 김형욱, 이후락, 김성곤, 김재규, 차지철, 김대중, 김영삼 등 무수한 인물이 그를 거쳐 갔다.

그들 중 일부는 동지로 남았고 또 일부는 악연으로 이어졌다. 정치적 적수가 상생과 공조의 관계로 발전해 새로운 시대를,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책은 우리가 몰랐던 ‘10가지 진실’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그 속에서 김종필은 박정희 암살, 김대중 납치사건 등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기억을 숨김 없이 풀어놓는다. 

책은 그동안 왜곡된 신화와 굴절된 사건 기록에 가려졌던 것을 수면으로 끄집어낸다. 

김종필이 말하는 사건은 그 외에도 엄청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환국 추진, 차지철 비서실장 발탁에 얽힌 뒷이야기,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배경 등 책에 담긴 모든 기록은 지금까지도 현대사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다.

책은 1부 ‘5·16과 박정희’를 주제로 문을 연다. 1961년 5월 14일 아내에게 군복을 준비해 달라 했다며 김종필은 그날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책은 역사책에서 볼 수 없는 여러 사진도 공개한다. 5·16 혁명을 일으키기 전 육군본부 정보국의 모습, 당시 대위였던 김종필의 가족사진 등의 자료가 그의 증언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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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만난 당시 김종필 공화당·김영삼 민주당·김대중 평민당 총재.(연합)
5.16 혁명에 대한 단락이 끝나고 책은 ‘제3 공화국 수립과 한일 회담의 진실’로 넘어간다. 시대적 특성상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증언이 많다. 3부 ‘조국 근대화의 여명과 권력투쟁’, 4부 ‘유신 개헌’까지 김종필은 주로 박정희를 중심으로 벌어진 사건의 뒷이야기를 고백한다. 2권으로 넘어가면 전두환, 김대중, 김영삼 등 인물이 시간순으로 등장한다.
타인이 아닌 본인의 입으로 전해 듣는 역사이기에 객관성 여부는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김종필은 책에 대해 역사의 충실한 증언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회고록이 아닌 증언록으로 표기한 것도 김종필이 현대사의 물결 속에서 자신이 느낀 ‘사실’만을 증언하고 싶은 소망의 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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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가 열렸다.(사진=연합)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한 개인이 자신의 입장에서 보고 판단한 기록일 뿐이다. 그래서 일부는 과거에 대한 변명과 미화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이 증언록이라는 따분한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재미있게 읽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사건이 가지는 재미와 이를 풀어내는 김종필의 말솜씨 덕분이다. 단순히 입담만 좋은 게 아니다.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부터 윈스턴 처칠까지 시공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으로 한국 역사를 해석한다. 책 무게 만큼이나 무거운 현대사를 지나 오늘까지 왔다. 그리고 그때 인물이 아직 우리 곁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와이즈베리 출판. 가격 5만원.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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