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덕질을 직업으로, 오늘날 덕후들이 살아남는 방법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6-03-18 07:00 수정일 2016-03-18 07:00 발행일 2016-03-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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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덕후들의 전성시대다. 덕후는 어떠한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부른 용어다. 그들은 더 이상 음지에 숨어있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덕질을 당당하게 세상에 공개하며 덕력을 뽐낸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 ‘능력자들’은 이런 덕후들을 스튜디오로 불러내 시청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종이 한장으로 곤충과 로봇을 만들어 내는 종이접기 덕후부터 영화 대사 하나까지 모두 외우는 ‘스타워즈’ 덕후까지 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자랑한다. 

덕질의 완성은 ‘덕업일치’다. 덕질을 본업으로 만드는 신조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걸 뜻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덕’과 ‘업’을 일치시킨 청춘들의 성공담을 풀어낸 책 ‘덕업일치 스토리북’을 출간했다. 

책은 덕질로 먹고 사는 12명의 사연을 담았다. 그 속엔 드라마와 배우가 좋아 연예부 기자가 된 사람, 취미로 배운 요리로 프렌치펍을 차린 요리사, 멋있어 보여 시작한 아르바이트생에서 커피 대회 심사위원이 된 커피 마니아 등 책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덕질을 발휘하는 이들이 있다. 

다들 흔히 말하는 금수저와는 거리가 멀다. 토익과 자격증 같은 그 흔한 스펙도 없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미친 듯이 즐겼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평범한 사람과 다른 덕력을 쌓아 덕업일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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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 스토리북’ (사진 제공=중앙북스 출판)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와 함께 소셜 큐레이션 애플리케이션 빙글(Vingle)도 책 제작에 참여했다.

여러 큐레이션 애플리케이션이 있지만 그 중 덕질이 가장 심한 곳이 바로 빙글이다. 이 속에서 ‘빙글러’라고도 불리는 덕후들은 오늘도 자신의 덕질을 자랑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지난 2015년 9월 빙글과 대학내일 20대 연구소는 ‘덕업일치 스토리 공모전’을 열었다. 책에 소개된 12명이 바로 이 공모전에서 뽑힌 주인공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게 돕는 것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모든 사연이 재미있지만 그 중에서 눈이 가는 건 가장 먼저 소개되는 강효진씨의 이야기다. 그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국내 드라마 덕질을 시작해 가수 팬 미팅을 기획하고 전국투어까지 따라다니며 관람했다.

이후 좋아하는 가수를 기자로 만나 인터뷰를 한다. 

팬들 사이에선 극성맞게 활동해서 연예인이 알아주는 팬을 ‘탑시드’라 부른다. 효진씨가 바로 그중 한명이다. 책은 연예인 덕후가 직업으로 이어진 과정을 재미있게 묘사한다. 동시에 연예부 기자에 대한 대중들의 잘못된 환상도 언급하며 덕질로 채울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을 꼼꼼히 꼬집는다. 

그가 일하는 회사의 편집장은 소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를 쓴 이혜린이다. 이 책은 배우 박보영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다. 열정은 집어치우라고 외치는 편집장과 그 아래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기자의 사연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연자의 다양한 사진도 중요 볼거리다. 다이빙샵 오너가 되어 꿈을 꾸고 사는 다이빙 덕후 김동하·김고은씨의 글 옆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뚫리는 시원한 바다 사진이 있고 요리사가 된 신민섭씨 사연에는 맛있는 요리가 있다. 여행 덕후, 음악 덕후 등 모든 사연에는 충분한 사진 자료가 곁들여져 마치 유명 블로그를 보는 것 같은 재미를 준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공부를 하거나 스포츠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명언이다. 분명 좋은 글귀다. 하지만 ‘헬조선’이라 불리는 오늘의 현실을 즐기는 사람은 몇 안 된다. 즐길 거라곤 일과 후 마시는 맥주 한잔의 여유뿐이다. 맥주도 덕업일치를 이룰 수 있을까. 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속삭인다. 중앙북스 출판. 가격 1만 3800원.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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